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유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실감이 잘 안 난다. 부르면 (촬영장에) 나가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는데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 또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좋았다. 서로 너무 친해졌다.
10. 어떤 악역을 만들고자 했나?
유라: 밝게 그리고 싶었다. 태리의 대사가 전반적으로 셌다. 미운 면이 있었는데, 나는 태리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시청자들도 그렇게 볼 수 있게끔 노력했다. 태리가 처음 등장한 장면의 대사를 50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말투부터 목소리의 톤, 표정까지. 집에서 밥 먹다가, 길을 걷다가, TV를 보다가 문득 문득 떠올랐다. 대사 한 줄에 정말 많은 노선이 나왔다. 많이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중도를 지켰다. 더 세게 할까 싶었는데 PD님이 원하지 않았다. 촬영하고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태리가 악역이긴 한데 어설프다.(웃음)
10. 태리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던 이유는?
유라: 태리가 처한 상황을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나에게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일이다.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짠한 캐릭터라 감싸주고 싶었다. 태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스데이도 한창 활발히 활동할 때에 비해 팀 활동이 덜하다. 신인들을 보면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마 태리도 잘나가는 후배 연예인을 봤을 때 비슷한 심정을 느꼈을 거다.
10. 태리를 연기하며 ‘내려가야 할 때’를 상상해보기도 했겠다.
유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만 나에 대한 니즈(needs)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할 거다.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또 라디오라든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지 않나. 나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 같다. 다시 성공하기 위해서. 태리도 비슷하다. 다만 태리는 성공의 수단이 열애설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안 좋은 방법이다.(웃음)
10. 연기도 그 방법의 하나인가?
유라: 그렇다. 특히 연기는 나이가 60대가 돼도 하고 싶다. ‘라디오 로맨스’에서 태리는 방송작가님을 ‘아줌마’라고 부르고 악플러들과 싸우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연기로나마 해본다는 게 재밌었다. 매력적이다. 올해 낼 성질을 태리를 통해서 다 푼 느낌이다. 원래 성질을 잘 내는 성격이 아니라 소리 지르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속은 시원했다. 연기는 단순히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표현하는 것이니까. ‘라디오 로맨스’가 끝나고 나니까 극 중 모든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 같다. 사람이 태어나면 한 번의 인생을 사는데 연기는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특별한 기회인 것 같다.
10. 태리처럼 악성 댓글을 보기도 하나?
유라: 다 보지는 않는다. 댓글을 볼 때 공감 순으로 정렬해서 보는데, 그러면 욕이 좀 덜 하다. 반대로 최신 순으로 정렬하면 욕이 많다.(웃음) 좋은 내용의 댓글을 쭉 보고 악성 댓글은 호로록 넘긴다. 안 좋은 내용의 댓글을 보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도 상처받지는 않는다. ‘이거 아닌데?’ 하고 넘긴다. 악성 댓글이 안 달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나.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받는 거니까.
10. ‘라디오 로맨스’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나?
유라: (쑥스러워하며)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것은… 아직 내 연기를 잘 못 보겠다. 민망하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섰다. 촬영하고 나면 항상 아쉽기만 하다. 부족한 게 많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도 많고,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10.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유라: (김)소현(송그림 역)이와의 워맨스가 없었다! 원래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과 악역처럼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싸우는 게 아니라 잘 지낸다고 들었는데 설정이 바뀌었다. 만나자마자 내가 소현이의 뺨을 때려야 했다. 그래서 둘이 많이 아쉬워했다. 하준(김준우 역) 오빠와의 로맨스도 생각보다 늦게 시작돼 아쉬웠다.
10. 걸스데이의 멤버 전원이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서로 조언도 해주나?
유라: 조언을 해주기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난 이런 경우에 이렇더라’ ‘나는 이럴 때 이렇게 했어’ 이런 식이다. 그러고 보니 원래 이혜리가 내가 나온 드라마를 보고서 꼭 나를 놀리는데 이번에는 안 놀렸다. 왜지?(웃음)
10.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은 처음이었다. 어떤 점이 다르던가?
