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루시드폴 : 2년에 한 번씩 정규를 내야겠다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약속이 있다. 저한테는 앨범이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의 히스토리 같기도 하다. 2년 동안 난 뭐하며 살았지, 음악적으로는 누구한테 영향을 받았지, 무슨 이야기를 했지 등을 요약해놓은 개인적인 역사 기록물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은 2013년 6집 앨범 이후 올해까지 제가 살았던 모습, 음악인, 사람으로서 루시드폴의 기록물이다.
Q. 타이틀곡으로 ‘아직, 있다.’를 선택했다.
루시드폴 : 나는 앨범을 만들 때 타이틀곡이라고 써본 적이 없다. 타이틀곡이 없는 앨범도 있다. 타이틀곡을 정했지만, 방송에서 외면당한 앨범도 있었다. 이번 앨범은 비교적 타이틀곡을 일찍 정했다. 유희열, 김동률 등 주변 뮤지션들이 이 곡이 제일 좋다고 코멘트를 해줬다.
Q. 음악적으론 어떻게 담으려 했나?
루시드폴 : 예전 포크곡, 영국의 닉 드레이크 같은 곡을 들으면 기타 소리도 투박하고, 그런 투박함 속에서 느껴지는 뭔가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있다. 그 아련함을 담고 싶었다. 기타 녹음을 계속 반복했다. 여러 가지 기타를 썼다. 그냥 들으면 기타 소리인가 싶겠지만, 자세히 들으면 통기타도, 낡은 기타도 아니고 특이한 느낌이 든다.
Q. 동화책도 함께 실렸다.
루시드폴 : 원고지 150매 정도, 중편 동화 ‘푸른 연꽃’과 그 동화를 위해 만들어 놓은 사운드트랙이 있다. 글이란 것은 오래된 매체 같은 느낌이 느껴진다. 그런 글을 위해 주제곡을 만들어 같이 앨범을 실으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은 아니겠지만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으면 어떨까 생각해 다섯 곡을 실었다. 총 15곡이 됐는데 사운드트랙과 10곡의 노래가 다 얽혀 있다. 주인공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동화의 배경이 되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앨범이다. 처음 이걸 기획을 할 때, 이것을 책으로 봐야 하나 음반으로 봐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들었다. 책도 아니고, 음악도 아니고, 루시드폴이 만들어낸 기록물, 성장물이라고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Q. 사운드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루시드폴 : 저번 앨범 이후에 음악적으로 훨씬 더 퀄리티가 높은, 음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싸는 음질, 편곡적인 부분도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해보고 싶었다. 앨범을 기획할 때부터 기술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가장 고음질로 해보고 싶어서 녹음했다. 보통 가요가 24bit/48㎑인데, 24bit/96㎑ 이나 32bit/96㎑로 했다. 전자 악기는 다룰 줄도 모르고, 음악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어쿠스틱 악기를 주로 썼다. 마스터링도 DSD 작업을 했는데 기회가 되면 DSD 작업물도 공개하고 싶다. 편곡도 현악기 편곡이나 관악기 편곡을 스스로 다했다. 편곡비도 안 들고. (웃음)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브라스 편곡, 플룻 편곡, 스트링 편곡과 기타 연주도 웬만한 것은 제가 다했다. 밴드 커먼그라운드의 제인이란 친구가 펑키한 기타를 잘 치는 우리나라 최고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라 두 곡 정도 부탁했다.
Q. 이번 앨범에 만족도를 매긴다면.
루시드폴 : 최고로 만족한다. 난 인디에서 시작을 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친구들의 탤런트를 보면 엄청나다. 나는 그런 탤런트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차근차근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보니까 좋은 것을 못해본 것이 많아서 하나씩 하나씩 앨범을 만들 때마다 해나가고 뿌듯함을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6집은 내가 혼자 다해보자고 생각한 첫 앨범이다. 7집에서는 프로듀서로서 6집보다 더 성장했다. 그리고 사운드적인 면, 편곡적인 면, 음반의 구성, 기획, 그런 면에서 그냥 6집보다 분명히 성장했다 느낀다.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Q. 이번엔 귤과 함께 홈쇼핑을 통해 앨범을 팔기도 했고, 소장가치가 많은 앨범이 된 것 같다. 디지털 싱글이나 음원으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보다 앨범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듯 보인다.
