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리뷰] '덕혜옹주', MSG 필요 없는 진한 감동...손예진은 할 수 있다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실화는 힘이 세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쓴다한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대중의 기대가 쏠렸던 이유도 비슷하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겪은 기구한 삶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쓴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을 했던 인물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증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풍부하지 않은 자료로 과연 영화적으로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기대와 걱정 속에서 영화 ‘덕혜옹주’가 베일을 벗었다. ‘영친왕 망명작전’ 같은 영화만의 독특한 스토리에 덕혜옹주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그려냈다. 여기에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에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에서 인물의 미세한 감정까지도 놓치지 않았던 허진호 감독의 연출은 ‘덕혜옹주’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는 인물들의 작은 몸짓, 표정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인물들에게 몰입하도록 했다. 한택수(윤제문)의 계략으로 인해 덕혜옹주(손예진)의 곁을 떠나게 된 복순(라미란)이 슬픔 속에서 덕혜옹주를 향해 미소를 살짝 머금는 것이 섬세한 연출의 예다.

손예진은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 단연 으뜸이라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역대급’ 열연을 펼친다. 덕혜옹주는 역사의 격랑 속 가슴 아픈 삶을 산 인물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손예진의 연기는 절대 과하지 않다. ‘덕혜옹주’ 손예진이 담담하게 던지는 표정과 눈빛은 관객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하나 던졌을 때, 조용하게 그리고 멀리 파장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손예진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관객들을 울린다면, 덕혜옹주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김장한 역의 박해일은 역동적이면서 뜨겁게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목숨을 걸고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는 청년시절부터, 광복 이후 여전히 일본에 있는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노년시절까지 박해일은 그만의 카리스마로 극의 흐름을 책임진다. 덕혜옹주와 ‘썸’과 ‘동지애’를 넘나드는 김장한의 모습은 ‘덕혜옹주’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 스펙터클한 전개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한 인물의 연대기를 쫓아가는 ‘덕혜옹주’는 일부 관객들에게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잔기술 없이 정직한 감정 표현으로 덕혜옹주의 한(恨)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겪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시 되새겨보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8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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