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미스코리아’ 3회 방송화면 캡처

MBC ‘미스코리아’ 3회 12월 25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재희(고성희)는 마애리(이미숙)를 찾아가 미스코리아에 출전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김형준(이선균)은 오지영(이연희)를 찾아가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미스코리아 출전을 제안하고 오지영은 고민 끝에 승락한다. 정선생(이성민)은 황사장(정승길)에게 제대로 돈을 받아내지 못한다고 멸시당하자 공장을 찾아간다. 회사를 살릴 수 없음을 직감한 고화정(송선미)는 정선생에게 돈을 못 받을 거라 직언하고, 이에 정선생은 김형준의 어머니를 찾으러 가겠다며 길을 나선다. 오지영은 제주도의 ‘감귤아가씨 대회’에서 마애리를 우연히 만나지만, 마애리는 자신을 아는 척하지 말라고 못 박는다. 그리고 마애리는 오지영에게 자신이 ‘0점’을 주더라도 대회에서 우승해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이라고 말한다.

리뷰
혹자의 평처럼 ‘미스코리아’는 우울한 시대의 우울한 인생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우울한 인생에 대놓고 ‘우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디로든 도망쳐야 하는 인생들은 미스코리아라는 공통분모 안으로 모여든다. 스스로 미스코리아가 되어야 하든 누군가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든 그들은 하나같이 애절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완벽한 악인이 되지 않는다. 보는 이가 그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 못하게끔 한다. ‘미스코리아’의 인물들은 비록 삼류지만 모두 인간이었다. 그것도 아주 절절한 인간들.

미스코리아라는 공통분모 안에서도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김형준과 오지영. 이들은 과거의 감정과 오늘의 생존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다. 아직 남아있는 서로를 향한 감정의 찌꺼기는 불현듯 그들의 현재에게 말을 걸지만, 둘은 자신의 목표를 상기하며 애써 감정을 봉인하려 한다. 김형준과 오지영의 어긋나는 감정선은 3회의 주요한 축을 이루는 요소였고, 어느 정도는 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형준과 지영을 연기하는 이선균과 이연희 간의 ‘케미’가 동등한 감정을 뿜여내는 남녀로 보이게끔 하는 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에도 ‘미스코리아’의 구성 능력은 눈에 띄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형준과 지영의 관계를 드러내는 상황과 연결점은 돋보였다. 차가운 바람을 손가락 마디 사이로 느끼고 싶은 지영의 마음은 고스란히 형준에게 전달되고, 이 신은 손가락만으로도 충분히 연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는 과정을 ‘별밤지기’의 변화(이적에서 이문세로)로 표현한 부분은 주변의 모든 사소한 요소들까지도 시간과 인물을 맺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세련된 구성 문법이었다. 권석장 감독과 서숙향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수다 포인트
- 중이염 때문에 비행기 이륙 때 신음하던 오지영, 왠지 ‘SNL’을 그립게 하는 대목이네요.
- 정선생의 고화정을 향한 “야, 타!”, 이런 멋진 ‘야타족’을 봤나.
- 헉, 마애리 원장의 쌩얼!

글. 톨리(TV리뷰어)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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