[텐아시아=유청희 기자]
10. 데뷔 9년 차여서인지 화보 촬영이 능숙하다.
진영: 오랜만에 화보를 찍어서 초반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정말 잘했나? (웃음) 그런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니까 이전의 기억이 살아났다. 이번 화보의 콘셉트가 ‘배우의 얼굴’이어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정장을 오랜만에 입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음악가 진영’으로서도 화보를 찍고 싶어졌다.
10. 배우로서 올해 출발이 좋았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내안의 그놈’이 관객 191만명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겼는데.
진영: 100만만 넘겨도 감사했을 거다. 영화가 늦게 개봉하기도 했고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잘 되라는 소망과는 별개로 관객 예상치가 낮았던 건 사실이다. 잘 돼서 정말 감사하고 배우들끼리도 많이 들떴다. 우리는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스코어를 봤으니까 얼마나 기뻤겠나. 무엇보다 우리 영화가 대작이 아니었는데, 작은 영화가 힘을 발휘하니 좋았다. 게다가 첫 단독 주연 영화였다. 안 되면 내 탓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실 걱정도 부담도 많았다.
10. 댓글과 리뷰를 꼼꼼히 찾아본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다 확인했나?
진영: 다 봤다. 많이 웃었던 감상평이 있었다. 내가 체중을 크게 키운 분장을 했는데, ‘앞에 통통한 친구는 왜 이제 안 나오나. 귀엽고 좋았는데’라는 댓글이었다. 앞의 동현(진영)과 이후의 동현이 다른 배우인 줄 아셨던 거다. 나름 뿌듯한 순간이었다.
10. 리뷰를 다 찾아봤다면 이것도 알겠다. ‘소재는 식상하지만, 진영의 연기가 발군이다’라는 평이 공통적이었다.
진영: 부끄럽지만 그랬던 것 같다. 하하. 가장 많이 본 댓글과 리뷰인 건 맞는 것 같고. 앞부분은 사실 나쁜 평일 수 있는데, 나는 좋았다. 왜냐하면 식상하고 빤한 바디체인지물 소재이지만 그걸 밀고 나가서 잘 만들어준 감독님이 있었고, 나는 감독님 말에 잘 따라서 그래도 칭찬을 받은 거니까.
10. 사람 심리는 좋은 게 많아도 나쁜 걸 더 크게 보게 된다. 좋은 댓글이 많아도 나쁜 걸 보면 가시처럼 아프지는 않았나?
진영: 좋은 게 많아도 항상 나쁜 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좋은 말들이 있어서 쿠션이 된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제는 나쁜 말을 들어도 직접적으로 상처받지 않게 됐으니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딱 50%만 받아들인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구는 안 좋아할 수도 있다. 나쁜 말도 존중하지만 100%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칭찬해주셔도 50%만, 너무 나쁜 말을 들어도 50%만.
10.‘내안의 그놈’은 40대 장판수가 10대 소년 동현의 몸에 들어가 그의 상황을 타개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실하기로 유명한데, 누가 내 속에 들어와서 일을 해주길 바란 적이 있나?
진영: 없으면 거짓말일 거다.(웃음) ‘너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몸이 피곤할 때도 있었고. 누가 대신 일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렇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했던 것 같다. 그냥 혼자서 다하려고 했다. 내가 단독으로 작곡한 음악이 많은 것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10. 최근 서울시가 제작한 웹드라마 ‘풍경’에서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 역할을 연기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던데.
진영: 대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촬영하면서도 많이 울었고. 실제로 울면 안 되는 장면인데 눈물이 고여서 힘들었다. 화려한 삶이지만 그 안에 아픔이 많이 느껴진 캐릭터였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가족적인 이야기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10. 신인상을 안겨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 이후로 캐릭터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진영: 여러 가지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역할을 따고 연기를 했다. ‘구르미’ 이후엔 좀 더 성장하려면 더 새롭고 깊이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는 역할을 고를 때 ‘내가 멋있게 잘 나올 수 있는 것’을 찾기도 했고, 자신감이 없어서 ‘아, 이건 내가 잘할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고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캐릭터가 매력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하고 싶어진다.
