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③ 귤 그리고 사람 (인터뷰)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루시드폴

루시드폴에게 뮤지션, 싱어송라이터, 작가, 과학자도 아닌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바로 ‘완판남’.

루시드폴은 이번 정규 7집 앨범을 발표하기에 앞서 자신이 제주도에서 직접 수확한 귤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했다. 루시드폴은 지난 11일 새벽 홈쇼핑채널 CJ O쇼핑을 통해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의 한정판 패키지 판매 겸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루시드폴은 홈쇼핑을 통해 7집 음반과 루시드폴이 직접 쓴 동화책 ‘푸른 연꽃’, 사진엽서, 역시 직접 수확한 귤 1kg가 포함된 한정판 패키지를 완판시켰다.

보통의 가수가 앨범을 발표할 때, 사진이나 엽서를 포함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동화책에 귤까지 함께 있는 것은 루시드폴이 최초가 아닐까. 루시드폴은 인터뷰 현장에서도 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내년에 농사에 더 힘을 쓰겠다”는 그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함박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무엇을 한 것일까.

Q. 2013년 정규 6집 발표 이후, 제주도로 떠났다.
루시드폴 : 예전부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도시에 살았던 사람이다. 보통 저희 연배 친구들이 그렇지만, 당연히 늘 보고 자랐던 것이 도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줄 알았고, 예능 욕심도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걸 계속 질문하던 시기가 6집 나올 때쯤이다. 나는 예능 욕심이 없다. 방송도 잘 못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시끄러운 것보다 조용한 것,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다. 6집 앨범 때 사귀었던 친구가 도시보다 시골을 좋아했던 친구다. 막연하게 이야기했던 걸 ‘왜 안돼?’라고 했고, 우연치 않게 제주가 됐다. 떠날 때는 그냥 훌쩍 가버렸다. 내려가기 이틀 전에 짐 실을 수 있는 중고차를 사서 완도로 내려가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Q. 귤 농사는 어떻게 짓게 됐나?
루시드폴 : 제주도에서 너무 좋은 분도 많이 알게 되고, 굉장히 따뜻한 이웃도 만났다. 어쩌다보니 친구들이 다 농사짓는 친구들이라 농사도 하게 됐고, 일하고 같이 있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니까 음악하는 것에 지장이 많은 거 아닐까. 밭농사 일을 좀 빠지고, 다른 형님이 350평정도 귤밭을 빌려주셨다. 작년 가을부터 감귤 관련 일만 했다. 그 뒤로 750평정도 빌려서 쭉 해왔다.

Q. 이번 앨범 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나?
루시드폴 : 물론 앨범 작업이 힘들었다. 일의 양으로 따지면 전작의 3배다. 곡이 1.5배 많고, 편곡을 해야 하는 것들, 악기들을 콘트롤해야 하는 것들, 음악적 작업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것뿐만 아니라 글 교정도 봐야했고, 책 디자인, 타이포 하나하나 신경 썼다. 무엇보다 농사를 지어야 했다. (웃음) 껍질이 깨지지 않도록 뽁뽁이 두 겹을 싸야하나 세 겹을 싸야하나 회의도 하고, 종이포장 다하고, 박스포장도 다하고. 이게 뮤지션이 해야 할 일은 아닌데.. (웃음) 내가 하고 싶었다. 힘들지만, 내가 다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도움 받지 않고 내가 다했다는 것이 그 모든 힘든 것을 다 잊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는 약에 취한 듯이 있긴 하는데 힘들긴 힘들다. 연말까지는 힘을 내서 해야지.

Q. 힘이 들 때, 힘을 내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루시드폴 :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아침에 다섯 시에 일어나서 커피 마시는 것, 포장하면서 받을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내 노래를 사람들이 들을 텐데 누군가에게는 내가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혹은 외국의 누군가가 즐거워할까, 행복해할까. 그런 생각.

루시드폴

Q. 동화책을 짓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루시드폴 : 작년에 저랑 같이 농사일을 하던 친구가 저랑 동갑인데 벌써 초등학생 애가 있다. 금요일마다 아침에 방과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학부모들이 한다기에 같이 하게 됐다. 마지못해 나갔는데 애들이 나를 너무 좋아하더라. 내가 애들을 접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초등학교 2학년 애들인데 책을 읽어주면, 애들이 책을 3분의 1쯤 보다가 옆에 와서 만지고 잡아당기고 매달리더라.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다. 이제는 애들하고 이렇게 노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6~7개월 정도했다. 이게 없어져서 너무 아쉬웠는데 애들하고 노는 것의 즐거움을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됐다. 그림책도 많이 보게 되고, 동화도 많이 읽게 되고, 원래 좋아하던 동화책이지만, 미야자와 겐지 전집을 다 읽었다. 몸이 힘들 때 미와자야 겐지의 동화책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멋있는 글보다 가장 쉽고 편한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를 작년에 먼저 다 썼고, 그 다음에 곡 작업을 했다.

Q. 귤 홈쇼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루시드폴 : 처음 홈쇼핑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술에 좀 취해서 ‘좋다’고 신나게 사무실에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8월 말에 제가 기타를 가지고 데모 작업을 하러 사무실에 왔다. 어떻게 귤을 팔까 생각하다가 유희열에게서 홈쇼핑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좋아하더라. 레전드가 될 것 같다고. 추진했는데 홈쇼핑 회사에서 다 거절했다. 그러다가 부탁을 하고, 신선한 새로운 걸 해보려는 뜻이 통해 추진이 됐다. 실제 일은 음악적인 일에 10배 정도였다. 담당자분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Q. 완판남이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루시드폴 : 일단 그냥 안도했다. 어차피 판매가 몇 장이 되냐 이것은 문제가 아니라, 혹시라도 나와 안테나 사람들의 본심이 왜곡될까봐 걱정했다. 워낙 또 나쁘게 보자면 끝도 없다. 그게 제일 걱정이 됐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유쾌하게 재미있게 봐주셔서 너무 다행이다. 또 하나 걱정했던 것은 동률이 전화 인터뷰에서 노래 좀 불러달라고 했을 때 부탁해놓은 사람 입장에서 걱정이 됐다. 방송이 끝나고 ‘동률아 미안해’라고 긴 문자를 보냈다. 거기서도 안도했다. 그런 걱정에 대한 안도감이 컸다.

Q. 앞으로 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
루시드폴 : 레몬을 좀 키워보고 싶다. 귤 깨지는 것 때문에 너무 걱정돼 안 깨지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다. 농담이다. (웃음) 내년에는 진짜 농사만 열심히 할 수 있겠구나. 글 쓰고 곡 만들고 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올해 6월부터 지금까지가 전쟁 같은 나날들이어서 더 많이 배우고 새롭게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공연부터 재미있게 특별하게 해보고 싶다.

Q. 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보인다.
루시드폴 : 제주도에 감귤하시는 분들 너무 힘드시다. 한중 FTA도 되고, 더 힘들 텐데.. 제주감귤 좀 많이 드셔 주세요.

Q. 루시드폴에게 귤이란?
루시드폴 : 너무 고마운 것. 나름 열심히 1년 동안 농사를 짓는다고 했지만, 실제 귤을 수확하러 가면 마냥 고맙고 미안하다. 마냥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① 음악 (인터뷰)

⇒ 루시드폴 정규 7집을 위한, 키워드② 해석 (인터뷰)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안테나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