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아이돌 전성시대다. 아니,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운명의 시작

그룹 동방신기 최강창민.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 최강창민.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SM 오디션을 볼 때 제 꿈은 가수가 아니었어요. 춤을 춰보라기에 리듬에 맞춰서 손뼉을 쳤는데 붙어버린 거예요. ‘아, 이게 내 운명이구나’ 직감했죠.”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오디션 제의를 받은 중학생. 당시 외국어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소년의 꿈은 기자였다. 좋아하는 야구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었단다. 그런 그가 가수 오디션에 참가한 것은 “아들이 가수가 되면 보아를 직접 볼 수 있겠다”고 기대한 어머니의 권유 덕분이었다. 심사위원 앞에서 이른바 ‘군인 박수’를 친 게 전부인 소년은 3일 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이다.

◆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

최강창민이 2011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오디션 뒷이야기를 공개했을 때 유노윤호는 “정말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최강창민이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을 때 유노윤호는 연습생 경력만 4년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유노윤호는 데뷔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여러 개의 임시 그룹을 거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년 간 연습생 생활을 하고도 데뷔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가수의 꿈은 “전혀 없었다”는 최강창민이 대형기획사 오디션을 본 지 3일 만에 계약하고 가요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동방신기의 멤버로 데뷔한 사실이 더욱 ‘행운’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최강창민은 올해 만 30세다. 인생의 절반을 동방신기로 산 셈이다. 동방신기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최초·최고·최다 기록을 수도 없이 세웠다. 2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해 수많은 후배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정규 8집 ‘뉴 챕터 #1 : 더 찬스 오브 러브(New Chapter #1 : The Chance of Love)’를 내놓고 국내 각종 음반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 음반은 해외 13개 지역 아이튠즈 종합 차트 1위도 휩쓸었다. 동방신기는 오는 6월에는 7만5000여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일본 닛산 스타디움에서 3일 간 ‘동방신기 라이브 투어 ~비긴 어게인~ 스페셜 에디션 인 닛산 스타디움(東方神起 LIVE TOUR~Begin Again~Special Edition in NISSAN STADIUM)’을 개최한다. 닛산 스타디움에서 3회 연속 공연을 펼치는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동방신기가 처음이다. 이런 그룹의 멤버로 산다는 것은 결코 ‘운’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최강창민의 하루. /사진제공=MBC ‘나 혼자 산다’
최강창민의 하루. /사진제공=MBC ‘나 혼자 산다’
“어린 마음에 혹해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최강창민은 가수로 활동하는 데 남들보다 배의 노력을 들였다. 그가 동방신기 활동 중 휴가를 반납하고 보컬 레슨을 받은 일화는 팬들 사이에 유명하다. 오디션에서 춤 대신 손뼉을 쳤다는 말을 기억하면,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모습에서도 최강창민의 노력이 느껴진다. 그 노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된 최강창민의 일상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고, 헬스 트레이너에게 고강도의 체력단련을 받으며 몸을 키운다. 선생님을 초빙해 기타 연주를 배우는가 하면 혼자서 일본어도 공부한다. 그의 일본어 실력은 통역사 없이 현지 방송에 출연하고 콘서트를 열 정도로 수준급이지만, 표현력을 키우고 싶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단다. 최강창민은 이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자신만의 기술을 연마해 로봇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새로운 아이돌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요계에서 장수 아이돌로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다진 체력은 완벽한 라이브 공연의 밑거름이 되고, 차근차근 쌓은 기타 연주와 일본어 실력은 글로벌 스타로 활동하는 데 강점이 될 터다. ‘행운’을 ‘운명’으로 만든 것은 최강창민의 노력이다.

◆ 계속될 운명

최강창민은 지난달 동방신기의 정규 8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5년의 가수 활동을 떠올리며 “하고 싶은 일을 했으므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가수를 자신의 천직으로 여긴다. 치열한 노력을 반복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동방신기가 자신의 운명이 된 것처럼, 팬들과의 관계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2013년 칠레에서 동방신기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던 그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팬들이 공연이 끝날 때쯤 ‘가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며 애틋함을 느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우리의 음악과 퍼포먼스, 행동을 통해 팬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동방신기라는 아주 소중한 운명을 만난 덕분에 많은 팬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돼 감사하다”는 최강창민. “이를 거스르지 않고, 계속 따라가겠다”는 다짐대로, 동방신기로 사는 최강창민의 운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