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정도전’ 36회 2014년 5월 11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정도전(조재현)은 자신이 주장한 계민수전 대신 정몽주(임호)의 과전법이 택해진 것을 놓고 분노했다. 이에 정도전은 이성계(유동근)를 찾아가 자신의 뜻을 왜 짓밟은 것인지 묻는다. 이에 이성계는 지금까지 흘린 피가 너무 많다며 포은이 갖다 바치는 옥새가 아니면 절대 안 받을 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수문하시중 자리에 오른 정몽주는 공양왕(남성진)에게 정도전을 몰아내겠다는 뜻을 밝히고, 정도전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성계가 정몽주와 정도전 사이에서 잠시 갈피를 못 잡는 사이, 정도전은 좌천 위기에 놓인다.
리뷰
“처염상정이라 했다. 처한 곳이 더럽게 물들어도 군자는 무릇 깨끗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스승 이색이 당부하자, 정몽주의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스승에게 말한다. “허나 저들은 너무 강하고 소생은 너무나 나약합니다.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소생도 괴물이 될 것입니다” 위기 앞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신념을 지키기란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정몽주의 대답이 마음을 울렸다면, 이 인물에게서 자기 자신을 봤기 때문일 게다. ‘정도전’을 역사드라마인 동시에 잘 짜인 심리드라마고 부르고 싶은 이유다.
‘정도전’이 흥미로운 것은 여말선초 난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왕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신념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변방에 있던 이인임(박영규)이라는 인물이 발굴됐고, 최영(서인석)이 주목받았고, 이성계의 새로운 면모가 부각됐으며,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재평가 되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단심가’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정몽주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로 유명한 정몽주는 정도전만큼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선비 정신의 표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 반대편에는 자신의 안위와 명예가 앞섰던 ‘보수적 인물’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쪽으로 편향돼 보일 수 있는 인물을 드라마는 나름 중도의 입장에서 다가가려 노력한다. 죽마고우 정도전을 무섭게 몰아치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탈색시키는가 싶더니, 스승 앞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등장시켜 실추됐던 인간미를 빠르게 복원해 낸다. 승자에 입장에서 쓰여져 온 역사를, 패자들의 시각에서 깊이 바라보게 하는 것은 분명 이 드라마가 지닌 힘이다.
‘정도전’은 고려를 지키려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정몽주와, 국가가 아닌 백성의 편에서 정치를 움직인 정도전의 대립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 ‘옳은 정치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현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정도전과 정몽주가 내세우는 것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그들에게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고 그것이 개인이 아닌 나라와 백성을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어떠한가. 여기에서 드라마와 현실이 갈린다. 우리가 ‘정도전’에 환호하는 것은 드라마가 지금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결핍된 갈증을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다 포인트
- 정몽주의 눈물, 함께 울었습니다. 친구를 몰아세우는 당신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
- 이방원이 등장할 때마다 장르는 공포물. 연기가 그냥~
- 고 3수험생 여러분, 오늘도 밑줄 그어야 할 사자성어 등장했습니다. ‘처염상정’ 수능에 등장할지 모르니, 꼭 기억하세요!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정도전’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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