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너의 이름은.’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너의 이름은.’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연일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4일 개봉돼 2주가 넘었지만 2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쟁쟁한 국내외 작품 사이에서도 당당히 정상에 오르며 선전 중이다.

1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지난 17일 하루 동안 9만 33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누적관객수는 268만 247명이다.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흥행 2위라는 기록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비롯해서 깊이 있는 여운으로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무엇보다 OST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음악을 만든 노다 요지로가 지난 17일 내한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18일에는 서울 중구 광희동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흥행 감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일본의 록밴드 레드윔프스(RADWIMPS)의 멤버인 노다 요지로는 ‘너의 이름은’의 음악을 만들어 일본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고 향후 한국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10.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도 굉장히 인기다. 음악을 만든 만큼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노다 요지로 :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듣고,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어제(17일) 급히 한국으로 왔다. 무대 인사도 많이 했고,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직접 인사를 하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10. 일본에서는 음악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노다 요지로 : 사실 그저께 들었는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 영화에 출연했을 때 아카데미에서 신인상을 받은 적 있는데 당시 음악을 만들어서 음악상을 수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바람이 이뤄져서 매우 기쁘다.

10. 한국에서는 ‘너의 이름은’의 OST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노다 요지로 : ‘너의 이름은’이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늘고 길게 오래 갈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 했다. 첫 OST 작업이었기 때문에 1년 반 동안 스스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작업했다.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 마음이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 빨리 직접 연주하면서 퍼포먼스와 더불어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10.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노다 요지로의 음악을 듣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고친 부분까지 있다고 했는데, 감독의 세계관을 음악으로 어떻게 구현했나.
노다 요지로 : 1년 반 동안 작업을 함께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가사가 있는 곡을 모두 합하면 10곡이 넘는데,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대화를 통해 바뀌었다. 내가 양보를 못하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 감독 역시 양보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밀접하게, 또 밀도 높은 대화를 통해 작업이 이뤄졌기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었다.

록밴드 래드윔프스 타케다 유스케(왼쪽부터), 노다 요지로, 쿠와하라 아키라 /사진=노다 요지로 트위터
록밴드 래드윔프스 타케다 유스케(왼쪽부터), 노다 요지로, 쿠와하라 아키라 /사진=노다 요지로 트위터
10. 제안은 어떻게 이뤄졌나.
노다 요지로 : 신카이 감독이 구체적으로 처음부터 같이 하자고 말한 게 아니었다. 처음엔 ‘음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가볍게 제안했고, 두 번 이상 만나면서 작품의 전반적인 음악 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대화를 나누고 나의 상태를 보면서 순서에 따라 제안을 한 것 같다.

10. OST가 마치 J팝 같은 느낌이 든다. 일본 영화 음악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만 있는 게 아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의도였는지, 노다 요지로의 의견인지 궁금하다.
노다 요지로 : 감독의 의지가 강했다. 영화라는 포맷에 가사가 있는 곡이 4곡이나 들어간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껴서 ‘괜찮은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신카이 감독은 지금까지는 없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미리 생각해둔 이미지가 있었다. 음악 역시 개성 넘치는 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극중 대사를 빼기도 하면서 곡에 가사를 안고 갔다. 어디에도 없던 영화, 감독의 발상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10. 그 때문인지, OST 작업이 음반처럼 방대하게 이뤄졌다. 힘든 점은 없었나.
노다 요지로 : 사실 작업을 할 때는 즐거웠다. 다만 지금까지는 판단이나 최종 결정권이 모두 나에게 있었는데 이번엔 제3자, 감독의 판단으로 음악이 완성됐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나를 끄집어낸 계기가 됐다. 누군가를 위해 만들 때 나의 또 다른 부분이 발휘되고, 그게 매우 큰 동기가 된다는 걸 알았다.

10. 영화를 보지 않고 만드는 작업이기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다 요지로 : 1년 반 이상의 작업을 영화를 보지 못한 채 진행했다. 그동안은 감독이 흰 종이에 그려준 스케치를 보면서 했다. 거기엔 중요한 요소, 또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그려져 있었는데 인물의 구체적인 표정은 나와있지 않았다. 동시에 각본을 몇 백 번을 다시 읽으며 타키와 미츠하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면서 곡을 썼다.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 것으로 받아들여 내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사, 음악을 만들었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너의 이름은’ 스틸컷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10.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묘하겠다.

노다 요지로 : 정말 충격이었다. 그저 하얀 종이 위 스케치였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탄생했다는 걸 보고 놀랐다. 각본을 읽고 스토리를 이해했지만 완성된 영상을 보니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영상에 가사가 있는 음악이 위화감을 주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전혀 괴리감을 느끼지 못 했다. 다만 내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서 부끄러운 마음은 조금 있었다. 우리가 일심동체가 돼 영화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큰 감동이었다.

10. 앞으로도 영화 음악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 있나.
노다 요지로 : 하겠다고 대답을 정확히 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너의 이름은’의 음악 작업을 하기 전에는 영화를 볼 때도 OST를 의식해서 듣지 않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유심히 듣게 됐다. 영화를 보는 눈도 달라지게 된 거다.

10. 레드윔프스의 위치나 행보도 바뀔 것 같은가.
노다 요지로 : 변했다는 건 실감한다. 메이저의 음악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는 밴드였다. TV에도 나가지 않고 존재하는 듯, 하지 않는 듯 자유롭게 활동했다. 이 영화 음악을 하면서 세상의 정중앙에 서게 된 거다. 그게 가장 큰 변화이다. 해온 것에 대한 집착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좋은 기회가 돼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 배우로서의 노다 요지로도 볼 수 있나.
노다 요지로 : 영화 ‘화장실의 피에타'(2015) 이후 줄곧 밴드 활동만 해왔는데, 조금씩 출연 제안도 들어오고 있어서 시간이 맞으면 하고 싶다. 결국 모든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 흥미로운 작업이라는 신호가 온다면 뛰어 들 생각이다. ‘너의 이름은’도 처음엔 아주 작은 방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10. 끝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노다 요지로 :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이번 내한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를 담아 간다. 일본의 작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또 올해 안에 한국에서 레드윔프스의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너의 이름은’의 오리지널 버전도 부를 예정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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