루시드폴 : 음원으로 발표하는 분들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는 아직까지도 싱글을 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섭기도 하다. 저의 시간을 디스코그라피로 나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앨범을 계속 낼 생각이다. 저는 유튜브로 알게 된 음악도 어떻게든 아마존으로 구입하고, 그게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CD를 만들어서 팬들에게 내밀기에 뭔가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트리밍으로만 만족할 수 없는 뭔가를 더 해야 해서 글도 썼고, 엽서도 만들어 드리고 싶고, 키웠던 귤도 드리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다 드리고 싶었다. 진짜로 귤잼도 생각했다. 그렇게 앨범 구상을 하게 됐다.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과 영화관에 갔을 때의 기분, 그 분위기란 것이 있다. 손에 들고, 읽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음악은 설령 스트리밍으로 들을지언정 손에 뭔가 쥐고 느낄 수 있는 앨범을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음악적으로 가장 욕심을 많이 부린 것이 있다면.
루시드폴 : 음악적인 밸런스.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과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된다. 어떤 사람과는 돌아서면 허한 느낌만 남기도 하고, 어떤 사람과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음반도 그럴 것 같다. 아무리 진정성을 담았지만,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 어딘가. 조금 편하게 들을 수도 있고, 가사를 귀 기울여 들을 수도 있고, 좀 그런 것들을 다 치우치지 않게 담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많이 부렸다. 결과는 듣는 분들이 말하시겠지.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② 해석 (인터뷰)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③ 귤 그리고 사람 (인터뷰)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안테나뮤직
가수 루시드폴이 음악을 만들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Q. 2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한 소감이 어떤가.
지난 15일 공개된 루시드폴의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은 이색적이다. 15곡의 수록곡으로 꽉 채운 정규 앨범에 ‘푸른 연꽃’이란 동화책이 함께 실려 있다. 15곡 중에는 동화책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5곡이 다른 곡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루시드폴이 직접 수확한 귤까지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도 대성황을 이뤘다.
가사 없이 멜로디만으로 깊은 감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담백한 듯 보이면서 가슴을 무너지게 만드는 힘을 지닌 가사도 있다. 동화 속 주인공을 따라 지은 동요 같은 노래까지, 다양한 감정을 넘나들지만 루시드폴의 음악은 특유의 평온함이 감도는 기운으로 위로를 전한다. 이색적이면서 따뜻한 앨범이 탄생되기까지, 루시드폴의 작업기를 들었다.
루시드폴 : 2년에 한 번씩 정규를 내야겠다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약속이 있다. 저한테는 앨범이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의 히스토리 같기도 하다. 2년 동안 난 뭐하며 살았지, 음악적으로는 누구한테 영향을 받았지, 무슨 이야기를 했지 등을 요약해놓은 개인적인 역사 기록물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은 2013년 6집 앨범 이후 올해까지 제가 살았던 모습, 음악인, 사람으로서 루시드폴의 기록물이다.
Q. 타이틀곡으로 ‘아직, 있다.’를 선택했다.
루시드폴 : 나는 앨범을 만들 때 타이틀곡이라고 써본 적이 없다. 타이틀곡이 없는 앨범도 있다. 타이틀곡을 정했지만, 방송에서 외면당한 앨범도 있었다. 이번 앨범은 비교적 타이틀곡을 일찍 정했다. 유희열, 김동률 등 주변 뮤지션들이 이 곡이 제일 좋다고 코멘트를 해줬다.
Q. 음악적으론 어떻게 담으려 했나?
루시드폴 : 예전 포크곡, 영국의 닉 드레이크 같은 곡을 들으면 기타 소리도 투박하고, 그런 투박함 속에서 느껴지는 뭔가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있다. 그 아련함을 담고 싶었다. 기타 녹음을 계속 반복했다. 여러 가지 기타를 썼다. 그냥 들으면 기타 소리인가 싶겠지만, 자세히 들으면 통기타도, 낡은 기타도 아니고 특이한 느낌이 든다.
