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음악여행 예스터데이’

최근 MBC 음악 라이브 프로그램 ‘예스터데이’가 방송 4개월 만에 조기 폐지됐다. 시청률 때문이다. 심야에 방송되는 라이브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 종영된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아이돌 위주로 치우친 지 오래. 그 균형을 잡기 위해 등장한 라이브 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 ‘라라라’ ‘음악창고’ 등이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요 몇 년 사이 폐지됐다. 최근 ‘예스터데이’의 폐지는 라이브 프로그램 조기 종영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반복, 또 반복이다.

최근에는 아이돌이 총출동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들도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대안으로까지 이야기됐던 오디션 프로그램도 관심을 잃어가기는 매한가지다. 순위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쏠린 것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에는 아이돌, 오디션 가수 콘텐츠마저 시청자의 외면을 받으며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난 14일 서교동 카페 커먼 인 블루에서는 EBS ‘스페이스 공감’ 10주년을 기념해 ‘한국대중음악과 미디어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대중음악과 방송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방송에서 대중음악은 한 번도 오락의 지위를 벗어난 적이 없으며 교양적 대상이 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권력을 가진 방송국이 대중음악을 교양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로써 다양한 음악이 방송을 통해 소개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중파 3사를 비롯해 방송국이 다양한 음악 및 음악인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김 교수는 “방송은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론 영화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단 한 번도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대중음악인들은 늘 언제 어디서든 오락적 존재이며 대중을 위안하는 예능인의 역할만을 부여받을 뿐이다. 방송에서 대중음악이 존재하는 방식은 대중음악을 대하는 방송의 기본적인 시각에서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음악과 방송, 그 관계의 역사
이날 발제에서 김창남 교수는 방송국이 대중음악을 다뤄온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방송국이 생겨난 이래 한국대중음악은 방송 권력에 종속된 존재로 인식됐다”며 “방송국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해왔고, 대중음악이 그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대중음악이 처한 심각한 장르적 불균형의 요인으로 방송이 오랫동안 지적된 바 있는데 방송의 이러한 영향력은 이른바 케이팝 전성시대 이전부터 있어왔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1960년대 텔레비전 시대가 열렸을 당시 방송은 박정희 정권의 통제 아래 있었다. 방송과 대중음악의 권력 관계 외부에 국가라는 더 큰 권력이 존재하면서 대중음악 역시 국가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TV에 주로 소개된 음악들은 군사정권이 내건 근대화 이데올로기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미8군 출신의 팝 스타일 가수들, 그리고 대학을 나온 ‘학사 가수’들이었다. 이들은 근대국가의 풍요로운 세계를 표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으로 1960~70년대 방송국 PD들이 젊은 세대의 통기타 가수 및 그룹사운드를 후원하면서 청년문화가 꽃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70년대 대마초 파동과 함께 국가에 의해 금지곡이 지정되면서 청년문화가 방송국에서 강제 퇴출되기에 이른다. 이로써 70년대에는 성인 취향의 트로트 바람이 분다. 때문에 방송국은 청소년을 위한 음악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대학가요제를 열게 된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스타들이 등장하자 당시 TBC와 MBC는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을 서로 데려가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방송국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내는 모습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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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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