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백성현 : 정말 재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까 몸은 힘들어도 너무 즐겁다. 우선 무대 연기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무대에 섰을 때 감정이 남다르다. 연기에 집중도 더 잘 된다. 무대 연기의 좋은 점은 라이브로 한 텍스트(text)의 처음부터 끝, 기승전결을 다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다. 또 뮤지컬로 연기의 또 다른 수단이 생겼다. 항상 대사로만 감정 표현을 해왔는데, 노래로 감정 표현을 하게 됐잖아. 정말 참신하고, 스스로도 새롭다.
10.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백성현 : 공동작업으로 배우와 연출진이 다 같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대사나 캐릭터가 더 와 닿는다. 대사에서 넘버로 넘어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굉장히 매끄럽다. 대사도 배우들의 의견이 굉장히 많이 반영됐고,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많이 수정됐다.
10. ‘로맨틱 머슬’의 넘버는 뮤지컬 넘버보다는 대중가요에 가까운 느낌이다.
백성현 : 맞다. 팝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리드미컬하고,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 자체가 정말 좋다.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로 관객 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을까, 그 부분이 내게는 숙제다.
10. 뮤지컬에 도전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노래 실력에 관심이 모이기 마련인데.
백성현 : 팬미팅이나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노래를 보여드려야 했기 때문에 레슨을 꾸준히 받아왔다. 물론 가수를 준비하시는 분들처럼 전문적으로 레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시간을 내 짬짬이 레슨을 계속 받았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로맨틱 머슬’은 보컬 트레이너(조세정)분과 김민수 음악감독님의 인연으로 추천을 받아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스태프 분들이 노래에서 프로의 냄새는 안 나지만, 오래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감정 표현 등에서 다른 면을 보셨다고 하더라. 감사하게도 그런 부분을 잠재력이라고 평가해 주신 것 같다. 음악은 타고 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태프 분들도 이번 작품으로 끝낼 생각하지 말고 레슨을 꾸준히 받아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나 역시 음악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개인 레슨도 꾸준히 받고, 음악감독님과도 따로 보면서 노력 중이다.
10. 황정민의 뮤지컬을 보고 무대를 꿈꿨다고 하던데. 정확한 계기가 무엇인가.
백성현 : 일단 (황)정민이 형님의 ‘라만차’를 보고 완전히 반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조승우 형님과 영화 ‘말아톤’으로 지방 무대 인사를 갔는데, 극장에서 당시 형님이 출연했던 ‘지킬 앤 하이드’ 넘버를 틀어주더라. 조승우 형님이 부르는 버전으로 극장 전체에 틀어주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중에 형이 초대해주셔서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다. 이후에도 계속 굵직한 뮤지컬들은 찾아서 보러 다녔다. 어쩌다 황정민 형님과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와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연이어 두 작품 하게 됐다. 그래서 형님 뮤지컬을 많이 보러 가게 됐다. ‘라만차’를 ‘말아톤’ 정윤철 감독님과 함께 보러 갔을 때였다. 마침 내 개인적인 생각이 많을 때였는데, 뮤지컬을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다. 그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관객으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고, 내가 감동받은 것처럼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 당시 어떤 생각이 많았나.
백성현 : 배우로서 슬럼프였다.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단순히 연기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하는 것인가, 하고 있으니까, 할 게 없으니까 하는 건가, 나는 정말 연기를 좋아해서 하는데 내게 재능은 어느 정도 있는 걸까, 많은 생각이 들던 시기였다. 관객들이 봤을 때 난 어떤 배우일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10. 고민에 대한 답은 찾았나.
