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김한민 감독.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김한민 감독.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김한민 감독.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영화 ‘명량’은 한국 영화 흥행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761만 관객이 ‘명량’을 지켜봤고, 이순신 열풍은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을 강타했다. 현재 ‘어벤져스2’가 엄청난 흥행 속도를 보이지만, 그 역시도 ‘명량’에는 미치지 못했다. 흥행에 있어 ‘명량’은 최단, 최고, 최초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렇게 ‘명량’은 흥행사에 전설로 남았다.

‘명량’을 마친 김한민 감독은 더 큰 뜻을 품었다. ‘최종병기 활’부터 이어진 역사 3부작, ‘명량’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을 예고했다. 이미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또 봉오동 전투를 차기작으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어떤 작품이 됐던 차기작에 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대중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편으로 김한민 감독은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기록적인 흥행도 부담이었고, ‘명량’ 이후 명량해전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접했다. 그래서 원래 가려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명량해전을 다시금 돌아봤다. 영화 ‘명량’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당시의 전황을 살펴보고자 했다. 명량해전이 있기 직전, 16일간 이순신 장군의 실제 행적을 묵묵히 걸었다. 다큐멘터리 ‘명랑: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이와 관련된 다큐 3부작이 바로 그것이다.

Q. 여러 차기작 소식을 전하면서 언제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를 완성했나. 다소 뜻밖의 행보다.
김한민 감독 : 영화 끝나고, 뭔가 허전했다. ‘명량’ 끝나고 ‘저렇게 싸워서 이겼겠어’ ‘과장 아니야’ 등은 물론 일본에서는 ‘명량’에 대해서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하더라. 그래서 전체적인 전황을 짚으면서 어떤 의미를 띄는지 이야기를 해보자는 의미였다. 영화에는 담지 못했던, 수군 재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과정을 담으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는 ‘한산’ ‘노량’으로 가기 전 이 과정을 거치면, 목욕 재개한 느낌으로 영화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쇄신해보자는 측면도 있었다. 나 자신도 쇄신하고, 건강도 찾고. 이렇게 ‘1타3피’ 정도의 의미다. 촬영은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했고, 이순신 장군이 왜군들과 뒤섞이면서 16일간 걸었던 길을 직접 되짚었다.

Q. 궁금한 건 CJ와 NEW다. ‘명량’을 CJ와 했는데, 다큐멘터리는 NEW와 손을 잡았다. 또 차기작도 NEW에서 진행한다.
김한민 감독 : 저예산 펀드가 NEW에 있었다. 딱 규모에 맞는, 적정 규모의 펀드가 있어서 NEW에서 하게 됐다. CJ도 그에 동의를 해줬다. ‘명량’ 후 이견은 있었다. 금융 수수료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서로 이야기가 잘 됐고, 자연스럽게 철회했다. 그래서 별 무리 없이 해결됐다. 관계는 나쁘지 않다. 다음 작품에 대한 투자도 언제든지 다시 이야기할 수도 있고.

Q.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굳이’란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했다. 그렇게 바라보는 대중도 많을 것 같다.
김한민 감독 : 그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오히려 영화 ‘명량’이 이걸 만들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었느냐는 이야기하곤 한다. 이 영화가 자체가 갖는 또 다른 의미가 컸다. 이렇게 해서 2014년 이순신 열풍이 훈기나 온풍 정도의 느낌으로 꾸준히 가길 바란다. 또 ‘굳이’라고 이해해도 상관없다. 영화 보신 분들은 충분히 수긍하시고, 어떤 면에서는 의미도 크다고 해주신다. 그런 지점에서 ‘굳이’라는 의문표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Q. ‘명량’의 많은 출연진 중에서 오타니 료헤이, 장준녕, 이해영 등 세 배우와 함께 길을 걸을 이유는 무엇인가.
김한민 감독 : 대장선의 배우였다.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에 탔던 주요 세 배우다. 오나티 료헤이는 더 의미가 있었고, 좌우 좌장인 송희립과 나대용 장군을 대동하고 걷는 것 역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Q. 그럼 애초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할 때부터 세 배우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던 건가.
김한민 감독 : 두 가지였다. 대장선 장수들을 데려갈 것인가, 아니면 이순신을 보필했던 젊은 장수를 데려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이회 역할의 권율, 수봉 역의 박보검, 하루 역의 노민우 등 젊은 배우와 함께하면서 일깨움이나 배움을 알아가게끔 하는 콘셉트가 있었다. 그런데 대장선 배우들과 하는 게 이순신 장군에 집중할 것 같았다. 오롯이 이순신의 길을 갈 수 있었다.

Q. 또 한 가지 궁금한 건 이순신 장군은 곧 최민식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 번쯤은 나오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 (웃음)
김한민 감독 : 영화의 방향성이나 콘셉트와 맞지 않았다. 약간의 노스탤지어, 그리움 등의 느낌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면 그런 느낌을 깰 것 같았다. 처음에는 생각도 있었으나 영화의 톤 앤 매너와 방향성이 잡히면서 요청하지 않았다.