10. 웹드라마 ‘풍경’은 서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3 때부터 연기의 꿈을 꾸며 충주에서 상경해 단역부터 밟고 올라갔다. 그때 마주한 서울은 어땠나?
진영: 낯설었다. 정말로. 일단 높은 건물을 그때 처음 봤다. 충주는 공군기지가 있어서 높은 건물을 보기 힘들었다. (웃음) 당시의 서울은 서늘한 곳이었다. 여기서는 나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차가운 곳. 그런데 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방문한 서울은 ‘와, 이곳에서 내가 뭔가를 크게 하고 싶다.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너무 크고 거대해서.
10. 뭐가 그렇게 크던가?
진영: 타워팰리스.(웃음) 아버지랑 같이 걷는데 하늘을 다 막아서고 있는 타워팰리스를 본 순간 위압감이 들었다. 낮은 건물만 보다가 높은 곳을 보니까 신기했던 거다. ‘나중에는 꼭 높은 아파트에서 살아야지’ 했는데 지금은 좀 낮은 곳에 살고 있다. 이전에 높은 곳에 살아봤는데 어지럽더라.
10. 스타가 돼 돌아온 서울은 어떤가?
진영: 스타라니, 이상하다. (웃음) 이제는 집 같다. 충주가 더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은 똑같이 쉬어도 충주에서 쉴 때가 더 좋아지곤 한다. 향수랄까, 분위기랄까. 딱히 어디를 가지는 않고 집에만 있어도 그렇게 좋다. 사실 딱히 뭘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10. 매일 집에서 연기 연습하고 곡만 쓰는 줄 알아서 쉬는 줄 몰랐다.
진영: 쉬어야 한다. (웃음) 그런데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고. 곡을 쓰는 건 창작활동이니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곡이 ‘일’로만 나온다. 느낌이 왔을 때 편하게 해야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면 절대 안 나온다. 곡을 쓸 때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오히려 더 편하게, 편하게 하자고 생각한다.
10. Mnet ‘프로듀스 101’에서 걸그룹 곡을 작곡하며 프로듀싱 실력이 많이 알려졌다. 아이오아이의 ‘벚꽃이 지면’에서 보여준 섬세한 가사는 어떻게 쓰나? 평소 책을 읽나?
진영: 책을 보거나 하는 편은 아니다. 상상이다. 그리고 내가 긍정적이지 않나. ‘벚꽃이 지면 우리 사랑은 여름처럼 더 뜨겁다’(‘벚꽃이 지면’ 가사)는 말도 사실 긍정적인 세계관이다. 벚꽃이 지면 다들 아쉬워하지만 사실 뜨거운 여름이 오고, 이 여름이 지나가도 또 분위기 좋은 가을이 올 거니까. 가을이 오면 옷도 더 예쁘게 입을 수 있고, 하하. ‘벚꽃이 지면’은 그런 식으로 나온 가사다. 이별에 대해 말했지만, 결국 다음에 더 뜨겁고 좋은 게 올 거니까. 사랑을 하자고.
10. ‘벚꽃이 지면’, 오마이걸의 ‘한발짝 두발짝’ 등 걸그룹 곡에서 보여준 낭만성과 달리 B1A4의 ‘잘자요 굿나잇’처럼 신나는 노래에서는 남성성을 부각할 때도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건가?
진영: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잠들면 외출한다는 ‘잘자요 굿나잇’은 완전히 상상에 의해서 쓴 곡이다. 사실, 어떤 부분은 질타도 많이 받고 점점 고쳐가기도 했다. 작곡을 하는 초반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자’는 마음이 앞서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조언을 통해서, 그리고 스스로도 ‘음악은 꼭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10. 그러면 음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진영: 자연스러운 거. 들으면서 녹아들 수 있는 거.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 창작자, 예술가는 자의식이 과잉되거나 자기파괴적으로 빠지기도 하는데 당신에게는 그런 게 없다.