유라: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는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결말을 알고 촬영했지만, ‘라디오 로맨스’는 다음 회의 내용을 모른 채로 촬영했다. 상상한 것과 달랐다. 오늘 촬영한 게 내일 방송되니까 내가 몰랐던 인물의 과거도 나오고.(웃음)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어렵기도 했는데 그것만의 재미도 있었다. 미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현장에서 대사가 세 번씩 바뀐 때도 있었다. 그래도 16부작이라 긴 호흡을 갖고 연기를 한 덕분에 전작들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태리에게 몰입도 잘 됐다. 출연자들끼리 정도 많이 들었다.
10. 연기력은 얼마나 발전한 것 같나?
유라: 생각보다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 됐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그 전에 중국 드라마 ‘시크릿 엔젤'(2012)에 출연했다. ‘시크릿 엔젤’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작품이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웃음) 그때도 연습은 열심히 했지만 현장에 나가면 어려웠다. 지금 보라고 하면 다시 못 보겠다. 이제는 현장감이라는 것도 생기고 환경에 익숙해졌다.
10. 하준과의 로맨스 연기는 어땠나?
유라: 마지막 2회 정도에 하준 오빠와의 로맨스가 그려졌다. 극 중 오빠에게 못되게만 굴다가 갑자기 키스 신이 생겨서 어려웠다.(웃음) 우리는 현실 커플처럼 연기하려고 했다. 마냥 ‘꽁냥꽁냥’ 다정한 것보다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키스 신을 촬영하기 전에 하준 오빠가 ‘짧은 키스 할래, 어른 키스 할래? 선택해’라고 했다. 어른 키스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유라는 이 말을 하면서도 계속 깔깔 웃었다.) 짧게 한 번 입 맞추고 눈빛 주고받고 어른 키스하는 것으로 합의 봤다.
10. 가수와 배우는 어떻게 다른가?
유라: 가수는 3분의 무대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길다. 무대 위에서의 짜릿한 3분이 끝나면 허무하다. 대신 가수일 때는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반면 배우는 촬영하고 나서 작품이 방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내가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무대에서는 나 혼자가 아니라 멤버들과 함께다. 반면 연기는 내가 혼자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 정말 다르다. 둘 다 어렵다.(웃음)
10. 부담감과 책임감의 정도도 다르겠다.
유라: 그룹은 부담감이 4분의 1이다. 힘든 건 멤버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부르는 게 아니라 편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걸스데이 활동에서 느끼는 개인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더 좋은 무대, 노래, 앨범을 위한 부담감이다. 대중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춤도 더 연습하고, 더 예뻐지려고 살도 빼고.
10. 아직도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느끼나?
유라: 데뷔 초에 심했다. 그때는 회사의 강압으로 살을 빼야 했다. 스트레스는 더 받고 그러다 보면 더 먹고 싶고, 결국 안 빠지고. 오히려 연차가 높아지면서 살이 더 잘 빠지게 됐다.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빼서 그런 것 같다. 데뷔 초에 나를 보면 통통하다. 초콜릿 한 개도 마음 놓고 못 먹었는데도 그랬다. 회사에서 간섭하지 않는 순간부터 잘 빠졌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신인들에게 살 빼라고 압박 주지 말라고.(웃음)
10. 데뷔 9년 차인데, 슬럼프는 없었나?
유라: 아직 겪은 적 없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예능 프로그램에 막 나가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SBS ‘스타킹’ 이런 데 출연할 때. 프롬프터에 제가 해야 할 대사가 나오는데 끼어들지를 못했다. 출연자들끼리 다 친해지는데 나 혼자 못 친해지고.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예능 촬영장에서 심했다. 힘들었다. 녹음실 가서 혼자 울고 그랬다.
10. 이제는 예능에서 유쾌한 입담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유라: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아마 Mnet ‘비틀즈코드’에 출연했을 때부터인 것 같다. 내가 21살 때였을 거다. 데뷔 초에 회사에서 나를 시크한 이미지의 멤버로 밀었다. 시크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고 활동하다 보니 내 성격대로 할 수가 없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비틀즈코드’에서 내 성격이 나왔다. 내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괜찮아졌다.
10.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인가?
유라: 그렇다. 힘들 때도 잠깐 힘들었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힘든 걸 잘 못 참는다. 자기방어가 센 것 같기도 하다.
