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데이브레이크
데이브레이크
지리한 여름이 시작됐다. 태양은 날로 뜨거워지고 불쾌지수도 나날이 상승한다.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밀린 업무가 산더미 같고, 에어컨을 풀가동 시키자니 전기세가 걱정된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때조차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지는 요즘. 여름이 지겨운 당신을 위해 데이브레이크가 시원한 피서지를 마련했다.

지난 4일과 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는 데이브레이크의 브랜드 콘서트 ‘썸머 매드니스 2015(Summner Madness 2015)’가 개최됐다. ‘썸머 매드니스’는 데이브레이크가 매년 팬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지난 2013년 시작돼 올해로 3번째를 맞이했다. 데이브레이크는 이번 콘서트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5인조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데이브레이크는 약 170여 분 동안 총 23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멤버들의 지휘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다보니 어느새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온 몸으로 열기를 쏟아낸 뒤, 다시 마주한 밤바람은 더 없이 상쾌했다. 더위 타파를 위한 지침서, 아니 필독서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공연이었다.

데이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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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오케스트라의 이해

이날 공연은 15인조 스트링의 현악 연주로 포문을 열었다. 키보디스트 김장원은 일일 마에스트로로 깜짝 변신해 스트링의 지휘를 이끌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열 곡 이상을 편곡했다”면서 “덕분에 장염에 걸렸다. 하지만 전염성이 없는 질병이고, 지금은 완쾌된 상태니 괜찮다”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데이브레이크는 ‘실리(Silly)’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등을 비롯해 어쿠스틱한 넘버에서부터 댄서블한 넘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들을 스트링 버전으로 재편곡해 들려줬다. 현악기의 선율은 밴드의 흥취를 살려내면서도, 음악에 섬세한 결을 더해 색다른 케미를 선사했다. 음향에도 공을 들인 티가 제법 났다. 베이스 기타부터 바이올린까지, 넓은 음역대의 악기 연주를 균형감 있게 살려낸 것. 악기들의 유려한 조화는 관객들의 몸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보컬 이원석은 “우리가 밴드를 결성한 뒤, 스트링과 한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주하면서도 우리끼리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김장원은 “그동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해왔다. 지금은 그 꿈이 이루어지는 중간 단계”라면서 “다음에는 목관, 금관악기에 합창단까지 더해 200인조 오케스트라를 준비하겠다”고 밝혀 환호를 이끌어냈다.

2장 감성의 심화

“다들 사는 게 힘들잖아요. 하지만 여러분들이나 저희, 모두가 ‘빛나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마냥 유쾌하기만 할 것 같은 데이브레이크의 콘서트에도 일종의 블루스 타임이 존재한다. 위의 멘트 뒤에 이어진 ‘빛나는 사람들’도 그 중 하나. 울다가 웃으면 큰일 난다고들 하지만, 나지막하고 따뜻한 이들의 노래에 어찌 눈물을 참을 수 있으랴. 후주의 ‘나나나나’를 함께 부르는 관객들의 목소리는 진정한 교감의 현장을 보여줬다.

깊은 감성의 시간은 ‘사진’ ‘다카포(da capo)’ ‘담담하게’ ‘꿈속의 멜로디’ 등에서도 이어졌다. 이들은 때론 원곡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기도 했고, 때론 스트링 세션을 곁들여 맛을 더하기도 했다. 정유종은 어쿠스틱 기타, 나일론 기타 등을 번갈아 연주하며 섬세하게 곡의 분위기를 살렸다.

데이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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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펑크·디스코의 활용

베이시스트 김선일을 필두로 펑크와 디스코에 대한 강의도 이어졌다. 그는 “여기에서 음악의 유래를 설명하는 건 좀 이상할 것 같다”면서 “그냥 정신을 놓고 놀면 된다”고 화끈명료한 정의를 내렸다. 이어진 객원 드러머 홍준의 댄스 특강도 압권이었다. 그는 국적 불문의 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가열시켰고, 여기에 이원석과 김선일까지 합세하자 공연장은 금세 광란의 장이 됐다.

“솔직히 춤추기 애매할 것(김선일)”이라는 ‘어반 라이프 스타일(Urban Life Style)’을 시작으로 ‘앞집 여자’와 ‘핫 프레쉬(Hot Fresh)’까지 제대로 뜨거운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앞집여자’에서는 멤버들의 숨겨진 섹시함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간드러지는 이원석의 가성에 멤버들의 정체모를 신음소리(?)가 더해지자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를 쏟아냈다. 이어진 ‘핫 프레쉬’의 청량한 기타연주는, 공연장의 열기를 식혀주며 균형점을 찾았다.

4썸머 매드니스완전 정복

이 밖에도 이날 데이브레이크는 ‘마법처럼’ ‘팝콘’ ‘회전목마’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연주하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공연 말미 이원석은 “‘썸머 매드니스’는 미치는 것이지 않냐. 마지막엔 뜨겁게 놀아야겠지?”라며 불을 지폈고 정유종은 “마음속에 불이 있지만 표출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을 거다. 지금부터는 조금씩 빨리 달려보자”고 받아쳤다. 숨 가쁜 드럼 타격을 시작으로 ‘로큰롤 매니아(Rock`n`Roll MAnia)’ ‘좋다’ ‘범퍼카’까지, 공연은 절정에 이르러 끝을 맺었다.

관객들은 연신 “앙코르”를 연호하며 데이브레이크를 불러냈다. 무대로 돌아온 멤버들은 히트곡 끝판왕인 ‘들었다놨다’와 ‘터치 미(Touch Me)’를 부르며 열기를 이어갔다. 객석에서는 떼창은 물론, 떼춤까지 터져 나왔다. 아낌없이 즐긴 공연. 마지막 곡 ‘불멸의 여름’을 부르던 목소리에는,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요”라는 가사처럼, 여름이 불멸하는 한 ‘썸머 매드니스’도 계속될 것이기에.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해피로봇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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