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인중과 턱을 덮고 있던 수염은 말끔하게 밀렸다. 까칠하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능청스러운 웃음과 엉뚱한 농담이 빈 자리를 메웠다. 지난 20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괴짜 라디오PD 이강을 연기한 배우 윤박을 만났다.
“이강은 제게 도전적인 역할이었어요. ‘잘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 뿌듯합니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소현이나 (윤)두준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수행을 위해 인도로 떠났다가 돌아온 PD’라는 설정을 위해 윤박은 수염을 길렀다. 머리카락도 일부러 헝클어뜨렸다. ‘이강이 윤박이라는 걸 시청자가 모를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문준하 PD의 바람을 윤박은 충실히 따랐다.
“이강은 자유롭고 소신이 강해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게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이강은 ‘망나니’로 소개되지만… 저는 ‘망아지’ 같다고 할까요.(웃음) 기분이 좋아지면 사람들에게 많이 엉겨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경계하려는 편이고요. 이강의 ‘망아지’ 지수가 100이라면 저는 60, 아니 70 정도 될 것 같네요. 하하.”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강을 연기하는 게 쉬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윤박은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게 함정이 될 수도 있다”며 “내가 편하게 연기하는 것과 남들이 좋은 연기로 봐주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강에게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했다. 비현실적으로 설정된 캐릭터여서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자 했다. 윤박은 아끼는 후배 송그림(김소현), 연적 지수호(윤두준), 갈등 관계에 있는 남주하(오현경) 등을 마주할 때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꺼내들며 이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재벌 2세(MBC ‘여왕의 꽃’), 일류 대학 출신 엘리트(SBS ‘돌아와요 아저씨’), 업계 1위 홍보회사의 대표이사(tvN ‘내성적인 보스’) 등 도회적인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해왔던 윤박은 최근 다양한 인물을 얼굴에 담아내며 연기 폭을 넓히고 있다. 변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깨뜨리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은 있죠. 제가 잘하는 역할만 보여주는 것도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연기가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칭찬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욕을 먹더라도 기 죽지 않으면서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무대 연기에도 관심이 많다. 2014년 연극 ‘관객모독’을 시작으로 ‘망원동 브라더스’(2016), ‘3일간의 비’(2017)에 출연하며 무대와 끈을 이어가고 있다. 윤박은 지금도 1년에 한 편씩은 연극을 하고 싶단다. 연극 한 편이 연기력을 대폭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그에겐 즐겁다.
윤박은 끼가 많은 배우다. 2010년 추억을 남기려고 나갔던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 ‘4차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호기심도 많고 에너지도 많다. 윤박은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 밖에 나가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지장은 없다”며 웃었다.
차기작으로 영화 ‘조선공갈패’를 택해 크랭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윤박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윤박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그의 각오는 초심에 가깝다는 의미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칭찬을 들을 수도 있고 쓴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요. 듣기 좋은 말이라고 해서 다 옳거나 쓰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되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된다고 믿어요. 제가 연기하는 장면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잊지 않으면 된다고요. 사실 전 아직도 TV에 나오는 제 모습이 신기해요. 막연히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키우기 시작한 배우의 꿈이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연기하며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이강은 제게 도전적인 역할이었어요. ‘잘해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 뿌듯합니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소현이나 (윤)두준이…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수행을 위해 인도로 떠났다가 돌아온 PD’라는 설정을 위해 윤박은 수염을 길렀다. 머리카락도 일부러 헝클어뜨렸다. ‘이강이 윤박이라는 걸 시청자가 모를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문준하 PD의 바람을 윤박은 충실히 따랐다.
“이강은 자유롭고 소신이 강해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그게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이강은 ‘망나니’로 소개되지만… 저는 ‘망아지’ 같다고 할까요.(웃음) 기분이 좋아지면 사람들에게 많이 엉겨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경계하려는 편이고요. 이강의 ‘망아지’ 지수가 100이라면 저는 60, 아니 70 정도 될 것 같네요. 하하.”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강을 연기하는 게 쉬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윤박은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게 함정이 될 수도 있다”며 “내가 편하게 연기하는 것과 남들이 좋은 연기로 봐주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강에게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했다. 비현실적으로 설정된 캐릭터여서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자 했다. 윤박은 아끼는 후배 송그림(김소현), 연적 지수호(윤두준), 갈등 관계에 있는 남주하(오현경) 등을 마주할 때마다 각기 다른 표정을 꺼내들며 이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깨뜨리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은 있죠. 제가 잘하는 역할만 보여주는 것도 (배우 생활을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연기가 재밌고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칭찬을 받는다면 좋겠지만 욕을 먹더라도 기 죽지 않으면서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무대 연기에도 관심이 많다. 2014년 연극 ‘관객모독’을 시작으로 ‘망원동 브라더스’(2016), ‘3일간의 비’(2017)에 출연하며 무대와 끈을 이어가고 있다. 윤박은 지금도 1년에 한 편씩은 연극을 하고 싶단다. 연극 한 편이 연기력을 대폭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그에겐 즐겁다.
차기작으로 영화 ‘조선공갈패’를 택해 크랭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윤박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자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윤박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그의 각오는 초심에 가깝다는 의미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도 감사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칭찬을 들을 수도 있고 쓴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요. 듣기 좋은 말이라고 해서 다 옳거나 쓰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거예요.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되 제가 해왔던 대로 하면 된다고 믿어요. 제가 연기하는 장면이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잊지 않으면 된다고요. 사실 전 아직도 TV에 나오는 제 모습이 신기해요. 막연히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키우기 시작한 배우의 꿈이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연기하며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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