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더데빌’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더데빌’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2014년 초연 이후 약 3년 만에 재연을 알린 뮤지컬 ‘더데빌’이 지난 14일 개막, 베일을 벗었다. 기존의 3인극에서 4인극으로의 캐릭터 재구성, 기존 뮤지컬 넘버의 70%이상 재편곡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우선 ‘더데빌’은 스토리텔링보다는 넘버와 각 장면의 이미지를 통해 마치 한 편의 쇼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최소한의 서사를 뼈대로 삼으며 설명적인 대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상태와 심리를 표현하는 것. 텍스트화된 대사와 뚜렷한 기승전결로 작품을 구성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이미지를 통해 구성된 ‘더데빌’은 전에 본 적 없는 참신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했다.

이 같은 ‘더데빌’만의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실력파 창작진들의 공이 크다. 이지나 연출은 ‘도리안 그레이’ ‘곤 투모로우’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전작을 통해 드러낸 바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탐미적인 연출에 인간의 ‘선택’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결합해 ‘더데빌’만의 현실과 초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담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 별도의 무대 전환 없이 조명을 통해 드라마를 부각시키는 ‘더데빌’은 가히 색과 빛을 통해 만들어가는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원유섭 조명 디자이너는 100여대가 넘는 무빙 라이트를 사용해 소극장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강렬함을 선사했다.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선보인 2층 높이 X자 형태 무대는 얽혀있는 4명의 시선이 결국 하나의 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점과 X의 시선에 대한 표현하고 있으며 강렬한 조명이 더해지면서 각 캐릭터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다 격정적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더불어 총 25곡의 넘버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강렬한 록 비트와 웅장한 클래식 사운드를 바탕으로 유혹과 선택, 그 사이에 선 인간이 느끼는 좌절, 고뇌, 애정, 후회 등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넘버를 통해 서사를 채우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만큼 작품 속 넘버의 역할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간결한 서사를 채우는 상징적 이미지와 강렬한 넘버 외에도 ‘더데빌’이 관객들에게 흥미를 자극 하는 데에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11명의 배우들이 있다.

X – White역의 임병근은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강렬한 선(善)의 의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최근 JTBC ‘팬텀싱어’에서 우승한 고훈정 역시 뛰어난 가창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조형균은 클래식과 록을 오가는 넘버를 소화한다.

장승조, 이충주는 각기 다른 느낌의 X - Black을 연기,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장승조가 미성의 고음과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이충주는 남성미 넘치는 저음을 자랑하며 무게감을 더한 X - Black을 그린다. 박영수는 초연의 X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존 파우스트는 성공과 쾌락이라는 욕망에 유혹 당하는 보편적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송용진은 초연보다 깊어진 연기로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송용진만의 록 스피릿이 더해져 보다 폭발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정욱진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레첸 역의 리사, 이하나, 이예은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더데빌’은 오는 4월 30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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