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다.

마을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인 처녀 스칼렛 오하라(바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이는 자신에게 눈길조차 잘 안주는 애슐리(마이클 리). 그가 멜라니(김보경)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한다. 더욱이 이 장면을 행실이 좋지 못하다고 소문난 레트 버틀러(김법래)에게 들켜버렸으니. 한편 노예제 폐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남북이 전쟁을 벌이고, 그 와중에 스칼렛이 살던 지역 청년들도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데(중략)

원작 탄생 80주년, 영화 탄생 77주년을 맞는 기념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뮤지컬로 탄생했다. 원작 소설과 영화 두 가지 모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만든다는 소식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프랑스 최대 공연장 ‘팔래 데 스포르 드 파리’에서의 초연 이후 단 9개월 만에 90만 명이 관람하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이 첫무대가 되었다. 그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공연은 어떠한 결과를 보일까. 더욱이 미국에서 성서 다음으로 읽힌 초대박 베스트셀러이자 아카데미시상식 이래 최초로 10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를, 프랑스 뮤지컬 제작진은 어떠한 특성과 느낌의 덧옷을 입혔을까.

영화와는 색다른 매력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몇 년 전부터 개막되는 뮤지컬 경향 중의 하나가 흥행에서 성공한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이다. 뮤지컬영화는 물론이고 앤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으로 유명한 ‘미션’, 러시아혁명을 소재로 한 ‘닥터 지바고’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격동의 시대사를 소재로 한 대작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무대에 오르기 전의 두 공연, 즉 ‘미션’과 ‘닥터 지바고’는 둘 다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왜 그랬을까? 여러 요인을 지적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영화의 무대 배경이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즉 영화에 등장하는 장엄하고도 신비로운 이구아수 폭포와 끝없이 펼쳐지는 시베리아 설경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는데, 바로 이 장면을 뮤지컬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했다. 그러나 뮤지컬 ‘미션’과 ‘닥터 지바고’는 영화로 한껏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조악한 무대 장치를 배경으로 배우의 가창력과 춤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흥행 부진 내지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럼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와 비교하여 어떠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 우선 영화 상영이 근 4시간인데 반해, 공연은 2시간여밖에 되지 않아 영화만큼의 다양하고 디테일한 극 전개 상황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을 상대적으로 협소한(?) 무대 위에서는 생생하게 연출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고, 그럴 수밖에 없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장면.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장면.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장면.

또 한 가지. 원작과 영화와는 달리 노예제와 연관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 이 뮤지컬이 지닌 색다른 내용이라기 보단 극적 구성을 산만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스칼렛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구조와 흑인의 인권 문제 부각이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에는 없는 뮤지컬만의 매력도 발산했다. 예를 들어 복잡다단한 인간 군상의 감성을 특유의 춤과 노래로 표현한 것도 좋았고, 특히 주인공역을 맡은 바다와 김법래의 연기와 가창력이 탁월했다. 바다는 전작 ‘카르멘’에서 보여준 무대 장악력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김법래 또한 특유의 마초적인 이미지와 중저음의 매력적인 보이스가 원작의 ‘레트 버틀러’ 캐릭터와 아주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노예들의 애환을 담은 ‘인간은’을 비롯해 ‘바보 같다 놀려도’, ‘사랑했어’ 등의 중독성있는 뮤직넘버도 빛을 발했다.

끝으로 팁 한 가지.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공연은 원작이나 영화와 비교해서 관람하기 보단 뮤지컬의 특성을 고려하고, 특히 원작의 배경인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하시길.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연동원 문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사진제공. 쇼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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