백성현 :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배우 백성현과 인간 백성현은 다르다. 연기를 할 때는 직업적으로 하지만, 인간 백성현은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나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하나가 된 듯하다. 내 삶 자체가 곧 배우로서의 삶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이 유연해졌다고 해야 할까, 마음이 편해졌다. 연기 자체도 부담이 심했다. 아역부터 했으니까 연기를 당연히 잘 하겠지, 그런 기대치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담감을 버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 연기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10. ‘로맨틱’과 ‘머슬’은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닌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백성현 : 얼마 전에 연습이 끝나고 9주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연습을 잘 끝낸 것을 기념하며 회식을 했다. 사실 우리 작품은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식을 잘 못한다(웃음). 사실 작품을 준비하며 답이 안 보인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워낙 연출님이 베테랑이시고, 우리 작품이 하나로 모인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로맨틱 머슬’은 로맨스, 코미디, 뷰티, 건강, 헬스, 다이어트, 머슬, 셰프, 요즘 트렌드가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유 없는 드라마가 싫다. 배우들이 공감 안 되는 드라마에 어느 관객이 공감하겠나. 그런데 우리 작품은 그런 것들이 하나로 잘 모였고, 굉장히 참신하다. 헬스가 하나의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운동을 가미한 퍼포먼스가 신선하다. 작품 안에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흘러가면서 관극의 재미가 있을 거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하나도 모르지만 관객으로서는 뮤지컬은 콘서트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넘버와 넘버 사이에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음악을 위해 극이 존재하진 않는다. 극 속에 음악이 있는 거지. 우리 작품은 극 안에 넘버들이 아주 잘 녹아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만 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걱정이다(웃음).
10. (웃음) 무엇이 가장 걱정인가.
백성현 : 내가 넘버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을까.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 그런 것들은 충족시켜 드릴 수 없기 때문에(웃음) 준수의 감정에서 음악이 방해는 안 되겠다, 덕을 볼 수 있는 정도는 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웃음).
10. ‘로맨틱 머슬’에서 강준수는 머슬러 출신이다.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백성현 : 운동을 좋아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헬스라는 게 적당히, 건강하게 하는 헬스가 있고, 몸을 해쳐가면서 하는 헬스가 있는데 우린 몸을 해쳐가면서 하는 헬스다(일동 폭소). 운동에 식단조절까지 해야 하는데, 극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후반부에 노출이 있다.
10. 어느 정도 수위인지 살짝 공개해줄 수 있나.
백성현 : 상의탈의다(웃음). 아직 초콜릿이 살짝 녹아있는데, 공연을 시작할 때쯤이면 갓 냉동실에서 꺼낸 듯 판이 탄탄한 초콜릿이 돼 있을 거다. 한 달여의 기간에 20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에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웃음).
10.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변호사가 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무대를 꿈꿨다는 지점에서는 백성현과 닮은 점도 있다.
백성현 : 아무래도 뮤지컬은 방송에서는 부각하기 힘든 소재다. 몇몇 장면에서만 나왔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노래 연습도 많이 했고, 거기서부터 인연이 돼서 ‘로맨틱 머슬’까지 왔기 때문에. 연출님 말씀처럼 우주의 기운이 저희를 모은 것 같다(웃음).
10. 무대 경험이 연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백성현 :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관객들과의 호흡이다. 관객 분들이 내 연기를 보고 반응하는 걸 바로 캐치할 수 있으니까 좋다. 처음에는 잘 못 봤다. 무대에서 내가 표현하는 캐릭터와 관객들이 보는 캐릭터의 접점을 찾을 수 있으니까 좋다. 기본적으로 연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무대 연기는 아무래도 매체가 다르니까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요즘 방송에서는 디테일하게 배우의 숨소리조차 잡아내는 완전한 리얼리즘을 요한다.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나도 바뀌는 걸 따라가기가 힘들다(웃음). 연기를 하지 않는 게 연기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연기를 안 하면 진짜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10. 화장도 민낯처럼 보이는 화장이 제일 시간과 공이 많이 든다. 연기도 그렇지 않을까.
백성현 : 맞다.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가 정말 힘들다. 연기에 자신 있었는데 이제는 답이 없는 것 같다. 감을 못 잡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이 어떤 장르냐,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연기 톤이 다 달라야 하고, 그러면서도 배우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 10. 뮤지컬 도전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겠다.
