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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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부상 투혼 그리고 귀여움. 영화 ‘빅매치’에서 이정재를 설명하는 3가지 키워드다.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 최근 작품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항상 새로웠다. 데뷔 20년, 40대의 배우가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이정재는 그렇게 하고 있다. ‘빅매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정재의 모습이 담겼다. 이정재는 “압박까지는 아니지만, 신상을 내놔야 한다는 건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이정재의 ‘신상’ 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촬영 중인 ‘암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미 알려졌다시피 이정재는 ‘빅매치’ 촬영 전 크게 다쳤다. 어깨 회전근계가 끊어졌다. 그럼에도 이정재는 시종일관 뛰었고, 거친 격투기 액션을 소화했다. “야구선수가 시즌 중에 회전근계가 끊어지면, 무리해서라도 시즌을 마무리 짓고 수술을 한다”는 의사의 말에 몸을 던졌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촬영 중 수술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진통제를 먹어가며 버텼다. 그리고 지금, 수술 후 회복 중이다. 아직도 다친 팔을 쭉 펴지 못한다면서 자신의 팔을 벌렸다.

또 40대면 딱 귀여울 나이란다. 무대 인사 당시 어려 보이는 관객이 들고 있던 플래카드에 적힌 글귀다. 그 팬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빅매치’ 속 이정재는 확실히 귀엽다. 거친 액션을 소화하고,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과 말투는 ‘귀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Q. 전작인 ‘관상’ 인터뷰 당시 새로운 것을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 왔음에도 또 새로웠다. ‘빅매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새로움은 무엇이었나.
이정재 : 아주 황당한 사건을, 그래도 참 영화적으로 이야기되도록 한 것 같다. 두 시간 분량의 시나리오가 억지스러움을 잘 이겨내면서 풀렸던 것 같다. 영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그런데 글로 써놓은 걸 영상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은 있었다. 그래도 최호 감독님의 전작을 봤을 때 충분히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Q.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있어 보인다.
이정재 : 압박감까지는 아니지만, 신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건 있다. 어려서는 압박감이 있었다. ‘모래시계’ 이미지를 빨리 벗고 싶었다. 사실 충분히 즐겼어도 괜찮았을 텐데, 그때는 재희와 연관성을 너무나도 생각하시니까 빨리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빅매치’보다 먼저 ‘암살’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암살’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가벼운 영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Q. ‘빅매치’는 영화적인 영화다. 이 말은 분석하려 들면 허점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자신의 출연작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봤을 것 같나.
이정재 : 사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보는 편이다. 좋은 영화가 좋고, 좋은 음악이 좋다. 그리고 ‘빅매치’도 웃긴 부분들이 꽤 있어서 분명 재밌게 봤을 것 같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별 거리낌 없이 잘 넘어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대중 역시 눈높이나 관용도 면에서 열려 있는 것 같다. 최근 영화적인 영화들이 많이 있었고, 흥행도 잘 됐다.

Q. 선택할 때 그 지점에 있어 고민은 하지 않았나.
이정재 :
고민했던 부분은 있다. 보통 납치는 아이, 애인이나 아내다. 근데 형이지 않나. 그냥 신고하지 않았을까. (웃음) 그런 설정이 영화적인 설정인데, 솔직히 의문이었다. 이성민 선배가 연기를 독특하게 재밌게 잘하신 것 같다. 그래서 잘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 또 에이스가 잘 설명해 놓은 것 같다. 내가 혼자 뛰면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다른 캐릭터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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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말 열심히 뛰더라. 최익호의 원맨쇼에 가깝다. 나이 들어서 힘들다고 했는데, 사실 시나리오만 봐도 엄청난 액션을 해야 한다는 게 보였을 것 같다.
이정재 : 나이 들어 운동하면 잘 안는다. 약간의 억울함이 없잖아 있는 게 ‘네 몸은 항상 이럴 거로 생각할 텐데 네가 노력했다고 해서 특별하게 더 노력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 마른 몸을 보여드린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항상 역할 때문에 운동하는 거지, 평소 때는 그렇지 않다. 하루 눈 떠서 운동선수처럼, 3시간 간격으로 식사하고, 그 사이사이 운동을 계속 해야 한다. 평상시 그렇게 생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Q. 그래도 뭔가 격투 선수로 우람한 근육을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던데. 물론 몸이 좋은 건 알았지만, 이번처럼 우람한 근육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정재 :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솔직히 82~83kg까지 불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80kg을 넘긴 적이 없었다. 오전에 2시간 근육운동을 하고, 점심 먹고 격투 훈련을 4시간 정도 했다. 그런데 그 4시간이 너무 많다. 근육이 쉴 시간이 없으니까 몸무게가 늘지 않더라. 그런 아쉬움은 있다.

