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정형돈
정형돈
11월 12일, 개그맨 정형돈이 잠정적 활동 중단으로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소식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12일 오전 정형돈의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형돈 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활동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제작진과 소속사 및 방송 동료들과 상의 끝에 휴식을 결정했다”고 정형돈의 잠정적 활동 중단을 알렸다. 이에 연예계는 물론, 정형돈의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있던 시청자들까지 모두가 깜짝 놀랐다.

정형돈의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지난 2013년에는 탈장으로 활동 중 수술을 받기도 했고, 지난 9월에는 폐렴을 앓기도 했다. 당시 아픈 몸을 이끌고 정형돈은 KBS2 ‘여우사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정형돈의 책임감 있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고, 또 걱정했다. 이후 대중은 정형돈의 쾌차를 바랬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프로그램에 등장한 정형돈을 보며 안심했다.

신체적 건강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형돈의 활동을 막은 것은 ‘불안장애’였다. 승승장구하던 정형돈을 짓누른 건 대중의 기대감에 대한 불안이었다. 어쩌면 이는 훨씬 전부터 예견됐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2012년 9월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정형돈은 자신의 불안장애를 고백했다. 정형돈은 “지나칠 정도로 불안하다. 이상하게 잘 되다 보니까 ‘밑천이 드러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성공이 계속되지 않을까봐 두려왔다. 그래서 약을 먹기도 했다”라며 자신의 불안감을 어렵게 토로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과거 그의 불안장애 고백은 정형돈의 유쾌한 모습에 가려진지 오래였다. 정형돈의 유쾌한 모습에 모두가 쉽게 안심해버린 것. 허나 ‘불안장애’는 그렇게 가볍지 못했다.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인 불안장애는 늘 정형돈 안에 내재돼 있었던 것. 지금까지 참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현재 정형돈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까지 총 4개. 이에 새로 시작하는 MBC ‘능력자들’과 K-STAR ‘돈 워리 뮤직’까지 도합 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야말로 ‘사대천왕’이란 별명에 걸맞은 왕성한 활동이다. 허나 방송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에 ‘예체능’ 측은 “정형돈의 행복과 건강이 우선이다. 우선 게스트 투입으로 정형돈의 빈 자리를 메울 것이지만, 아직 후임을 논의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정형돈에 대한 걱정이 묻어나는 답변을 내놨다.

방송계를 비롯한 모두가 정형돈의 쾌차를 바라고 있다. 벌써 정형돈이 보고싶다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빗발치지만, 그에 앞서 모두가 정형돈의 건강을 걱정한다. 쾌차가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형돈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이번 휴식을 통해 정형돈이 ‘사대천왕’으로서 짊어져왔던 부담감들을 조금이나 내려놓을 수 있길 바란다. 유쾌한 도니, 정형돈을 다시 보고 싶은 우리는 그의 휴식을 응원하려 한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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