진영: 나는 그런 게 없다. 왜 없지? 예술적인 건 담백하게 표현할 때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일반 대중들은 생각보다 퇴폐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모든 사람이 똑같지도 않고 여러 사건을 겪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사는 사람이니까. 나도 ‘연예인’으로 구분되지만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이 느끼는 것과 별로 다른 것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그렇다. 그래서 더 깊이 고뇌에 빠지거나 ‘미친 게 나와야 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일상적인 일들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10.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사랑인가?
진영: 사랑도 있겠지만 사랑 얘기만 쓰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쓰곤 했다. 앞으로도 그렇다. 내가 보는 시선들, 평범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시선으로 곡을 만들 거다.
10.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우 겸 가수 주걸륜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각본도 썼는데,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나?
진영: 아직 거기까지는. 하하. 그런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각본뿐 아니라 감독이 되어보고 싶더라. 뮤직비디오도 찍어보고 싶고 영화의 음악감독이 되어보는 것도.
10. 3월은 새해는 아니지만 또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 개인 활동도 이제 시작일 텐데 어떤 마음인가?
진영: 항상 새로운 마음이다. 그런데 개인 활동 이전과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진 건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간다. 영화 개봉도 그렇고 조금씩 보여드렸지만, 음악을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니까.
10.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영: 내가 뭘 하든 지켜주고 믿어주는 사람들, 어떤 식으로 감사하다고 말해도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거 많이 보여 드리고, 들려 드리고, 같이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10. 지금도 곡을 쓰고 있나?
진영: 그렇다. 당연히 쓰고 있다. 어떤 곡이냐면, ‘어? 진영한테서 이런 곡이?’하는 곡. 느낌 자체부터 완전히 다른 것. 준비되는 대로 올해 안에 들려드릴 거다. 음악도 연기도 언제나 좋은 결과물로, 어서 보여드리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 지난해 소속사를 옮긴 후 개인 활동을 시작한 진영에게 가장 많이 주어지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힘들지 않다. 연기와 노래가 다르지 않다”며 천진하게 웃는다. 그의 얼굴은 다양하다. 여름 소년 같은 예민하고 섬세한 모습부터 최근 영화 ‘내안의 그놈’에서 보여준 능청스런 코믹 연기까지··· 걸그룹을 위한 곡을 작곡하며 보여준 서정성도 놀랍다.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가는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진영. 그의 다양한 얼굴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봤다.
진영: 오랜만에 화보를 찍어서 초반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더라. 내가 정말 잘했나? (웃음) 그런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니까 이전의 기억이 살아났다. 이번 화보의 콘셉트가 ‘배우의 얼굴’이어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정장을 오랜만에 입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다음에는 ‘음악가 진영’으로서도 화보를 찍고 싶어졌다.
10. 배우로서 올해 출발이 좋았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내안의 그놈’이 관객 191만명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겼는데.
진영: 100만만 넘겨도 감사했을 거다. 영화가 늦게 개봉하기도 했고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잘 되라는 소망과는 별개로 관객 예상치가 낮았던 건 사실이다. 잘 돼서 정말 감사하고 배우들끼리도 많이 들떴다. 우리는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스코어를 봤으니까 얼마나 기뻤겠나. 무엇보다 우리 영화가 대작이 아니었는데, 작은 영화가 힘을 발휘하니 좋았다. 게다가 첫 단독 주연 영화였다. 안 되면 내 탓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실 걱정도 부담도 많았다.
10. 댓글과 리뷰를 꼼꼼히 찾아본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다 확인했나?
진영: 다 봤다. 많이 웃었던 감상평이 있었다. 내가 체중을 크게 키운 분장을 했는데, ‘앞에 통통한 친구는 왜 이제 안 나오나. 귀엽고 좋았는데’라는 댓글이었다. 앞의 동현(진영)과 이후의 동현이 다른 배우인 줄 아셨던 거다. 나름 뿌듯한 순간이었다.
