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 낸 ‘연애의 발견’이 막을 내렸다.

지난 7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여주인공 한여름(정유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재의 남자친구 남하진(성준)과 옛 연인 강태하(에릭)의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단면을 그려내 왔다.

삼각관계는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러브라인이며, 특히 헤어진 연인이 끼어든 삼각관계는 정현정 작가의 전작인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에서 연이어 등장했던 구도다. 진부해 보이는 이들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은 세 사람의 감정을 적나라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연애의 발견’은 제목처럼 우리가 알면서도 말로써 구체화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발견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들이 인물들의 대사에서 쏟아져 나오고, 한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고민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있었다. 독백을 통해 솔직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때 시청자들은 각각의 인물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주인공 한여름(정유미)는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성형외과 원장인데다 귀공자 같은 외모, 따뜻하고 온화한 성격을 지닌 완벽한 남자친구 남하진(성준)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빚 투성이인 가구 디자이너 여름은 돈 문제로 인해 하진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름은 예비 시어머니 앞에서 차마 돈이 없다는 말은 못하고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핑계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다.

돈 때문에 결혼에 관심없는 척하는 것은 한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 이때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 강태하(문정혁)는 자신에게 인테리어 관련 일을 맡긴다. 여름은 아무리 돈이 급해도 옛 남자친구와 함께 일할 수는 없다고 버텨보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떠밀려 스스로를 설득한다. 친구 윤솔(김슬기)는 전 남자친구한테 받은 돈으로 결혼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수 아니겠느냐며 부추긴다.

하지만 막상 여름은 하진에게 강태하와의 관계도, 그와 일을 한다는 사실도 말하지 못한다. 다만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게 됐는데 해도 되냐”는 본질을 벗어난 질문으로 허락을 구함으로써 약간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한다. 하진 역시 여름 몰래 애타게 찾은 어린시절 추억의 여인 안아린(윤진이)에 대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아린과 만남으로 여자친구에게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자처하는 하진을 욕하다가도, 남자친구에게 옛 연인임을 숨기고 강태하와 일하는 여름이 잘 못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좋은 사람과 잘 만나고 있는 여름을 흔드는 태하를 비난하기도 했다. 피차일반인 이들의 관계 속에서 누가 잘못했다 잘했다를 따질 수는 없었다. 결국 상처주기 싫고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서 비롯된 이들의 행동은 현실과 닮아 있어 시청자들 조차 비난할 수 없었다.

‘연애의 발견’은 이 같은 세 사람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도 겪어 봤고 느껴봤지만 말로 구체화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공감가는 대사로 풀어냈다. 드라마가 사랑받는 큰 이유는 각기 다른 입장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사들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공감을 자아낸 장면은 2회 방송에서 그려진 강태하와 한여름이 이별이었다. 사귄지 5년쯤 되자 기차에 탄지 10분도 안 됐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연인. 한여름은 “이 남자는 변했구나, 이 연애는 끝났구나” 온 몸으로 느꼈다. 기댈 곳이 필요했던 시기였지만, 강태하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앞서가고 있었다.

여름은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흘렸지만, 태하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 이왕 온 것 기분 좋게 놀다 가자고만 했다. 그런 태하에게 여름은 “혼자만 속 끓이고, 혼자만 기다리고, 혼자만 너 쳐다보고, 둘이 같이 있어도 너무 외롭다”며 “이게 연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별을 선언했다.

여름의 일시적 투정이라고만 생각한 태하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헤어져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태하에게 여름은 “그걸 모르니까 헤어지자고 한 거다. 요즘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지도 않는 남자니까”라고 말했다.

태하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적응하기 바쁘고 힘들었던 태하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오래 사귄 여자 친구 여름이 몸도 마음도 힘든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랬다. 딱히 규정할 수 없는 이유로 이별을 맞는 커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마지막회 세 사람이 진정한 이별을 선언하고 헤어진 뒤, 1년의 시간이 지난 뒤 모습도 공감 가는 대사가 함께 했다. 남하진은 봉사활동을 하러 떠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공항을 찾아 온 여름에게 하진은 “너랑 있을 때 난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여름을 사랑했지만 그로인해 늘 불안하고 뭔가를 감춰야 했던 하진은 비로소 여름과 진정으로 이별할 수 있었다.

한여름은 자신이 상처 준 강태하와 남하진 둘 중 누구에게도 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끝난 남자에게 의리 지킬 필요 없다”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냈다. 그녀는 강태하의 SNS를 훔쳐 본 뒤 우연을 가장해 재회했다. 작정하고 만나러 온 게 뻔 한 여름의 행동은 태하를 웃음 짓게 했다. 그런 태하를 향해 “너랑 있을 때 가장 나 다워서”라는 여름의 말은 시청자들이 그녀와 하진과 태하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연애라는 것은 얼핏 보면 타인을 사랑하는 과정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임을 새삼 느끼게 한 대목이다.

‘연애의 발견’은 극적인 상황에 어우러진 현실적인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환상을 채워줌과 동시에 공감을 이끌어 냈다. 언뜻보면 완벽한 두 남자와 씩씩한 캔디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스토리로 보일 수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볼수록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는 드라마였다.

시청자들은 솔직한 세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 봄으로써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연애의 새삼스러운 진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연애의 발견’ 방송화면

[SNS DRAMA][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