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 SP부터 싸이 ‘강남스타일’까지 191장의 음반을 정리한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이 출간됐다.

대중문화평론가, 수집가로 잘 알려진 저자 최규성 씨는 신중현의 록밴드 애드훠의 1964년 데뷔앨범 ‘비속의 여인’부터 지난해 나온 조용필의 ‘헬로’까지 반세기 동안 나온 LP를 집대성해 한국의 대중가요 역사를 총정리했다. 저자는 직접 촬영한 1300장의 LP 사진과 함께 LP에 담긴 음악, 노래를 부른 가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상세한 정보를 담았다.

504쪽 분량의 두터운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12인치 LP ‘KBS 레코드 시리즈’, 어두운 시대 저항의 노래를 담아 일본에서 공개됐던 김민기의 ‘금관의 예수’, 수의를 입은 김지하의 옥중앨범, 최초의 포크 앨범을 발표했던 아리랑 브라더스, 두 번이나 금지곡의 낙인이 찍혔던 ‘댄서의 순정’, 해외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수집 대상이 된 신중현의 음반까지 대중음악사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작품을 위주로 선정해 실었다. 저자는 “대중가요 음반을 천대하던 시절 때 제작됐던 LP들은 그런 까닭으로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하다. 따라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LP 한 장의 가격이 백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수집한 음반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에 음반의 숨은 사실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저자는 구전가요로 알려진 전인권의 ‘사노라면’에 대해 “연원을 살펴보면 이 노래가 길옥윤의 곡임을 알 수 있다. 66년 김옥윤의 작곡집에 당시 인기 가수였던 쟈니 리가 ‘내일은 해가 뜬다’는 제목으로 취입을 했던 것”이라며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했던 많은 노래들은 폭압과 검열에 의해 금지곡으로 낙인찍힌 시대에 떳떳하게 누구의 노래라고 밝히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펄시스터즈의 데뷔곡 ‘커피 한 잔’이 신중현의 밴드 에드훠 첫 앨범에 ‘내 속을 태우는구료’로 먼저 담겼고, 김광석의 ‘저 하늘의 구름 따라’가 김의철의 ‘불해아’가 원곡이며, 이남이의 히트곡 ‘울고 싶어라’를 먼저 녹음한 가수가 김세화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노래의 가수가 바뀌고, 노래의 주인이 사라지는 기막힌 사연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책에는 한국 대중가요 역사의 재미난 일화들이 소개돼 있다. 노래 ‘님은 먼 곳에’의 가수가 패티김에서 김추자로 바뀐 극적인 상황, 히피로 낙인찍혀 활동에 제약이 걸린 한대수의 1집 ‘멀고 먼 길’이 제작된 사연 등이 소개되고 있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출간을 기념해 책에 소개된 주요 80여 타이틀의 오리지널 앨범은 2월 말까지 서울 동교동에서 소재한 복합 카페 갤러리 1984에서 전시된다. 한편 책에 소개된 앨범은 거래된 실적에 따라 가격 등급을 정해 표기했고, 음반에 대한 기본 상식을 별도로 담았다. 부록으로는 LP 음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가격이 저렴하고 구입이 용이하면서 음악성과 대중성을 담보한 음반들을 한데 모아 정리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추천사를 통해 “최규성 씨가 모은 실로 엄청난 음반 및 각종 대중가요 자료의 양과 상당히 안정적인 정리 상황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음반 수집가들에게는 절판소장’이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공포의 대상이며,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수집가인 동시에 음악평론가 및 훌륭한 사진작가”라며 “그의 출중한 능력들이 두루 합쳐져 꾸며진 소중하고 귀한 내용의 이 책으로 인해 LP의 매력과 그 수집의 가치 및 의의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안나푸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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