10.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
유라: ‘라디오 로맨스’에서처럼 실제의 나와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완전히 소심한 인물이나 싸한 느낌의… 살인자?(웃음) 아니면 사극에서 여자 호위무사도 해보고 싶다. 내 성격이나 모습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서 매력을 느낀다. 나와 닮은 역을 맡으면 내 말투를 쓰게 되는데, 다른 역을 맡으면 나 자체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10. 차기작이나 걸스데이 활동 계획은?
유라: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걸스데이는 열심히 노래를 받고 있다. 좋은 노래가 나오면 컴백할 거다.
10. 올해 27살이 됐다.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유라: 시간이 진짜 빠르다. 걸스데이 활동도 하고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싶다. 일도 빡세게, 노는 것도 빡세게!(웃음) 그래서 요즘은 자는 시간이 아깝다. 한번 놀 때 24시간 확실히 놀려고 한다. 우선 볼링을 치고, 집에 돌아와서 먹고 휴대폰 갖고 놀다가 컴퓨터 하고 TV도 보고…. 자기계발로는 발레, 킥복싱,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예전에는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 욕심이 많아졌다. 그런데 영어가 정말 어렵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10. 볼링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유라: 애버리지 점수 200을 지켰다.(웃음) MBC ‘2018 설특집 아육대(아이돌스타 육상·볼링·양궁·리듬체조·에어로빅 선수권 대회)’ 볼링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수준이 안 맞는다고 해서 못 나갔다. 아쉬웠다. 거기서 애버리지 점수 200을 딱 치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하하. 프로 볼러도 도전해보고 싶다. 올해 더 열심히 해보고 점수가 잘 유지되면 도전해볼까 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연기하고 싶었어요.”10. 첫 주연작이자 악역에 도전한 ‘라디오 로맨스’를 마친 소감은?
지난 20일 종영한 KBS2 ‘라디오 로맨스’에서 악역 진태리를 맡아 열연한 걸스데이 유라의 말이다. 유라가 연기한 진태리는 극 중 아역 출신의 데뷔 20년 차 배우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인기가 떨어지자 톱스타 지수호(윤두준)와 열애설을 터뜨려서라도 화제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인물이다. 유라는 “태리의 심정을 알 것 같다”고 했다. 2010년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어느덧 9년 차에 접어든 유라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태리의 마음이 짠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단다.
유라는 그간 가수이자 배우로, 또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면에는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화면에 더 예쁘게 나오기 위해 끼니를 거르며 살을 빼고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춤 연습을 반복했으며,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단역부터 연기를 시작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치열했던 덕분에 ‘최정상 걸그룹’의 멤버가 됐다. 그런 유라에게도 언젠가 내려가야 할 순간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유라는 그때에도 다시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사랑스러운 미소와 함께.
유라: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실감이 잘 안 난다. 부르면 (촬영장에) 나가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는데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다. 또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좋았다. 서로 너무 친해졌다.
10. 어떤 악역을 만들고자 했나?
유라: 밝게 그리고 싶었다. 태리의 대사가 전반적으로 셌다. 미운 면이 있었는데, 나는 태리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시청자들도 그렇게 볼 수 있게끔 노력했다. 태리가 처음 등장한 장면의 대사를 50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말투부터 목소리의 톤, 표정까지. 집에서 밥 먹다가, 길을 걷다가, TV를 보다가 문득 문득 떠올랐다. 대사 한 줄에 정말 많은 노선이 나왔다. 많이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중도를 지켰다. 더 세게 할까 싶었는데 PD님이 원하지 않았다. 촬영하고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태리가 악역이긴 한데 어설프다.(웃음)
10. 태리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던 이유는?
유라: 태리가 처한 상황을 경험해본 건 아니지만 나에게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찾아올 일이다.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짠한 캐릭터라 감싸주고 싶었다. 태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스데이도 한창 활발히 활동할 때에 비해 팀 활동이 덜하다. 신인들을 보면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마 태리도 잘나가는 후배 연예인을 봤을 때 비슷한 심정을 느꼈을 거다.
10. 태리를 연기하며 ‘내려가야 할 때’를 상상해보기도 했겠다.
유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지만 나에 대한 니즈(needs)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할 거다.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또 라디오라든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지 않나. 나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 같다. 다시 성공하기 위해서. 태리도 비슷하다. 다만 태리는 성공의 수단이 열애설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안 좋은 방법이다.(웃음)
10. 연기도 그 방법의 하나인가?
