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약속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지난 4월 16일 전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어느덧 대중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덧 방송도 ‘세월호의 약속’을 잊은 듯 관련 보도를 축소, 생략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 소식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텐아시아에서 KBS, MBC, SBS(알파벳순) 등 3대 지상파의 저녁 뉴스와 이번 세월호 보도로 시청률이 상승한 종합편성채널 JTBC의 저녁뉴스 보도를 비교한 결과, 상황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방송사 메인뉴스는 속보로 이뤄진 특보보다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인 정보가 담겨야 함에도 지상파 채널 주요 뉴스의 경우에는 아예 세월호 관련 보도가 빠진 날도 적지 않았다.
저녁 뉴스의 첫 번째 꼭지는 각 방송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확인해 봐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매 방송 첫 번째 꼭지를 세월호 보도로 채운 JTBC를 제외한다면 그 외 지상파 채널 뉴스의 경우 세월호 보도를 등한시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실종자 수습, CCTV 확보 등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을 때는 한시적으로 세월호 보도가 첫 꼭지를 장식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통계를 내보면 세월호 관련 보도가 뉴스에 등장한 순서는 평균 8~10번째 사이. 하지만 그마저도 오롯이 진도와 팽목항을 배경으로 한 보도는 아니다. 대부분 유병언과 총리 인선과 관련된 보도일 뿐이다. 특히 MBC와 SBS의 경우에는 지난 6월 13일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한 이래 스포츠 관련 보도에 70% 이상의 비중을 할애했다. 대중의 이목을 의도적으로 분산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는 텐아시아에 “최초 대중의 이목이 가장 집중됐던 시기를 지나 근 3개월 차에 접어든 시점에 주요 뉴스에서 ‘세월호 보도’를 축소, 생략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보도된 내용도 유병언 수색, 총리 인선과 내용이라는 점도 세월호 이슈의 본질을 쫓는 게 아니라 그 밖의 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권위 무질서’ 보도방식을 택한 언론의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권위 무질서’는 사건이나 사고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표적화하는 보도방식을 일컫는 말로, 사건의 본질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하는 프레이밍 방식을 의미한다. 여전히 실종자 수는 11명에 멈춰 있는 상황에서 관련 보도를 배제하고 특정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방식은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 교수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사회적 약속 이행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단순히 알맹이 없는 이슈를 쫓기보다는 주제적(사고해야 할 상황에 대한 사실 지식, 서술 지식, 영역 특수 지식 등으로, 어떤 주장이 맞는지 그리고 찬반 입장이나 대안 등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관점)인 분석에 기반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건의 본질을 되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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