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을 하며 하나뿐인 동생과 살고 있는 복순(김고은)은 약간 모자란 행동으로 동네에서는 ‘미친년’으로 통한다. 그리고 동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아깝지 않은 그런 여자다. 어느 날 살인마 태수(이민기)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복순의 동생을 죽이게 된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복순은 칼을 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태수를 쫓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13일 개봉.

10. 이야기보다 이민기, 김고은의 캐릭터를 즐길 준비가 됐다면 ‘OK’ ∥ 관람지수 5


영화 ‘몬스터’ 스틸 이미지.

‘몬스터’는 이야기보다 이민기와 김고은의 캐릭터에 집중한 작품이다. 이로 인해 캐릭터는 강한 반면, 이야기는 허약하다. 먼저 이민기는 연쇄 살인마다. ‘연애의 목적’ ‘해운대’ 등 전작들에서 이민기는 다소 빈틈 있는 캐릭터로 그만의 매력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감정 변화도 없는 사이코패스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기존의 이민기의 모습에선 볼 수 없었던 강렬함이 전해진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을 꿈꿨다면 성공이다.

김고은은 ‘미친여자’다. 정신 이상이 아니라 다소 모자라고, 지능이 낮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행동이 남들 눈에는 ‘미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욕설 섞인 노래를 흥얼거리고, 배시시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을 무로 내리치는 등 엉뚱하고, 대담한 행동의 연속이다. ‘은교’에서 워낙 강렬했던 터라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김고은은 ‘몬스터’를 만나 또 한 번 도약했다. 순수한 모습부터 지독한 모습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능숙하게 주물렀다.

황인호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전작 ‘오싹한 그녀’도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지점에 있었다. 호러가 적절히 결합되면서 묘한 웃음과 귀여움을 만들어 냈다. 로맨틱 코미디란 큰 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몬스터’ 역시 스릴러를 내세웠지만, 기존 스릴러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요소와는 분명 다르다. 이야기의 치밀함이나 추격전의 긴박감 등이 아닌 오로지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 흥미로운 감독임은 분명하다.

단점도 확실하다. 이민기, 김고은 캐릭터에 치중한 나머지 이야기의 완결성에는 다소 소홀했다. 복순의 핏빛 복수극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는다. 태수를 둘러싼 이야기도 헐겁다. 특히 영화의 핵심인 두 캐릭터, 복순과 태수의 이야기가 각기 따로 전개되는 느낌이다. 복순은 복순대로, 태수는 태수대로 각자의 이야기를 끌고 갈 뿐이다. 추격전도 있고, 강렬한 액션신도 있다. 의외의 지점에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약한 이야기의 뼈대는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내질 못했다. 당연히 재미도 반감된다. 과도한 피칠갑과 잔인한 살인 장면도 거북함을 안긴다.

그래서 확실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민기 김고은의 강렬한 캐릭터가 궁금한 관객이라면 이야기의 완결성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 할 것 같다. 반대로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가 주는 긴장을 얻고자 한다면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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