Q. 동화책도 함께 실렸다.
루시드폴 : 원고지 150매 정도, 중편 동화 ‘푸른 연꽃’과 그 동화를 위해 만들어 놓은 사운드트랙이 있다. 글이란 것은 오래된 매체 같은 느낌이 느껴진다. 그런 글을 위해 주제곡을 만들어 같이 앨범을 실으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은 아니겠지만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으면 어떨까 생각해 다섯 곡을 실었다. 총 15곡이 됐는데 사운드트랙과 10곡의 노래가 다 얽혀 있다. 주인공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동화의 배경이 되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앨범이다. 처음 이걸 기획을 할 때, 이것을 책으로 봐야 하나 음반으로 봐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들었다. 책도 아니고, 음악도 아니고, 루시드폴이 만들어낸 기록물, 성장물이라고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Q. 사운드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루시드폴 : 저번 앨범 이후에 음악적으로 훨씬 더 퀄리티가 높은, 음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싸는 음질, 편곡적인 부분도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해보고 싶었다. 앨범을 기획할 때부터 기술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가장 고음질로 해보고 싶어서 녹음했다. 보통 가요가 24bit/48㎑인데, 24bit/96㎑ 이나 32bit/96㎑로 했다. 전자 악기는 다룰 줄도 모르고, 음악과도 어울리지 않아서 어쿠스틱 악기를 주로 썼다. 마스터링도 DSD 작업을 했는데 기회가 되면 DSD 작업물도 공개하고 싶다. 편곡도 현악기 편곡이나 관악기 편곡을 스스로 다했다. 편곡비도 안 들고. (웃음)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브라스 편곡, 플룻 편곡, 스트링 편곡과 기타 연주도 웬만한 것은 제가 다했다. 밴드 커먼그라운드의 제인이란 친구가 펑키한 기타를 잘 치는 우리나라 최고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라 두 곡 정도 부탁했다.
Q. 이번 앨범에 만족도를 매긴다면.
루시드폴 : 최고로 만족한다. 난 인디에서 시작을 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친구들의 탤런트를 보면 엄청나다. 나는 그런 탤런트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차근차근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보니까 좋은 것을 못해본 것이 많아서 하나씩 하나씩 앨범을 만들 때마다 해나가고 뿌듯함을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6집은 내가 혼자 다해보자고 생각한 첫 앨범이다. 7집에서는 프로듀서로서 6집보다 더 성장했다. 그리고 사운드적인 면, 편곡적인 면, 음반의 구성, 기획, 그런 면에서 그냥 6집보다 분명히 성장했다 느낀다.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그렇게 생각한다. Q. 이번엔 귤과 함께 홈쇼핑을 통해 앨범을 팔기도 했고, 소장가치가 많은 앨범이 된 것 같다. 디지털 싱글이나 음원으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보다 앨범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듯 보인다.
루시드폴 : 음원으로 발표하는 분들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는 아직까지도 싱글을 내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무섭기도 하다. 저의 시간을 디스코그라피로 나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앨범을 계속 낼 생각이다. 저는 유튜브로 알게 된 음악도 어떻게든 아마존으로 구입하고, 그게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CD를 만들어서 팬들에게 내밀기에 뭔가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트리밍으로만 만족할 수 없는 뭔가를 더 해야 해서 글도 썼고, 엽서도 만들어 드리고 싶고, 키웠던 귤도 드리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다 드리고 싶었다. 진짜로 귤잼도 생각했다. 그렇게 앨범 구상을 하게 됐다.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과 영화관에 갔을 때의 기분, 그 분위기란 것이 있다. 손에 들고, 읽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고, 음악은 설령 스트리밍으로 들을지언정 손에 뭔가 쥐고 느낄 수 있는 앨범을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음악적으로 가장 욕심을 많이 부린 것이 있다면.
루시드폴 : 음악적인 밸런스.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과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된다. 어떤 사람과는 돌아서면 허한 느낌만 남기도 하고, 어떤 사람과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음반도 그럴 것 같다. 아무리 진정성을 담았지만,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 어딘가. 조금 편하게 들을 수도 있고, 가사를 귀 기울여 들을 수도 있고, 좀 그런 것들을 다 치우치지 않게 담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많이 부렸다. 결과는 듣는 분들이 말하시겠지.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② 해석 (인터뷰)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③ 귤 그리고 사람 (인터뷰)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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