백성현 : 무대나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아직 내가 해온 발자취가 크지 않다. 예전부터 조금 더 하다가 더 좋은 작품을 하자는 생각에 도전을 계속 미뤄 왔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길게 봤을 때 거기에 얽매어 있다 보면 좋은 연기를 못할 것 같더라. ‘인생작’이라는 건 내면이 탄탄해지고 연기적으로 준비가 잘 된 후에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탄생하는 것 같다. 무조건 좋은 작품만 기다리는 건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을 도전하면서 나는 배우로서 게을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군가 작품을 가져다주기만 기다렸지, 내가 배우로서 노력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작품 들어오면 그때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타성에 젖은 듯한 모습을 이번에 많이 반성했다. 요즘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최근 좀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탄력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변화가 무대에서도 보이지 않을까.
10. 백성현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뭔가.
백성현 : 글쎄(웃음). 우선 작품 할 때는 완벽하게 했으면 하지.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 맞는, 역할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는 거다. 백성현이 잘 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로맨틱 머슬’에서는 강준수에 맞는, 강준수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조금 더 좋은 연기가 아닐까. 그 캐릭터가 돋보이면서도 작품을 해치지 않는 연기가 좋은 연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상대 배우와 하모니를 이뤄서 같이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같이 박수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서 어떤 생각을 하나.
백성현 : (웃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할까(일동 폭소). 이번에 노래를 배우면서 안 사실인데, 노래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일동 웃음). 혼자 연기를 해오면서 큰 벽에 많이 부딪혔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으로 정립이 잘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음악적인 발성을 배우면서 사람이 소리를 낼 때 어떻게 하면 목을 다치지 않고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알게 됐다. 발성에서 중요한 건 입으로 내뱉는 게 아니라, 얼굴의 구멍을 통해 소리를 내야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 노래에선 호흡과 울림이 가장 중요하다. 발성을 위해 말하는 방식도 많이 바꾸고, 노래를 할 때 좋은 습관을 많이 들이려고 한다.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김보강 형이 많이 늘었다고 최근에 많이 칭찬해주셨다. 처음에는 다들 ‘얘 어떡하지’ 하셨다고(웃음). 음악감독님도 처음에는 잠이 안 오셨다더라(일동 폭소).
10. 백성현도 잠이 안 왔나.
백성현 : (웃음) 장난 아니었다. 조울증 걸린 사람 같았다(일동 폭소). 한 번은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인가 한없이 가라앉다가도, 어느 날은 레슨을 받다가 깨달음이 찾아와서 막 신이 나고(웃음), 또 어느 날은 저 ‘솔’이 대체 뭐라고 화가 너무 나더라(웃음). 그래도 재밌다. 너무 재밌는 시간들이지.
10. ‘로맨틱 머슬’ 강준수를 표현하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백성현 : 고민이 많다. 사실 준수가 굉장히 띄엄띄엄 나온다. 초반에 잠깐 나왔다가 인터미션 끝나고 2막에 나오는데, 그 텀이 1시간 가까이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다(웃음). 왜 힘드냐면, 재기가 강준수에 대해 계속 얘기하지만 내가 2막에 다시 나타났을 때 드러날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무대에 올라갈 때까지 짜임새가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준수가 2막에서 6곡 정도를 연달아 부른다는 거다(웃음). 그리고 관객들이 작품을 보시기에 어떻게 하면 재밌게, 쫄깃쫄깃하게 뮤지컬을 보실 수 있을까 늘 생각 중이다.
10. 백성현표 강준수의 매력은 무엇인가.
백성현 : 그게 바로 트리플 캐스팅의 묘미인 것 같다. 나는 강준수 중에서도 캐릭터가 좀 더 강하다. 일부러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캐릭터를 강조한 게 없지 않다. 살아남으려고?(웃음)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임팩트를 키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흐름이 있으니까, 인물별 대처방안이 조금씩 다르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고민도 있다. 관객들에게 ‘준수가 나쁜 놈이긴 하지만 준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난 저 캐릭터가 좋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뮤지컬 ‘로맨틱 머슬’
주어진 삶을 살 것인가. 백성현은 기꺼이 ‘아니오’를 택했다. 베테랑이라고 불려도 모자라지 않은 연기 22년차, 백성현은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로맨틱 머슬’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한 백성현의 치열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에게 치열함은 곧 즐거움이다. 누군가에게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닦아가며 가는 길은 더 반짝이는 법이다. 백성현은 스스로 만든 무대에서, 비로소 진정한 여유를 알았다.10. 첫 뮤지컬 도전이다.
