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뽑은 노랫말이 아름다운 곡

가수 이소라와 요조가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 1위로 선정됐다.

카카오뮤직과 문학과지성사가 1일부터 8일까지 한글날을 맞아 공동 진행한 ‘노랫말이 아름다운 뮤지션’ 조사에서 이소라의 곡 ‘바람이 분다’와 요조의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0년 이후 발표된 노래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강성은, 김근, 김소연, 김행숙, 김현, 성기완, 신해욱, 유희경, 이민하, 이영주, 이용임, 이우성, 이원, 하재연 등 시문학계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시인 14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시인 이민하는 ‘바람이 분다’를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로 뽑으며 “사소한 노랫말에서 오는 감동은 그것이 몸의 언어일 때 가능하다. 언어의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은 것도 정교한 감성 덕분이다. 몸에서 맺혀진 눈물처럼 종이 위에 맺혀진 글자들이 새벽의 어둠을 통과하는 중이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깊고 서늘한 무채색의 읊조림이 보편적인 공감을 절묘하게 빚어냈다”고 밝혔다.

시인 김소연은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가 “혼자 누워서, 함께 누워 듣는 것만 같은 판타지가 필요할 때엔 이 노래를”이라는 추천사를 남겼다.

시인들이 뽑은 아름다운 노랫말 톱 7곡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김광진 ‘편지’, 브로콜리너마저 ‘보편적인 노래’, 델리스파이스 ‘고백’, 김윤아 ‘봄날은 간다’, 루시드폴 ‘물이 되는 꿈’ 등이 포함됐다.

특히 루시드폴은 ‘사람이었네’, ‘물이 되는 꿈’, ‘나의 하류를 지나’, ‘문수의 비밀’, ‘풍경은 언제나’ 등 자작곡 총 5곡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가진 노래’로 선정되며 한 뮤지션으로서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뮤지션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래는 시인들의 ‘노랫말이 아름다운 뮤지션’ 추천평이다.

[김소연 시인 추천]
1. 요조 –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혼자 누워서, 함께 누워 듣는 것만 같은 판타지가 필요할 때엔 이 노래를.
2. 루시드폴 – 나의 하류를 지나
유성우의 꼬리처럼 지나간 사람들이 어룽대는 빛을 낸다.

[김현 시인 추천]
1. 브로콜리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누구도 다 알지 못하게 만드는 노래.
2. 델리스파이스 – 고백
첫사랑의 청량한 헛스윙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3. 루시드폴 – 물이 되는 꿈
쓰여 있지 않은 말로 더 많은 걸 들려주는 노래
4. 루시드폴 – 나의 하류를 지나
밤, 속에, 물, 위에, 배, 안에, 누워, 흘러가며, 듣는, 음악을 체험케 하는 노래.

[성기완 시인 추천]
1. 델리스파이스 - 고백
얌전한 십대라고 해서 반항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델리의 고백은 달달한 모던락 속에 숨겨진 반항적 에너지를 서정성을 잃지 않은 채 잘 들려준다.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다는 반전은 이미 배신감을 몸에 익힌 조숙한 아이의 못됨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신해욱 시인 추천]
1. 요조 -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선처럼 가만히 누워. 그저 선처럼 아슬아슬하게 가늘어지고 싶은 기분. 그런 방에는 에테르가 가득하겠지. 볼 수 없는 것. 닿을 수 없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이 보일 듯, 닿을 듯, 만져질 듯, 반투명하게 떠다니겠지.

[유희경 시인 추천]
1. 요조 -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선처럼 가만히 그리고 나란히 누워보는 것. 어쩌면 ‘우리’에게 허락된 가장 아름다운 자세가 아닐까. 너와 내가 나란히 누워 두 눈을 감으면, 불가능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새롭게 또 아름답게 찾아오는 기분. 세상에 점처럼 놓인 너와 내가 빛나는 선으로 이어지는 그 순간에만 가능한 일이다.

[이민하 시인 추천]
1. 루시드폴 – 사람이었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남다른 시선과 사물로부터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낸 남다른 의도가 합쳐지는 지점에 결코 ‘남다르지 않은’ 서정성을 배치해 놓는 미덕을 잃지 않았다. 이것이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동시에 움직여 준다.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파괴”로부터 소통에 대한 성찰과 메시지를 따뜻하게 담아낸 ‘세련된 서정’이다.
2. 김윤아 – 봄날 간다
언어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도 미적 논리를 챙겼다. 무심하고 담백한 노랫말이 짧은 봄날의 햇살 같은 청아한 목소리에 실려서 더 애잔하다. 하지만 그 울림이 공허하지 않은 것은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슬픔보다는 아름다움에 대한 예감이 실려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다시 닿을 때까지 슬픔이라는 그림자가 긴 여운을 무심히 끌고 간다.
3. 이소라 – 바람이 분다
사소한 노랫말에서 오는 감동은 그것이 몸의 언어일 때 가능하다. 언어의 짜임새가 느슨하지 않은 것도 정교한 감성 덕분이다. 몸에서 맺혀진 눈물처럼 종이 위에 맺혀진 글자들이 새벽의 어둠을 통과하는 중이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깊고 서늘한 무채색의 읊조림이 보편적인 공감을 절묘하게 빚어냈다.
4. 김광진 – 편지
‘끝’을 받아들인다는 건 욕망과 집착의 허물을 벗는 고통이다. 그러므로 이별에의 결심은 성숙함에서 비롯된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침묵이 또 다른 의미의 대답임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세심한 배려다. 이 이별이 초라하거나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노랫말에 군더더기가 없다. 마음을 다한 이별이 그런 것처럼.
5. 루시드폴 – 물이 되는 꿈
시각적 이미지의 나열만으로 역동성을 획득하는 것은 우리를 상상에 참여케 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경계를 지우는 확장과 회귀, 그리고 무한 반복. 그것이 ‘물이 되는 꿈’의 형식이며, 그 가능성의 궁극엔 자유와 화합이 있다. 착한 꿈. 착한 노랫말. ‘물이 되는 꿈’은 기적도 아니고 마술도 아니다. 다만 한 방울의 아름다운 詩다.

[이우성 시인 추천]
1. 김광진 – 편지
이 구절이 좋아요.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별하는데. 눈물이 나겠죠. 그런데 저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놀랍죠.’ 저는 누군가 울면, 그 감정을 공유하기가 버거워요. 그런데 그 누군가가 눈물을 참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그렇게, 슬프다요. 눈물 흘리는 건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눈물을 참는 건,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돌아가는 사람을 축복하겠다는 것이고요. 이별하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 사랑의 마음이 전해져서 좋아요.
2. 루시드폴 – 물이 되는 꿈
루시드폴은 힘 빼고 쓴 가사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물이 되는 꿈과 나의 하류를 지나 같은 경우가 그런데 많은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단순하고, 반복되며, 이미지가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확장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하얀색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색의 근원 혹은 시작이라고 믿어요. 가사가 하얀색의 상태를 지향할 때, 듣는 이들은 다채로운 색을 상상하게 된다는 것이죠.

글. 윤소희 인턴기자 sohee816@tenasia.co.kr
사진제공. 포츈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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