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고독은 결핍에서 온다. 그러나 결핍은 착각일 수도 있다. 누군가 나를 더 봐주길, 생각해주길, 혹은 내가 세상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하나의 어엿한 역할이 되길 바라는 마음. 타인의 애정과 관심이 나의 만족에 미치지 못했을 때 느꼈던 결핍을, 나는 ‘외롭다’, ‘고독하다’는 말로 포장해왔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욕심스런 마음을 놓으면 사라지리라 여겼던 고독은, 마음이 아닌 당신의 결핍에서 시작된 이 고독은, 나의 주위를 떠돌다 흘러가는 당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여전히 이렇게 무겁게 남아있습니다.”
지난 8일, 캐스커의 공연 중 가장 긴장되던 순간을 꼽으라면 ‘산’이 시작되던 때를 고르겠다. ‘놓아줘’가 끝나고 길게 이어지던 박수, 그리고 고독을 말하던 융진의 내레이션. 그의 목소리는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차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산’이 시작될 것임을 직감했다.
지난 7월 발매된 ‘산’은 캐스커의 프로듀서이자 DJ인 이준오가 지난 해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썼던 곡이다. 빙하의 스산함과 바람의 장엄함이 곡 전반에 흐르고, 결국 고독의 정서로 귀결된다. “다만 남겨진 슬픈 그대 원망을 내려다보면서 난 가만히 그대로 여기 있었습니다.” 융진의 담담한 보컬이 오히려 지독하게 느껴질 만큼, 가사는 슬프고 또 외로웠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도대체 머나먼 땅 아이슬란드에서, 이준오는 무엇을 보고 느꼈던 걸까.
이준오는 수십 억 년의 시간을 봤다. 그는 “나는 아이슬란드에 가서 그곳을 한 번 보고 지나갈 뿐이지만, 거기에 있는 것들은 처음 지구가 생겨났을 때부터 계속 그대로 있는 것들이지 않냐”면서 “누군가를 영원히 기다린다고 했을 때, 그 영원이 얼마만큼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시간동안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 기다림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고독한 것 아닐까.”
라이브로 듣는 ‘산’은 음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펙터를 거친 기타는 뭉근하게 퍼져나갔다.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던 바이올린 소리는 흡사 서러운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쩐 일인지 융진의 목소리는 퍽 편안했고, 심지어는 인자하게까지 들렸다. 수십 억 년의 기다림이란 실로 고독한 일이겠지만, 수십 억 년의 고독은 어느 순간 따뜻함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이날 캐스커는 ‘산’을 비롯해 7집 수록곡 전곡과 ‘안녕’ ‘빛의 시간’ ‘얼룩’ ‘나쁘게’ ‘아무도 모른다’ ‘향’ ‘편지’ ‘천개의 태양’ ‘물고기’ 등 약 20곡 이상의 셋리스트로 공연을 꾸몄다. 양일 간 약 800명의 관객이 모여 캐스커의 공연을 즐겼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파스텔뮤직
지난 8일, 캐스커의 공연 중 가장 긴장되던 순간을 꼽으라면 ‘산’이 시작되던 때를 고르겠다. ‘놓아줘’가 끝나고 길게 이어지던 박수, 그리고 고독을 말하던 융진의 내레이션. 그의 목소리는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차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산’이 시작될 것임을 직감했다.
지난 7월 발매된 ‘산’은 캐스커의 프로듀서이자 DJ인 이준오가 지난 해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썼던 곡이다. 빙하의 스산함과 바람의 장엄함이 곡 전반에 흐르고, 결국 고독의 정서로 귀결된다. “다만 남겨진 슬픈 그대 원망을 내려다보면서 난 가만히 그대로 여기 있었습니다.” 융진의 담담한 보컬이 오히려 지독하게 느껴질 만큼, 가사는 슬프고 또 외로웠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도대체 머나먼 땅 아이슬란드에서, 이준오는 무엇을 보고 느꼈던 걸까.
이준오는 수십 억 년의 시간을 봤다. 그는 “나는 아이슬란드에 가서 그곳을 한 번 보고 지나갈 뿐이지만, 거기에 있는 것들은 처음 지구가 생겨났을 때부터 계속 그대로 있는 것들이지 않냐”면서 “누군가를 영원히 기다린다고 했을 때, 그 영원이 얼마만큼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시간동안 누군가를 기다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 기다림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고독한 것 아닐까.”
라이브로 듣는 ‘산’은 음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펙터를 거친 기타는 뭉근하게 퍼져나갔다.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던 바이올린 소리는 흡사 서러운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쩐 일인지 융진의 목소리는 퍽 편안했고, 심지어는 인자하게까지 들렸다. 수십 억 년의 기다림이란 실로 고독한 일이겠지만, 수십 억 년의 고독은 어느 순간 따뜻함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이날 캐스커는 ‘산’을 비롯해 7집 수록곡 전곡과 ‘안녕’ ‘빛의 시간’ ‘얼룩’ ‘나쁘게’ ‘아무도 모른다’ ‘향’ ‘편지’ ‘천개의 태양’ ‘물고기’ 등 약 20곡 이상의 셋리스트로 공연을 꾸몄다. 양일 간 약 800명의 관객이 모여 캐스커의 공연을 즐겼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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