백성현 : 정말 재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걸 하다 보니까 몸은 힘들어도 너무 즐겁다. 우선 무대 연기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무대에 섰을 때 감정이 남다르다. 연기에 집중도 더 잘 된다. 무대 연기의 좋은 점은 라이브로 한 텍스트(text)의 처음부터 끝, 기승전결을 다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다. 또 뮤지컬로 연기의 또 다른 수단이 생겼다. 항상 대사로만 감정 표현을 해왔는데, 노래로 감정 표현을 하게 됐잖아. 정말 참신하고, 스스로도 새롭다.
10.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백성현 : 공동작업으로 배우와 연출진이 다 같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대사나 캐릭터가 더 와 닿는다. 대사에서 넘버로 넘어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굉장히 매끄럽다. 대사도 배우들의 의견이 굉장히 많이 반영됐고,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많이 수정됐다.
10. ‘로맨틱 머슬’의 넘버는 뮤지컬 넘버보다는 대중가요에 가까운 느낌이다.
백성현 : 맞다. 팝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리드미컬하고,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 자체가 정말 좋다.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로 관객 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을까, 그 부분이 내게는 숙제다.
10. 뮤지컬에 도전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노래 실력에 관심이 모이기 마련인데.
백성현 : 팬미팅이나 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노래를 보여드려야 했기 때문에 레슨을 꾸준히 받아왔다. 물론 가수를 준비하시는 분들처럼 전문적으로 레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시간을 내 짬짬이 레슨을 계속 받았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로맨틱 머슬’은 보컬 트레이너(조세정)분과 김민수 음악감독님의 인연으로 추천을 받아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스태프 분들이 노래에서 프로의 냄새는 안 나지만, 오래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감정 표현 등에서 다른 면을 보셨다고 하더라. 감사하게도 그런 부분을 잠재력이라고 평가해 주신 것 같다. 음악은 타고 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노력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스태프 분들도 이번 작품으로 끝낼 생각하지 말고 레슨을 꾸준히 받아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나 역시 음악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개인 레슨도 꾸준히 받고, 음악감독님과도 따로 보면서 노력 중이다.
10. 황정민의 뮤지컬을 보고 무대를 꿈꿨다고 하던데. 정확한 계기가 무엇인가.
백성현 : 일단 (황)정민이 형님의 ‘라만차’를 보고 완전히 반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조승우 형님과 영화 ‘말아톤’으로 지방 무대 인사를 갔는데, 극장에서 당시 형님이 출연했던 ‘지킬 앤 하이드’ 넘버를 틀어주더라. 조승우 형님이 부르는 버전으로 극장 전체에 틀어주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중에 형이 초대해주셔서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다. 이후에도 계속 굵직한 뮤지컬들은 찾아서 보러 다녔다. 어쩌다 황정민 형님과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와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연이어 두 작품 하게 됐다. 그래서 형님 뮤지컬을 많이 보러 가게 됐다. ‘라만차’를 ‘말아톤’ 정윤철 감독님과 함께 보러 갔을 때였다. 마침 내 개인적인 생각이 많을 때였는데, 뮤지컬을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다. 그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관객으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고, 내가 감동받은 것처럼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 당시 어떤 생각이 많았나.
백성현 : 배우로서 슬럼프였다.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단순히 연기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하는 것인가, 하고 있으니까, 할 게 없으니까 하는 건가, 나는 정말 연기를 좋아해서 하는데 내게 재능은 어느 정도 있는 걸까, 많은 생각이 들던 시기였다. 관객들이 봤을 때 난 어떤 배우일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10. 고민에 대한 답은 찾았나.
