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언젠가부터 ‘고막여친(남친)’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쉽게 비유하자면 ‘내 귀의 캔디’ 같은 존재다. 수요에 공급이 따라오듯, 고막 연인이란 신조어의 등장 뒤엔 퍽퍽한 청춘들의 삶이 있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마른 채소 같은 삶에 생기와 위로를 전해 줄 진짜 ‘고막여친(남친)’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고막여친(남친): 연인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를 뜻하는 신조어

‘좋아해’부터 ‘쇼콜라 체리밤’까지, 요조의 대표곡들엔 ‘고막여친’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달콤한 곡들이 가득하다. 그런 그가 최근 이색적인 행보를 보였다. 영화 감독으로 변신해 자신의 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일어납니다’(이하 ‘나아당궁’)를 영화로 만든 동명의 단편을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개최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것. 앨범은 지난 16일 발매됐다. 그가 가진 매력의 끝은 어디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고막여친, 요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조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나아당궁’은 우연히 제주로 여행을 떠난 세 사람이 바닷가에서 만난 옆 텐트의 대가족 중 도통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노인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타인의 죽음과 그것이 또 다른 타인에게 가지는 무게’에 관해 얘기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닥칠 때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비극이 되죠. 그러나 그것이 타인의 문제가 될 때 죽음은 너무나 가소로워져요. 이러한 무게의 차이가 자아내는 난센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주제에 관해 동명의 제목으로 미리 써둔 글을 시나리오화 했습니다.”

‘나아당궁’은 총 3일 동안 제주도에서 촬영됐다. 3일이라고는 하지만, 메가폰을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촬영에서 쇼케이스까지, 요조에게 그 시간은 어땠을까. 그는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생각은 잘 나지 않는다. ‘경험 없음’에서 오는 긴장감이 굉장히 컸다는 것만 기억난다”며 웃었다.

“전주에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었어요. 총 세 번 상영됐고 전 두번을 극장에서 관람했는데 관객들이 웃고 반응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짜릿했죠. 배우들도 다 참석해줬고 어디를 가도 음식들이 맛있었어요. 바보같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주영화제를 일년 내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상상력을 더해 만약 가상의 남자 친구가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냐고 묻자 요조는 “힘들어 할 나의 가상의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The Selfish’를 들려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에게도 ‘고막여친’이나 ‘고막남친’이 있냐고 묻자, 요조는 그렇다고 답했다. 요조의 ‘고막여친’은 ‘블론드 레드헤드(Blonde Redhead)’, ‘고막남친’은 ‘베니 싱스(Benny Sings)’다. 베니 싱스의 노래 중에서도 ‘리틀 도나(Little Donna)’를 즐겨 듣는다.

요조는 독립 서점 ‘책방 무사’의 주인이기도 하다. 노래와 함께 상상의 여친으로서 연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냐고 물으니 “잘 보이고 싶으니까 내가 얼마 전에 만든 동화책 ‘이구아나’를 추천한다”라는 귀여운 대답이 돌아왔다.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요조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그는 앞으로 제주도로 이전하는 ‘책방 무사’의 오픈에 주력할 예정이다.

“제 거주지를 제주로 옮기게 돼 책방도 같이 이주하게 됐어요. 위치는 제주의 동쪽에 위치한 송당이라는 곳이에요. 지금은 공사 중에 있고 7월 정도에 오픈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해요. 서울과는 분명 달라질텐데 그건 오픈하고 몇 달 운영해봐야 알 것 같아요. 단적으로 어떤 손님들이 책방에 오실 것인지 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요. 방송 출연이요? 저와 잘 맞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습니다.”(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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