Q. 액션 연습도 기존과는 달랐을 것 같다.
이정재 :
아크로바틱한 액션 합이 많아서 훈련할 때도 염두에 두고 했다. 그리고 그런 동작으로 인한 코믹적인 요소를 가미시키는 게 의도였다. 상황은 조금 심각하지만, 절대 심각하게 보이는 동작이나 연기는 최대한 피하자는 게 연출 의도였고,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Q.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연습하다 크게 다쳤다. 그때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이정재 :
못하는구나, 포기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주위 분들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의 한마디가 ‘잘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야구 선수 중에 회전근계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즌 도중에 끊어지면 무리해서라도 시즌을 마무리하고 수술을 한다는 거다. 나 역시 촬영을 시즌이라 생각하고, 시즌을 마치고 수술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통증이 너무 심하면 어쩔 수 없이 수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촬영을 못 하니까, 그게 걱정이었다.

Q. 야구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서 견디고 뛸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이정재 : 그게 조금 서글프죠. 하하하.

Q. 그러면 아무래도 부상 때문에 대역이나 CG 분량이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났겠다.
이정재 :
그렇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대역 없이 제가 다 했습니다’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영화가 멋있게 나오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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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상 때문에 주저했다고 했는데,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
이정재 : 솔직히 진통제를 많이 먹었다. 아프니까 어쩔 수 없이. 주저하는 모습 보이는 건 싫었다. 진통제 먹으면 오래가진 않지만, 좋아지긴 하더라. 다행인 건 아주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아픈 순간은 오지 않았다.

Q. 앞으로 이런 순간이 또 온다면, 그때도 참고 견디면서 할 수 있을까.
이정재 :
욕심은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지는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다. 이번에도 정말 아프면 당장 수술을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견디고 했던 거다. 막상 수술을 하고 나니 회복이 더디다. 아직 완쾌가 안 돼 스트레칭이 잘 안 된다. 물리치료도 계속 하고, 마사지도 하고.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조금 두려움은 있다. 그래서 다음에 이렇게 다쳤는데 또 해야 할 때가 오면, 그때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Q. 극 중 최익호는 거의 ‘무적’이다. 물론 연기지만,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어떤 쾌감은 있겠다.
이정재 :
최익호는 스포츠맨이니까 가능한 건데, 남자라면 한번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여배우들이 청순가련한 멜로적 성향을 표현하고 싶은 로망이 있듯, 남자는 남성성이 가지고 있는 장면을 보여드리고 싶은 로망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Q. 극 중 인물 구도상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에이스 역의 신하균이다. 신하균은 전작 ‘런닝맨’에서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그런데 이번엔 차 안에서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대로 최익호가 움직인다.
이정재 :
그 영화 봤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비슷한 영화 뭐 있었지 하는데 ‘런닝맨’이 있다고 해서 다시 봤다. 하균 씨가 그러더라. 뛰는 연기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봤자, 노력한 것만큼 잘 보이지 않는다고. 찍으시는 분들이 속도를 내는 게 효과적이다. 더 빨리 뛰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나 역시 뛰면서 느꼈다. (웃음)

Q. 그런데 뛰는 장면은 여러 번 찍어도 결국엔 처음 걸 쓴다고 하던데.
이정재 :
맞다. 처음이 가장 빨리 뛰었으니까. (웃음) 갈수록 느려진다. 나도 그랬다.

Q. 단순 무식하고, 참 해맑은 캐릭터다. 이정재가 이런 개그 코드를 보여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이정재 :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캐릭터다. 황당한 제안을 받고, 그 상황에 부닥쳤을 때도 몸이 앞서니까. 그런 것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조금씩 잔재미를 드릴 수 있는 부분 찾았던 것 같다. 의도는 좀 더 웃겨드리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어서. (웃음).