유라: 그렇다. 특히 연기는 나이가 60대가 돼도 하고 싶다. ‘라디오 로맨스’에서 태리는 방송작가님을 ‘아줌마’라고 부르고 악플러들과 싸우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연기로나마 해본다는 게 재밌었다. 매력적이다. 올해 낼 성질을 태리를 통해서 다 푼 느낌이다. 원래 성질을 잘 내는 성격이 아니라 소리 지르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속은 시원했다. 연기는 단순히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표현하는 것이니까. ‘라디오 로맨스’가 끝나고 나니까 극 중 모든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 같다. 사람이 태어나면 한 번의 인생을 사는데 연기는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특별한 기회인 것 같다.
10. 태리처럼 악성 댓글을 보기도 하나?
유라: 다 보지는 않는다. 댓글을 볼 때 공감 순으로 정렬해서 보는데, 그러면 욕이 좀 덜 하다. 반대로 최신 순으로 정렬하면 욕이 많다.(웃음) 좋은 내용의 댓글을 쭉 보고 악성 댓글은 호로록 넘긴다. 안 좋은 내용의 댓글을 보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도 상처받지는 않는다. ‘이거 아닌데?’ 하고 넘긴다. 악성 댓글이 안 달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나.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받는 거니까.
10. ‘라디오 로맨스’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나?
유라: (쑥스러워하며)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것은… 아직 내 연기를 잘 못 보겠다. 민망하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섰다. 촬영하고 나면 항상 아쉽기만 하다. 부족한 게 많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도 많고,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10. 어떤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유라: (김)소현(송그림 역)이와의 워맨스가 없었다! 원래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과 악역처럼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싸우는 게 아니라 잘 지낸다고 들었는데 설정이 바뀌었다. 만나자마자 내가 소현이의 뺨을 때려야 했다. 그래서 둘이 많이 아쉬워했다. 하준(김준우 역) 오빠와의 로맨스도 생각보다 늦게 시작돼 아쉬웠다.
유라: 조언을 해주기보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난 이런 경우에 이렇더라’ ‘나는 이럴 때 이렇게 했어’ 이런 식이다. 그러고 보니 원래 이혜리가 내가 나온 드라마를 보고서 꼭 나를 놀리는데 이번에는 안 놀렸다. 왜지?(웃음)
10.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은 처음이었다. 어떤 점이 다르던가?
유라: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는 대본이 다 나온 상태에서 결말을 알고 촬영했지만, ‘라디오 로맨스’는 다음 회의 내용을 모른 채로 촬영했다. 상상한 것과 달랐다. 오늘 촬영한 게 내일 방송되니까 내가 몰랐던 인물의 과거도 나오고.(웃음)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어렵기도 했는데 그것만의 재미도 있었다. 미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현장에서 대사가 세 번씩 바뀐 때도 있었다. 그래도 16부작이라 긴 호흡을 갖고 연기를 한 덕분에 전작들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태리에게 몰입도 잘 됐다. 출연자들끼리 정도 많이 들었다.
10. 연기력은 얼마나 발전한 것 같나?
유라: 생각보다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 됐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그 전에 중국 드라마 ‘시크릿 엔젤'(2012)에 출연했다. ‘시크릿 엔젤’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작품이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웃음) 그때도 연습은 열심히 했지만 현장에 나가면 어려웠다. 지금 보라고 하면 다시 못 보겠다. 이제는 현장감이라는 것도 생기고 환경에 익숙해졌다.
10. 하준과의 로맨스 연기는 어땠나?
유라: 마지막 2회 정도에 하준 오빠와의 로맨스가 그려졌다. 극 중 오빠에게 못되게만 굴다가 갑자기 키스 신이 생겨서 어려웠다.(웃음) 우리는 현실 커플처럼 연기하려고 했다. 마냥 ‘꽁냥꽁냥’ 다정한 것보다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키스 신을 촬영하기 전에 하준 오빠가 ‘짧은 키스 할래, 어른 키스 할래? 선택해’라고 했다. 어른 키스라는 말이 너무 웃겼다.(유라는 이 말을 하면서도 계속 깔깔 웃었다.) 짧게 한 번 입 맞추고 눈빛 주고받고 어른 키스하는 것으로 합의 봤다.