10. 리뷰를 다 찾아봤다면 이것도 알겠다. ‘소재는 식상하지만, 진영의 연기가 발군이다’라는 평이 공통적이었다.
진영: 부끄럽지만 그랬던 것 같다. 하하. 가장 많이 본 댓글과 리뷰인 건 맞는 것 같고. 앞부분은 사실 나쁜 평일 수 있는데, 나는 좋았다. 왜냐하면 식상하고 빤한 바디체인지물 소재이지만 그걸 밀고 나가서 잘 만들어준 감독님이 있었고, 나는 감독님 말에 잘 따라서 그래도 칭찬을 받은 거니까.
10. 사람 심리는 좋은 게 많아도 나쁜 걸 더 크게 보게 된다. 좋은 댓글이 많아도 나쁜 걸 보면 가시처럼 아프지는 않았나?
진영: 좋은 게 많아도 항상 나쁜 말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좋은 말들이 있어서 쿠션이 된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제는 나쁜 말을 들어도 직접적으로 상처받지 않게 됐으니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딱 50%만 받아들인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구는 안 좋아할 수도 있다. 나쁜 말도 존중하지만 100%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칭찬해주셔도 50%만, 너무 나쁜 말을 들어도 50%만.
진영: 없으면 거짓말일 거다.(웃음) ‘너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몸이 피곤할 때도 있었고. 누가 대신 일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렇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했던 것 같다. 그냥 혼자서 다하려고 했다. 내가 단독으로 작곡한 음악이 많은 것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10. 최근 서울시가 제작한 웹드라마 ‘풍경’에서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 역할을 연기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던데.
진영: 대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촬영하면서도 많이 울었고. 실제로 울면 안 되는 장면인데 눈물이 고여서 힘들었다. 화려한 삶이지만 그 안에 아픔이 많이 느껴진 캐릭터였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가족적인 이야기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10. 신인상을 안겨준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 이후로 캐릭터가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다.
진영: 여러 가지를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에는 ‘조금이라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역할을 따고 연기를 했다. ‘구르미’ 이후엔 좀 더 성장하려면 더 새롭고 깊이 있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는 역할을 고를 때 ‘내가 멋있게 잘 나올 수 있는 것’을 찾기도 했고, 자신감이 없어서 ‘아, 이건 내가 잘할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고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캐릭터가 매력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하고 싶어진다.
10. 웹드라마 ‘풍경’은 서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중3 때부터 연기의 꿈을 꾸며 충주에서 상경해 단역부터 밟고 올라갔다. 그때 마주한 서울은 어땠나?
진영: 낯설었다. 정말로. 일단 높은 건물을 그때 처음 봤다. 충주는 공군기지가 있어서 높은 건물을 보기 힘들었다. (웃음) 당시의 서울은 서늘한 곳이었다. 여기서는 나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차가운 곳. 그런데 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방문한 서울은 ‘와, 이곳에서 내가 뭔가를 크게 하고 싶다.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너무 크고 거대해서.
10. 뭐가 그렇게 크던가?
진영: 타워팰리스.(웃음) 아버지랑 같이 걷는데 하늘을 다 막아서고 있는 타워팰리스를 본 순간 위압감이 들었다. 낮은 건물만 보다가 높은 곳을 보니까 신기했던 거다. ‘나중에는 꼭 높은 아파트에서 살아야지’ 했는데 지금은 좀 낮은 곳에 살고 있다. 이전에 높은 곳에 살아봤는데 어지럽더라.
진영: 스타라니, 이상하다. (웃음) 이제는 집 같다. 충주가 더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요즘은 똑같이 쉬어도 충주에서 쉴 때가 더 좋아지곤 한다. 향수랄까, 분위기랄까. 딱히 어디를 가지는 않고 집에만 있어도 그렇게 좋다. 사실 딱히 뭘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10. 매일 집에서 연기 연습하고 곡만 쓰는 줄 알아서 쉬는 줄 몰랐다.