백성현 :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배우 백성현과 인간 백성현은 다르다. 연기를 할 때는 직업적으로 하지만, 인간 백성현은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나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하나가 된 듯하다. 내 삶 자체가 곧 배우로서의 삶이라고 해야 하나. 생각이 유연해졌다고 해야 할까, 마음이 편해졌다. 연기 자체도 부담이 심했다. 아역부터 했으니까 연기를 당연히 잘 하겠지, 그런 기대치가 가장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담감을 버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 연기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10. ‘로맨틱’과 ‘머슬’은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닌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백성현 : 얼마 전에 연습이 끝나고 9주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연습을 잘 끝낸 것을 기념하며 회식을 했다. 사실 우리 작품은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회식을 잘 못한다(웃음). 사실 작품을 준비하며 답이 안 보인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워낙 연출님이 베테랑이시고, 우리 작품이 하나로 모인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로맨틱 머슬’은 로맨스, 코미디, 뷰티, 건강, 헬스, 다이어트, 머슬, 셰프, 요즘 트렌드가 다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유 없는 드라마가 싫다. 배우들이 공감 안 되는 드라마에 어느 관객이 공감하겠나. 그런데 우리 작품은 그런 것들이 하나로 잘 모였고, 굉장히 참신하다. 헬스가 하나의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운동을 가미한 퍼포먼스가 신선하다. 작품 안에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흘러가면서 관극의 재미가 있을 거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하나도 모르지만 관객으로서는 뮤지컬은 콘서트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넘버와 넘버 사이에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음악을 위해 극이 존재하진 않는다. 극 속에 음악이 있는 거지. 우리 작품은 극 안에 넘버들이 아주 잘 녹아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만 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내가 걱정이다(웃음).
10. (웃음) 무엇이 가장 걱정인가.
백성현 : 내가 넘버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을까.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 그런 것들은 충족시켜 드릴 수 없기 때문에(웃음) 준수의 감정에서 음악이 방해는 안 되겠다, 덕을 볼 수 있는 정도는 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웃음).
10. ‘로맨틱 머슬’에서 강준수는 머슬러 출신이다.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백성현 : 운동을 좋아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헬스라는 게 적당히, 건강하게 하는 헬스가 있고, 몸을 해쳐가면서 하는 헬스가 있는데 우린 몸을 해쳐가면서 하는 헬스다(일동 폭소). 운동에 식단조절까지 해야 하는데, 극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후반부에 노출이 있다.
10. 어느 정도 수위인지 살짝 공개해줄 수 있나.
백성현 : 상의탈의다(웃음). 아직 초콜릿이 살짝 녹아있는데, 공연을 시작할 때쯤이면 갓 냉동실에서 꺼낸 듯 판이 탄탄한 초콜릿이 돼 있을 거다. 한 달여의 기간에 20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에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나도 사람이니까(웃음).
10.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다 변호사가 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무대를 꿈꿨다는 지점에서는 백성현과 닮은 점도 있다.
백성현 : 아무래도 뮤지컬은 방송에서는 부각하기 힘든 소재다. 몇몇 장면에서만 나왔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노래 연습도 많이 했고, 거기서부터 인연이 돼서 ‘로맨틱 머슬’까지 왔기 때문에. 연출님 말씀처럼 우주의 기운이 저희를 모은 것 같다(웃음).
10. 무대 경험이 연기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백성현 :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관객들과의 호흡이다. 관객 분들이 내 연기를 보고 반응하는 걸 바로 캐치할 수 있으니까 좋다. 처음에는 잘 못 봤다. 무대에서 내가 표현하는 캐릭터와 관객들이 보는 캐릭터의 접점을 찾을 수 있으니까 좋다. 기본적으로 연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무대 연기는 아무래도 매체가 다르니까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요즘 방송에서는 디테일하게 배우의 숨소리조차 잡아내는 완전한 리얼리즘을 요한다.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나도 바뀌는 걸 따라가기가 힘들다(웃음). 연기를 하지 않는 게 연기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연기를 안 하면 진짜 안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10. 화장도 민낯처럼 보이는 화장이 제일 시간과 공이 많이 든다. 연기도 그렇지 않을까.
백성현 : 맞다.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가 정말 힘들다. 연기에 자신 있었는데 이제는 답이 없는 것 같다. 감을 못 잡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이 어떤 장르냐,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연기 톤이 다 달라야 하고, 그러면서도 배우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다. 10. 뮤지컬 도전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겠다.
