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 장면.
고구려 3대 대무신왕 원년, 무휼은 어느 계곡으로 들어가 자살한 형 해명 태자의 군사들과 조우한다. 이 군사들을 휘하로 삼아 권력을 공고히 하는 무휼. 이에 왕권을 약화시키려는 대신들이 온갖 음모를 꾸미는데….(중략)주몽 이후 유리명왕부터 대무신왕 무휼까지의 역사를 배경으로 다룬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 타이틀이 의미하듯, 주인공은 무휼이며 그와 그의 아들 호동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동명의 김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06년 초연에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이번에 다시 돌아왔다.
흥미로운 건 이 공연을 제작한 서울예술단이 지향하는 예술적 행보에 관심이 간다는 것. 분명 예전보다 훨씬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작 ‘잃어버린 얼굴’과 ‘푸른 눈, 박연’만 하더라도 주요 무대 장면을 영상으로 처리했으나, ‘소서노’를 기점으로 해서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소서노’에서는 서울예술단이 추구하는 가무극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전투장면에서 배우들이 와이어 액션을 펼치는 가하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장대한 규모의 성곽 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바람의 나라 -무휼’에선 두 가지가 추가됐다. 바로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무대 분위기와 함께 소위 아이돌 그룹 멤버가 캐스팅된 것.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는 마치 원작 만화 속 판타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 하고, 왕자 호동 역이 아이돌 멤버임에 따라 젊은(?) 관객에게 분명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원작과 같지만 다른 매력, 하지만
‘바람의 나라’ 원작 만화.
이 뮤지컬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다만 원작 만화를 소재로 한 지상파 방송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그럼 TV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대중에게 관심있는 소재가 어째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겠으나, 분명한 건 영화사가 관심을 가질 만큼 흥행성을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러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바로 원작에서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존재하므로,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선 원작의 대폭적인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2시간이라는 한정된 틀 속에서 원작대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다. TV 드라마 ‘바람의 나라’도 총 36부작이라는 시간의 여유 속에서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펼칠 수 있었지, 2~3 부작 정도의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그럼 이번에 무대에 올린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은 원작의 내용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놀라운 점은 2시간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각색과 수정을 가급적 배제한 채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나왔다. 즉 원작을 그대로 뮤지컬로 담아낸 것이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 장면.
그럼 이러한 극적 전개를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흥미로운 점은 이 뮤지컬을 본 관객의 반응이 다른 공연에 비해 호불호가 크다는 것. 이유인즉 이 공연을 재밌게 본 관객은 상영 전에 이미 원작인 만화를 읽거나 적어도 극의 내용을 숙지했던 반면, 그렇지 않은 관객은 상대적으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바꿔 말해 공연사는 원작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을 위해서 별도의 서비스를 준비해야 했다. 극적 구성을 원작보다 단순화하거나 혹은 이 작품의 내용을 모르고 보는 관객에게 극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한편 이 뮤지컬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고구려와 부여의 전쟁 장면. 10여분 동안 펼쳐지는데, 장대한 무대세트 없이 역동적인 안무와 세련된 음악만으로 격렬한 전투 이미지를 너무나도 잘 살렸다. 복잡한 극의 내용을 이해 못한 관객도 이 장면에선 절로 탄성을 자아낼 정도.
끝으로 세련되고 화려하지만, 극의 내용을 모르는 관객에겐 혼란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의 흥행을 기대해 본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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