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토론회 포스터 / 사진제공=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토론회 포스터 / 사진제공=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17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조승래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이 주최하고 학계, 산업계 등 29개 협회들이 공동주관한 ‘차기정부 문화산업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에는 영화·대중음악·드라마·애니메이션·만화·게임·모델·연예 매니지먼트· 대중문화 예술인·저작권 산업계 등 문화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산업 현장을 대표하는 협회들이 공동 작성한 ‘차기정부 문화산업정책 5대 과제’가 발표됐다.

22개 협회들을 대표해 (사)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최현용 소장이 ‘차기정부 문화산업정책의 기본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발제에 나선 최현용 소장은 한국 문화산업의 현재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한류’로 대표되는 지난 10년 간의 양적 지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 현장은 침체됐고, 산업의 구조적 양극화로 문화산업 성장의 요체인 중소제작사의 콘텐츠 제작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러한 위기 진단을 통해 문화산업 지원체계의 전면적 혁신을 요구했다.

정부부처 개편에 대해서는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문화산업을 포괄하는 ICT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돼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문화산업 진흥과 규제의 관할권을 문체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업계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문화산업의 요체인 중소제작사의 ‘창작 역량’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보다는 창의성, 유통보다는 제작 중심의 산업진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ICT융합 콘텐츠의 관할권을 문체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역발상을 주문한 셈이다.

업계는 대신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해체하고 장르·생태계별로 세분화된 지원기구들로 전면 재편하는 ‘파격’을 요구했다. MB정부 초기 강행되었던 장르별 지원기구들의 통폐합과 통합적 콘텐츠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으니 이제 한국콘텐츠진흥원부터 해체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순리임을 현장의 목소리를 빌어 증언한 셈이다. 영화, 방송영상, 대중음악,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연예매니지먼트 등 각기 다른 장르들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지원기구들이 만들어지면 ‘한류의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희망이다.

한편 업계는 산업구조의 양극화를 낳은 독점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법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을 요구했다. 최근 자율규제와 규제완화를 화두로 제시한 대기업들과는 달리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대중문화예술인들은 독점과 불공정거래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해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대기업과 중조제작사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규제 완화에 대한 업계의 요구는 ‘표현의 자유’와 ‘문화향유의 권리’문제로 모아졌다. 업계는 창작과 이용의 자유를 오랫동안 침해해 왔던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와 게임셧다운제의 폐지를 요구했고, 법정등급분류제도를 자율 심의제로 개선하여 문화산업 모든 장르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의 콘텐츠를 수입·유통하던 과거와 달리 우리의 콘텐츠를 제작·수출하는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문화산업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끝으로 업계는 산업 구조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몰가치한 양적 성장”에서 “중소제작사 주도의 질적 성장”으로 문화산업 진흥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산업진흥기금의 조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출판 등 일부 장르에만 주어졌던 부가가치세 면세제도를 문화상품 전 영역으로 확대하여 통신사, 포털, 모바일마켓 등 콘텐츠 유통·플랫폼 대기업들이 이를 납부하도록 하면, 연1조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22개 참여 협회들의 대표 간사인 김성훈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해외분과장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문화산업계 전체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의 생각이 배제됐다고 봤기 때문에 협회들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요 대선후보와 정당 및 정부에 지속적으로 업계의 뜻을 전달하려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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