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김구라, 박선영 아나운서 / 사진제공=SBS ‘본격연예 한밤’
김구라, 박선영 아나운서 / 사진제공=SBS ‘본격연예 한밤’
지난 1995년 첫 방송된 SBS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 ‘한밤의 TV연예’가 지난 3월 방송 21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았다.

완전한 폐지는 아니었다. 급변한 미디어 환경 속 속보성과 새로움을 잃고 연예계 핫이슈만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던 ‘한밤의 TV연예’에 변화를 주기 위한 잠깐의 휴식기였다.

‘한밤의 TV연예’는 9개월 후 ‘본격연예 한밤’으로 돌아와 지난 6일 첫 방송을 마쳤다. 살짝 무게를 준 타이틀에 연예계 호사가 김구라와 ‘뽀뽀녀’로 유명한 박선영 아나운서를 내세운 채였다. ‘라디오스타’·’썰전’ 등 다수의 방송을 통해 진행력을 키운 김구라와 SBS 정통 뉴스 아나운서 박선영이 주는 무게감도 더해져 있었다.

김구라는 한층 신중하면서도 날카롭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패널들이 전달하는 정보들을 접하며 촌철살인 입담을 뽐낸 것은 물론 간간이 예능감을 발휘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주요 역할을 했다.

박선영 아나운서 역시 뉴스 진행 실력을 살려 상황을 정리하고 내용을 깔끔하게 요약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연예계를 너무 몰라 공부를 했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더니 김구라에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돌직구 위로를 건네는 등 예측불가 모습을 보여주기도.

무엇보다 ‘본격연예 한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특징은 큐레이팅 연예뉴스라는 점이다. 이미 보도된 기사 내용을 리포터들이 재밌게 전달하는 것에 만족했던 기존 연예뉴스와 달리 패널 각자의 직관과 해석을 바탕으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가치 있는 정보만을 선별하여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본격연예 한밤’ 패널들 / 사진제공=SBS
‘본격연예 한밤’ 패널들 / 사진제공=SBS
이에 패널들도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교체됐다. ‘한밤’의 아이콘 조영구까지 자취를 감췄고 ‘공부의 신’ 저자로 유명한 강성태, 남성지 편집장 출신의 신동헌 칼럼니스트, 패션지 에디터 신기주, ‘롤 여신’ 조은정, 글로벌 ‘엄친아’ 김주우 아나운서 등 교양 프로그램 패널로도 손색없는 이들이 자리를 채웠다.

덕분에 이들이 준비한 내용은 더 깊이있고 새로워졌다. 특히 신동헌 칼럼니스트는 이날 강정호 선수의 음주운전 블랙박스를 공개하며 당시 그가 탄 차량모델과 수리비 등을 자세하게 전달해 흥미를 높였다. 사고 경위와 이후 구단 측의 입장도 함께 전달했다.

신기주 기자는 한때 가요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천재 감독 차은택의 몰락 과정을 다루며 한층 분위기를 진지하게 했다. 그는 차은택이 어떻게 ‘문화 선도자’로 이름을 떨치게 됐는지, 과거 화려했던 시절과 침체기를 겪으며 정치인과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를 집중 조명했다. 신기주 기자는 차은택에게 “타락한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날카로운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보통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생방송인 것과 달리 녹화 및 편집을 거쳐 방송된다는 점 역시 ‘본격연예 한밤’의 특징이다. 덕분에 여유있는 녹화가 이뤄졌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더 풍성해졌다.

성역 없는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갔던 ‘한밤의 TV연예’와 달리 대국민 촛불집회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집회에 참여한 가수들을 인터뷰했고, 풍성한 자료를 위해선 타사 드라마 인기와 시청률 등을 함께 언급해 더 폭넓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가능해졌다.

말 그대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서 돌아온 ‘본격연예 한밤’이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간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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