10. 가수와 배우는 어떻게 다른가?
유라: 가수는 3분의 무대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길다. 무대 위에서의 짜릿한 3분이 끝나면 허무하다. 대신 가수일 때는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반면 배우는 촬영하고 나서 작품이 방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내가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무대에서는 나 혼자가 아니라 멤버들과 함께다. 반면 연기는 내가 혼자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 정말 다르다. 둘 다 어렵다.(웃음)
10. 부담감과 책임감의 정도도 다르겠다.
유라: 그룹은 부담감이 4분의 1이다. 힘든 건 멤버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부르는 게 아니라 편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걸스데이 활동에서 느끼는 개인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더 좋은 무대, 노래, 앨범을 위한 부담감이다. 대중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춤도 더 연습하고, 더 예뻐지려고 살도 빼고.
10. 아직도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느끼나?
유라: 데뷔 초에 심했다. 그때는 회사의 강압으로 살을 빼야 했다. 스트레스는 더 받고 그러다 보면 더 먹고 싶고, 결국 안 빠지고. 오히려 연차가 높아지면서 살이 더 잘 빠지게 됐다.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빼서 그런 것 같다. 데뷔 초에 나를 보면 통통하다. 초콜릿 한 개도 마음 놓고 못 먹었는데도 그랬다. 회사에서 간섭하지 않는 순간부터 잘 빠졌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신인들에게 살 빼라고 압박 주지 말라고.(웃음)
10. 데뷔 9년 차인데, 슬럼프는 없었나?
유라: 아직 겪은 적 없다. 제일 힘들었던 때는 예능 프로그램에 막 나가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SBS ‘스타킹’ 이런 데 출연할 때. 프롬프터에 제가 해야 할 대사가 나오는데 끼어들지를 못했다. 출연자들끼리 다 친해지는데 나 혼자 못 친해지고.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예능 촬영장에서 심했다. 힘들었다. 녹음실 가서 혼자 울고 그랬다.
10. 이제는 예능에서 유쾌한 입담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유라: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아마 Mnet ‘비틀즈코드’에 출연했을 때부터인 것 같다. 내가 21살 때였을 거다. 데뷔 초에 회사에서 나를 시크한 이미지의 멤버로 밀었다. 시크해야 한다는 강박을 안고 활동하다 보니 내 성격대로 할 수가 없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비틀즈코드’에서 내 성격이 나왔다. 내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괜찮아졌다.
10.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인가?
유라: 그렇다. 힘들 때도 잠깐 힘들었다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힘든 걸 잘 못 참는다. 자기방어가 센 것 같기도 하다.
유라: ‘라디오 로맨스’에서처럼 실제의 나와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완전히 소심한 인물이나 싸한 느낌의… 살인자?(웃음) 아니면 사극에서 여자 호위무사도 해보고 싶다. 내 성격이나 모습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서 매력을 느낀다. 나와 닮은 역을 맡으면 내 말투를 쓰게 되는데, 다른 역을 맡으면 나 자체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다.
10. 차기작이나 걸스데이 활동 계획은?
유라: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걸스데이는 열심히 노래를 받고 있다. 좋은 노래가 나오면 컴백할 거다.
10. 올해 27살이 됐다.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유라: 시간이 진짜 빠르다. 걸스데이 활동도 하고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싶다. 일도 빡세게, 노는 것도 빡세게!(웃음) 그래서 요즘은 자는 시간이 아깝다. 한번 놀 때 24시간 확실히 놀려고 한다. 우선 볼링을 치고, 집에 돌아와서 먹고 휴대폰 갖고 놀다가 컴퓨터 하고 TV도 보고…. 자기계발로는 발레, 킥복싱, 영어를 배우려고 한다. 예전에는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 욕심이 많아졌다. 그런데 영어가 정말 어렵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10. 볼링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유라: 애버리지 점수 200을 지켰다.(웃음) MBC ‘2018 설특집 아육대(아이돌스타 육상·볼링·양궁·리듬체조·에어로빅 선수권 대회)’ 볼링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수준이 안 맞는다고 해서 못 나갔다. 아쉬웠다. 거기서 애버리지 점수 200을 딱 치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하하. 프로 볼러도 도전해보고 싶다. 올해 더 열심히 해보고 점수가 잘 유지되면 도전해볼까 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