백성현 : 무대나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아직 내가 해온 발자취가 크지 않다. 예전부터 조금 더 하다가 더 좋은 작품을 하자는 생각에 도전을 계속 미뤄 왔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길게 봤을 때 거기에 얽매어 있다 보면 좋은 연기를 못할 것 같더라. ‘인생작’이라는 건 내면이 탄탄해지고 연기적으로 준비가 잘 된 후에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탄생하는 것 같다. 무조건 좋은 작품만 기다리는 건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컬을 도전하면서 나는 배우로서 게을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군가 작품을 가져다주기만 기다렸지, 내가 배우로서 노력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작품 들어오면 그때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타성에 젖은 듯한 모습을 이번에 많이 반성했다. 요즘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최근 좀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탄력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변화가 무대에서도 보이지 않을까.
10. 백성현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뭔가.
백성현 : 글쎄(웃음). 우선 작품 할 때는 완벽하게 했으면 하지.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 맞는, 역할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는 거다. 백성현이 잘 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로맨틱 머슬’에서는 강준수에 맞는, 강준수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조금 더 좋은 연기가 아닐까. 그 캐릭터가 돋보이면서도 작품을 해치지 않는 연기가 좋은 연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상대 배우와 하모니를 이뤄서 같이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같이 박수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서 어떤 생각을 하나.
백성현 : (웃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할까(일동 폭소). 이번에 노래를 배우면서 안 사실인데, 노래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일동 웃음). 혼자 연기를 해오면서 큰 벽에 많이 부딪혔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으로 정립이 잘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음악적인 발성을 배우면서 사람이 소리를 낼 때 어떻게 하면 목을 다치지 않고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알게 됐다. 발성에서 중요한 건 입으로 내뱉는 게 아니라, 얼굴의 구멍을 통해 소리를 내야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 노래에선 호흡과 울림이 가장 중요하다. 발성을 위해 말하는 방식도 많이 바꾸고, 노래를 할 때 좋은 습관을 많이 들이려고 한다. 함께 작품에 출연하는 김보강 형이 많이 늘었다고 최근에 많이 칭찬해주셨다. 처음에는 다들 ‘얘 어떡하지’ 하셨다고(웃음). 음악감독님도 처음에는 잠이 안 오셨다더라(일동 폭소).
10. 백성현도 잠이 안 왔나.
백성현 : (웃음) 장난 아니었다. 조울증 걸린 사람 같았다(일동 폭소). 한 번은 내가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인가 한없이 가라앉다가도, 어느 날은 레슨을 받다가 깨달음이 찾아와서 막 신이 나고(웃음), 또 어느 날은 저 ‘솔’이 대체 뭐라고 화가 너무 나더라(웃음). 그래도 재밌다. 너무 재밌는 시간들이지.
10. ‘로맨틱 머슬’ 강준수를 표현하는데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백성현 : 고민이 많다. 사실 준수가 굉장히 띄엄띄엄 나온다. 초반에 잠깐 나왔다가 인터미션 끝나고 2막에 나오는데, 그 텀이 1시간 가까이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다(웃음). 왜 힘드냐면, 재기가 강준수에 대해 계속 얘기하지만 내가 2막에 다시 나타났을 때 드러날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무대에 올라갈 때까지 짜임새가 완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준수가 2막에서 6곡 정도를 연달아 부른다는 거다(웃음). 그리고 관객들이 작품을 보시기에 어떻게 하면 재밌게, 쫄깃쫄깃하게 뮤지컬을 보실 수 있을까 늘 생각 중이다.
10. 백성현표 강준수의 매력은 무엇인가.
백성현 : 그게 바로 트리플 캐스팅의 묘미인 것 같다. 나는 강준수 중에서도 캐릭터가 좀 더 강하다. 일부러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캐릭터를 강조한 게 없지 않다. 살아남으려고?(웃음) 대사가 많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임팩트를 키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드라마의 흐름이 있으니까, 인물별 대처방안이 조금씩 다르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고민도 있다. 관객들에게 ‘준수가 나쁜 놈이긴 하지만 준수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난 저 캐릭터가 좋다’라는 마음을 갖게 하고 싶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뮤지컬 ‘로맨틱 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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