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예림의 바이오그라피를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페퍼톤스의 신재평 작곡의 ‘넘버 원'(2013)을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발매된 첫 번째 미니앨범 ‘어 보이스(A Voice)’에는 프로듀서 윤종신을 비롯해 검정치마 조휴일, 이규호, 정준일 등 인디 씬을 주름 잡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어 두 번째 미니앨범 ‘허 보이스(Her Voice)’에는 롤러코스터 출신 이상순은 물론, 김광진, 고찬용 등 관록의 음악인들이 곡을 썼고 정규앨범 ‘굿바이 20(Goodbye 20)’에는 그룹 015B 출신의 정석원이 힘을 보탰다. 어디 이 뿐이랴. 27일 발표된 ‘심플 마인드(Simple Mind)’에는 최근 가장 ‘핫’한 뮤지션 프라이머리와 빈지노를 비롯해 샤이니 종현, 포스티노, 피제이(PEEJAY), 루시드 폴까지 합세해 완성도를 높였다.
데뷔 3년 차.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김예림은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곡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박명수부터 프라이머리까지, 김예림의 남자들을 살펴본다.
김예림 발매 음반
#김예림의 남자들-작곡가 편김예림X도대윤 엄밀하게 말하자면, 도대윤은 작곡가가 아니다. 허나 김예림의 탄생을 논하면서 어찌 도대윤을 빼놓으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1년. Mnet ‘슈퍼스타 K3’의 뉴욕 예선 소식을 들은 김예림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던 도대윤에게 SNS 메시지를 남기며 출전을 제안한다. 다소 이상스러운 만남이었으나 두 사람의 활약은 눈부셨다. 예선 당시 불렀던 ‘버추얼 인세너티(Virtual Instanity)’는 온, 오프라인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두 사람은 심사위원들의 극찬과 함께 생방송 탑3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도대윤은 뛰어난 기타 실력은 물론, 깔끔한 보컬 기량까지 자랑하며 서브가 아닌 듀오로의 존재감을 톡톡히 선보였다. 현재 미국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그는 음악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훗날 도대윤의 합류가 싱어송라이팅 그룹으로서 투개월의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는 바다.
김예림X윤종신 김예림의 소속사 사장이자 그의 열렬한 팬(으로 보이는) 윤종신. 매 오디션마다 ‘희소성’을 강조했던 그에게 김예림의 목소리는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슈퍼스타K3’ 종료 후 투개월을 자신의 소속사인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데려온 윤종신은 이후 철저한 프로듀싱을 통해 김예림의 목소리를 개척해나간다. 심지어 김예림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나도 모르는 내 목소리의 부분을 잡아낸다는 것이 윤종신에게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 윤종신은 세심한 디렉팅을 통해 김예림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실험했고 이후 ‘올 라잇(All right)’ ‘레인(Rain)’ 등 그의 목소리에 최적인 곡들을 탄생시키며 그의 희소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김예림 역시 윤종신의 센스를 굳게 믿었고 곡들이 가진 매력을 잘 짚어냈으니 이만하면 ‘찰떡궁합’이라 할 수 있겠다.
김예림X정석원 고백컨대, 가장 고르기 까다로웠던 상대였다. 그간 김예림의 앨범에는 상당한 수의 뮤지션들이 힘을 보탰고, 각 곡들은 저마다 작곡가의 색깔과 김예림의 목소리가 훌륭한 균형을 이루었기에 그 가운데 한 사람을 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정석원과 작업한 ‘굿바이20’이 특히 더 유의미했던 것은 김예림이 작사에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앨범을 통해 자신 안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던 김예림이기에 그가 직접 가사를 쓴 곡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또한 ‘굿바이20’은 ‘올 라잇’ ‘보이스’ 등과 마찬가지로 여타 곡들을 통한 ‘목소리 실험’ 후 발매된 ‘김예림 안성맞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김예림X프라이머리 신선한 조합이다. 김예림이 속한 투개월은 ‘슈퍼스타K3’에서 주로 포크송에 기반을 둔 무대를 선보였고 솔로 데뷔 후에도 김예림은 다수의 앨범을 통해 포크, 인디, 모던 록 성향의 곡들을 노래해왔다. 반면 프라이머리의 주특기는 힙합을 베이스로 한 알앤비.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은 예상 밖에 있었다. 허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2일 정오 공개된 ‘아우(Awoo)’는 ‘아우’는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며 같은 날 오후 2시 기준 올레뮤직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멜론, 엠넷, 다음뮤직, 네이버뮤직, 싸이월드 뮤직, 지니 등에서 상위권에 안착하는 등 인기를 보였다. 통통 튀는 비트에 ‘난 너를 꼬셔’, ‘넌 내게 꽂혀’ 등 당돌한 가사가 달라붙으며 여인으로서 김예림의 변신을 자연스럽게 주도한다.
김예림 참여 음반
#김예림의 남자들-듀엣 편김예림X박명수 은근한 ‘케미 강자’다. 앞서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 카라 출신 니콜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음원 차트를 휩쓸었던 박명수가 지난 해 7월에는 김예림과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함께 한 ‘명수네 떡볶이’는 박명수가 직접 작곡 및 프로듀싱을 한 곡으로 신나는 느낌의 일렉트로닉 댄스 장르의 곡이다. 발매 당시 이 곡은 멜론과 네이버 뮤직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기타 음원 사이트에서도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 등 박명수의 듀엣 불패 신화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김예림X최자 김예림과 최자는 지난 해 발매된 프로듀서 필터(Philtre)의 두 번째 싱글앨범 ‘필터 : 씬 넘버 2’에서 ‘라스트 씬(Last Scene)’이라는 곡을 통해 호흡을 맞추었다. ‘라스트 씬’은 피아노와 트립합 리듬이 만나 이별의 씁쓸한 감정을 그린 곡. 최자의 나지막한 랩핑과 김예림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 정기고와 소유의 ‘썸’ 열풍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냈으나 김예림과 일렉트릭 사운드의 조화는 신선하고도 적절했다.
김예림X이승환 1965년 생 이승환과 1994년 생 김예림. 무려 29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겨울, ‘비누’를 통해 입을 맞추었다. 당시 이승환은 “김예림 특유의 나른하고 묘한 목소리를 인상 깊게 들었으며 김예림의 솔로 앨범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해 먼저 듀엣을 제의했다”고 전했다. 이승환은 비록 “‘비누’도 차트에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고 쓰게 웃었지만 단정한 멜로디 위에 길게 잔상을 남긴 두 사람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번외) 김예림X양희은 포크의 대모 양희은과 포크 꿈나무 김예림이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방송된 SBS ‘슈퍼매치’에서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밤’ 무대를 꾸몄다. 당시 데뷔 2개월 차의 신인이었던 김예림에게 42년 차 가수 양희은이 제법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을 터. 그러나 무대 전반에는 편안한 분위기가 흘렀고 심지어는 묘한 따뜻함마저 전해졌다. 40년의 세월 차가, 음악 앞에 이렇게나 무색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앨범 재킷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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