Q. 소위 ‘좀비춤’으로 불리는, 경기에 이겼다고 춤추는 데 그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이정재 :
그렇겠지. 나이가 있는 사람이 하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 나도 가끔 포털사이트에서 다른 배우들 나이를 들춰본다. 그런데 몇 살이지 했을 때 깜짝 놀라는 배우들이 있다. 이 나이인데도 이런 역할 가능하네 생각이 들면,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역시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란 걸 깨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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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경 역에 보아를 직접 추천했다고 하던데.
이정재 :
직전 추천한 건 아니고. ‘고고70’(‘빅매치’ 최호 감독의 전작) 때 미팅을 했었나 보더라. 그때 할 뻔했는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못 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갑자기 ‘보아한테 시나리오를 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더라. 처음에는 의아했다. 3~4초 정도 생각하다가 괜찮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수경 역할이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서부터 훈련을 이겨내고, 이뤄내는 인물이다. 보아 역시 가수를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노력하고 해 낸 경험이 있다. 그게 수경 역할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그런 경험을 기억하면서 연기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배우 선배의 입장에서 막상 같이 호흡을 맞춰보니 어떻던가.
이정재 :
프로 근성이 있는 친구다. 자기가 맡은 일에 있어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만한 재능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Q. 최근 했던 ‘도둑들’ ‘신세계’ ‘관상’ 등에 비해 이번엔 원맨쇼다. 이전에는 멀티 캐스트였다면, 이번엔 홀로 하는 느낌이다.
이정재 :
다른 캐릭터들이 시나리오상에서도 재밌게 묘사돼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굳이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른 배역 분들이 잘 살아 있으니 나는 엄청나게 고생하는 쪽으로 가자고 생각했다. 요즘 예능 프로 보면, 고생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은 재밌게 보더라. 나는 그쪽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겠구나, 열심히 고생하면 재밌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멀티캐스팅에서 나눠 가질 수 있는 요소를 혼자서 열심히 구르는 쪽으로 했다. 재미 부분은 나눠서 가게 된 것 같다.

Q. 요즘 팬층이 넓어진 걸 체감하나. 한때 화려했던 청춘스타들이 최근에 다시 전성기를 누리는 것 같다. ‘절친’인 정우성도 그렇고.
이정재 :
열심히 하다 보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린 관객분이 ‘40대면 딱 귀여울 나이’라고도 말씀해주시고. (웃음) 무대 인사였는데 스케치북 들고 계시더라. 뭐라고 쓴 건지 봤는데 그 말이었다. 감독님과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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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작이 기대된다. 치정멜로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정재 :
하나 읽긴 했던 것 같은데 그게 그건지 헷갈린다. 요즘은 그냥 멜로가 없는 것 같다. 멜로에 코믹, 액션 등 뭔가 가미되는 것 같다. 뭐가 가미됐던 멜로는 다시 한 번 하고 싶은데, 기회를 안 준다.

Q. 자꾸 몸을 쓰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
이정재 :
그것도 몸을 쓰잖아요. (일동 웃음) 기다리고 있는데 나한테만 안 오는 것 같기도 하고.

Q. 사실 ‘무뢰한’도 차기작 중 하나였는데, 부상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아쉽긴 하겠다.
이정재 :
아쉽다. 전도연 씨랑 좋은 작품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오승욱 감독의 ‘킬리만자로’를 정말 재밌게 봤다. 우연히 만나면 ‘너무 팬인데 언제 하느냐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는데, 두 번째 작품을 같이 하게 돼 기뻤다. 수술하고 한 달 정도만 치료하면 되니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수술한 날, 회복실에 있는데 제작사 대표가 왔다. 그때 나를 보고 ‘이정재가 못할 수 있겠구나’ ‘이 사람을 데리고 찍는 게 이 사람한테도 못할 짓일 것 같다’ 등의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재발 방지를 위해 일부 뼈도 깎아 내면서 회복기간이 2~3달 될 거란 의사의 이야기를 제작사 대표가 직접 듣기도 했다. 김남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 잘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 들으니까 다행이다.

Q. ‘덕혜옹주’는. 허진호 감독과 비밀리에 만났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는데.
이정재 :
허진호 감독님을 뵌 것밖에 없다.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만난 것도 아니지만. 지금도 시나리오를 고치고 있는 과정이다. 그리고 남자 캐릭터의 젊었을 때와 나이 들었을 때가 나오는데 2인 1역으로 할지, 1인 1역으로 할지도 결정 못 했다고 들었다.

Q.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음 작품은 계획은 없는 건가.
이정재 :
결정된 건 없다. ‘암살’ 매진할 것 같고. 기본적으로 많이 안 쉬고 바로 촬영 들어갔으면 하는데, 아직은 ‘암살’을 찍어야 할 분량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암살’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작품이다. 다른 것 생각하기가 개인적으로 조금 부담스럽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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