진영: 쉬어야 한다. (웃음) 그런데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고. 곡을 쓰는 건 창작활동이니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곡이 ‘일’로만 나온다. 느낌이 왔을 때 편하게 해야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면 절대 안 나온다. 곡을 쓸 때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오히려 더 편하게, 편하게 하자고 생각한다.
10. Mnet ‘프로듀스 101’에서 걸그룹 곡을 작곡하며 프로듀싱 실력이 많이 알려졌다. 아이오아이의 ‘벚꽃이 지면’에서 보여준 섬세한 가사는 어떻게 쓰나? 평소 책을 읽나?
진영: 책을 보거나 하는 편은 아니다. 상상이다. 그리고 내가 긍정적이지 않나. ‘벚꽃이 지면 우리 사랑은 여름처럼 더 뜨겁다’(‘벚꽃이 지면’ 가사)는 말도 사실 긍정적인 세계관이다. 벚꽃이 지면 다들 아쉬워하지만 사실 뜨거운 여름이 오고, 이 여름이 지나가도 또 분위기 좋은 가을이 올 거니까. 가을이 오면 옷도 더 예쁘게 입을 수 있고, 하하. ‘벚꽃이 지면’은 그런 식으로 나온 가사다. 이별에 대해 말했지만, 결국 다음에 더 뜨겁고 좋은 게 올 거니까. 사랑을 하자고.
10. ‘벚꽃이 지면’, 오마이걸의 ‘한발짝 두발짝’ 등 걸그룹 곡에서 보여준 낭만성과 달리 B1A4의 ‘잘자요 굿나잇’처럼 신나는 노래에서는 남성성을 부각할 때도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건가?
진영: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잠들면 외출한다는 ‘잘자요 굿나잇’은 완전히 상상에 의해서 쓴 곡이다. 사실, 어떤 부분은 질타도 많이 받고 점점 고쳐가기도 했다. 작곡을 하는 초반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자’는 마음이 앞서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조언을 통해서, 그리고 스스로도 ‘음악은 꼭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10. 그러면 음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진영: 자연스러운 거. 들으면서 녹아들 수 있는 거.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영: 나는 그런 게 없다. 왜 없지? 예술적인 건 담백하게 표현할 때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일반 대중들은 생각보다 퇴폐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모든 사람이 똑같지도 않고 여러 사건을 겪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사는 사람이니까. 나도 ‘연예인’으로 구분되지만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대중이 느끼는 것과 별로 다른 것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그렇다. 그래서 더 깊이 고뇌에 빠지거나 ‘미친 게 나와야 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일상적인 일들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10.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사랑인가?
진영: 사랑도 있겠지만 사랑 얘기만 쓰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쓰곤 했다. 앞으로도 그렇다. 내가 보는 시선들, 평범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시선으로 곡을 만들 거다.
10.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우 겸 가수 주걸륜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각본도 썼는데,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나?
진영: 아직 거기까지는. 하하. 그런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각본뿐 아니라 감독이 되어보고 싶더라. 뮤직비디오도 찍어보고 싶고 영화의 음악감독이 되어보는 것도.
10. 3월은 새해는 아니지만 또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 개인 활동도 이제 시작일 텐데 어떤 마음인가?
진영: 항상 새로운 마음이다. 그런데 개인 활동 이전과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달라진 건 없으니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간다. 영화 개봉도 그렇고 조금씩 보여드렸지만, 음악을 기다리는 분들도 계시니까.
10.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영: 내가 뭘 하든 지켜주고 믿어주는 사람들, 어떤 식으로 감사하다고 말해도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거 많이 보여 드리고, 들려 드리고, 같이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10. 지금도 곡을 쓰고 있나?
진영: 그렇다. 당연히 쓰고 있다. 어떤 곡이냐면, ‘어? 진영한테서 이런 곡이?’하는 곡. 느낌 자체부터 완전히 다른 것. 준비되는 대로 올해 안에 들려드릴 거다. 음악도 연기도 언제나 좋은 결과물로, 어서 보여드리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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