Q. 오나티 료헤이, 장준녕, 이해영 등은 이번 여정을 마치고 어떤 소감을 전하던가.
김한민 감독 : 진짜 이순신에 대해 더 알게 됐다고. 두 번째는 건강에 도움되는 영화에 참여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웃음) 오타니 료헤이는 더 느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울기도 했다. 나하고 료헤이처럼 한국과 일본도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 일본 사람들도 역사를 더 알았으면 좋겠다. 본인들이 침략했던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주변에서 반성하라고 하면 ‘뭘 반성하지’ ‘왜 공격적이지’ 등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들에게 알리는 것도 좀 더 세련되게, 좀 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방법도 마련해야지 않을까 싶다. 예술차원에서 승화시켜서 다가가는 것도 한 방식이다.

Q. 고향인 순천을 직접 걷는 그 순간, 다른 배우와는 다른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김한민 감독 : 그럼. 순천이라는 곳이 내 고향이니까.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라 좌수군, 임란 7년 동안 순천은 물자와 인력 등을 보급해주는 주된 장소 중에 하나다. 그런 지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자긍심이 있는 지방이다. 조명받을 부분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많이 조명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아쉽다. 다른 지역에 대한 전체적인 안배도 중요한 부분이니까.

Q. 솔직히 처음에는 감독님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모습이 어색하더라. 극영화에서 연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김한민 감독 : 그게 오히려 순수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다큐 ‘명의’의 양희 작가분이 구성작가로 참여했는데, 그분께서 ‘좀 더 극 영화적인 몰입도와 재미를 가져가고, 내레이션도 연기하던 정서를 담아서 하니까 다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지점들이 보였다. 이런 것들이 신선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게 많았다’고 하더라.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Q. 다큐지만, 어쨌든 연출 아닌 출연으로 영화 한 편을 마쳤다. 다음에 극영화에도 출연해 보는 건 어떤가.
김한민 감독 : 모르겠다. 감독님이 써주신다면. 내 영화에는 못 출연할 것 같다. 영화에 피해가 돼선 안 된다. 그리고 하게 되면 카메오는 아니고, 연기적 호흡을 담아서 해야지. (Q. 생각은 있는 거네요) 조금. 그런 경우가 있다. 굉장히 임팩트 있는 역할이지만, 비중은 크지 않은. 어떤 배우를 출연시키기에는 무게감 등 설명하기 힘든 역할들을 동료 감독들이 한 번씩 출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Q. 왜 공동 연출자를 뒀나.
김한민 감독 : 직접 출연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있었다. 그래서 연출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세교 감독과 역할분담이 아주 좋았다. 공동 연출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다큐에서는. 앞으로도 충분히 공동 연출로 갈 수도 있다.

Q. 다큐는 처음인데 극영화와 다른 다큐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한민 감독 :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진심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다큐멘터리의 본질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진실보다 진심이었다.

Q. 그나저나 점점 할 일이 많아진다. 기존에 말했던 역사 3부작부터 이순신 3부작 그리고 다큐 3부작까지.
김한민 감독 : 한참 머릿속 교통정리 중이다. 할 일이 많다는 건 지금 내 입장에선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가 중요한데, 이런 영화를 시대적 분위기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계몽적, 교훈적 차원이 아니라 충분히 재미를 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던지는 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기획되는 것 같다.

Q. 다큐 3부작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김한민 감독 : 다큐를 찍다 보니 생각이 발전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임진왜란이 동아시아, 특히 한국 일본 중국 3국에 미친 영향이 크고, 변화의 기운을 강하게 줬다. 임란 이후 일본, 그게 200년 후 메이지 유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후손들이 연관돼 있는지 등 이런 지점에서 일본의 근대사를 파헤쳐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지 유신은 알지만, 그게 어떤 배경이고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또 중국에는 임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장 표피적으로는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섰다. 명청 교체 상황에도 교훈이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임란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온다.

Q. 유난히 ‘3’을 좋아한다. (웃음)
김한민 감독 :
역사는 4부작이 됐다. 일제강점기에 이어 상고사, 고대 역사 이야기가 추가될 것 같다. 우리 정체성에 관한, 눈물이 있으면서 잃어버린 우리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다.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

Q. 또 최근에 ‘봉오동 전투’ 관련 소식을 전했다.
김한민 감독 : 잘 모르는 근대사의 한 곳이다. 1920년 6월 남양수비대, 월강추격대를 무찌른 봉오동 전투 이야기다. 청산리 전투의 단초가 된 이 전투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연출은 안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다. 당시 국내에 희망과 자긍심을 줬던 전투고, 독립군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뭔가 좌절감을 느끼고, 만주로 건너가 무장 투쟁을 한 어린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걸 조명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Q. 연출하지 않고, 제작만 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던데.
김한민 감독 : 다른 이야기가 많으니까. ‘한산’, 다큐 등. 그래서 교통정리 중이라는 거다. 근데 안 하는 쪽에 비중이 더 크다. 그것까지 하면 ‘한산’을 언제 할지 답이 안 나온다.

Q. 누구보다 역사 공부를 많이 하겠다.
김한민 감독 : 어떤 아이템이 생기면 더 집중적으로 내밀하게 파고들게 된다. 그러면서 얻는 게 많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이해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더 재밌다.

Q. 영화를 통한 역사 바로 알리기의 최선봉에 서 있는 느낌이다. 또 그런 사명감도 생긴 것 같다.
김한민 감독 : 아이돌그룹이 ‘명량: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VIP 시사회에 왔다. 그들이 ‘역사를 이렇게 배웠다면 아이돌이 아니라 역사 교사가 됐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 말이 재밌으면서도 의미심장했다. 소명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런 지점에서 스스로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선두주자가 아니라 후발주자가 돼도 좋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붐이 됐으면 좋겠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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