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예능에서는 줄곧 남자들이 대세였다. 남자들이 군대가고, 남자들이 육아에 가담하고, 남자들이 온갖 고생을 해야 사람들은 TV를 켜고 주목한다. 그리고 이제는 여자들의 전유물일 줄로만 알았던 수다마저도 남자들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2013년 가을밤을 달구는 뜨거운 남자들의 수다는 바로 JTBC ‘마녀사냥’에서 펼쳐진다.신동엽, 성시경, 샘 해밍턴 그리고 허지웅까지. 정말 알 수 없는 오묘하고도 기묘한 조합의 네 MC들은 ‘여자’를 도마 위에 올리고 정신없이 재잘재잘 떠든다. 이들의 수다는 제작진이 던져놓은 먹잇감을 훽 물다가도 어느 새 옆길로 빠져나가는데, 듣는 이의 정신을 혼미하게 어지럽히고 말지만 어떡하나 너무나 재밌는 걸. 게다가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이다 보니, (우리가 기대해마지 않는) 섹드립(야한 농담을 일컫는 말)이 빠질 수가 없다. 이들 덕택에 우리의 금요일 밤이 더없이 뻔뻔해지고 있다.

마성의 여자를 잡겠다고 하는, 그러나 그들 역시도 치명적인 마성의 매력을 가진 네 남자들을 만나 함께 수다를 떨어보았다.

Q. 프로그램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 특히 성시경의 경우 반전이 되는 캐스팅이었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상반된 행보인데 출연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성시경 : 신동엽 형에 대한 믿음이 컸고, 라디오같은 프로그램인데 껄끄러운데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론 연애와 성을 주제로 이야기하다보니 야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선이야 방송이나 당연히 지키는 거니까. ‘신동엽’, 이라면 ‘라디오’라면, ‘사랑 상담’이라면 내가 다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신동엽 : 시경 씨와 나는 워낙 친해서 사전교감도 충분히 있었다.
성시경 : 계속 만나다보니 제작진도 믿음스럽더라. 이후에 허지웅 씨와 샘과도 만났는데 너무 좋더라.

Q. 네 MC들의 죽이 잘 맞는 것 같다. 어쩜 그럴까 싶을 정도로. 이견도 별로 없어보이던데.
신동엽 : 아니다. 이견은 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각자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경청도 잘 하고 본인 생각도 잘 이야기 하니까. 무엇보다 촬영 내내 재미있다.
성시경 : 연애라는 소재가 또 다양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샘 해밍턴 : 시청자들이 사연을 보내지만, 그 해결은 우리가 해줄 수 없다.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거지. 다만 우리로서는 우리 입장에서 우리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Q. ‘너의 곡소리가 들려’ 코너의 연기도 굉장히 재미있다. 성시경의 표정은 정말 의외의 수확이라고나 할까. 덕택에 여러 재미있는 상황들이 빚어지는 코너가 됐다.
신동엽 : 시경 씨는 라디오에서도 워낙 이런 것을 많이 하기도 했고 본인이 좋아도 한다. 시키는 제 입장은 또 얼마나 재미있겠나(웃음). 허지웅 씨는 연기를 할 일이 없었으니 딱 그 정도로 하는 거고, 샘도 잘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는 거고요(웃음, 일동 빵터짐) 농담이고 하는 동안 정말 죽이 잘 맞는다.

Q. 2부 코너에서는 여자 패널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보면 이성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넓어지는 경험을 한 적은 없나.
허지웅 : 나는 없다.
성시경 : 여자보다는 오히려 신세대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것 같다. 이야기를 하면서 한혜진이나 곽정은이라는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지 그분들 덕분에 여자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넓어질 수 있는 그런 나이는 아닌 것 같다. 되려, 어린 시청자들의 리액션을 보고 그들의 세대가 ‘쿨한 것을 좋아하는 구나’하는 등등을 새롭게 느끼는 정도다.
샘 해밍턴 : 난 어장관리를 새롭게 알게됐다.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Q. 젊은 세대들의 연애 방식은 어떻던가.
샘 해밍턴 : 훨씬 더 쿨한 것 같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에 다시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더라.
성시경 : 라디오를 통해서도 많이 느끼긴 했지만, TV라는 매체를 통해서 만나니 또 다른 것 같더라.
신동엽 :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굳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일반 시민들이 ‘전세대란’에 대한 자기 이야기조차도 인터뷰 등을 통해 하기 꺼려했는데 이제는 거리낌없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까지도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동안은 너무 감추기만 하지 않았나. 이런 풍토가 제대로 자리잡히고 조성돼야한다고 생각한다.

Q. TV라는 매체에서 이성 그리고 섹스에 대해 이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마녀사냥’이 최초가 아닌 가 싶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이성에 대한 몰이해, 잘못된 인식 때문에 폭력적이 되는 경향도 있는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화하게 되는 분위기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도 걸게 되고.
신동엽 : 맞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그런 것을) 의도하고 (섹드립을) 한 것이다. 미약하나마 일조하고 싶었다.
성시경 : 그 때의 미약함은 지금의 엄청남보다 더 큰 거죠.
허지웅 : 그러나 저희는 상담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지양해야할 것은 연애에 관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방향성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면 그건 기분 좋은 일이죠.

Q. 신동엽은 정말 섹드립 개그의 선구자이니까,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신동엽 : 정말 초반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건 안되는 반면, 드라마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더라. 또 우리나라 시트콤은 안되고 외국은 되고. 왜 우리는 콘돔이나 총각파티를 소재로 만들 수 없나, 제재해야만 하나라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명확한 기준들도 없고 말이지. 그래도 차츰차츰 시도를 해왔다. 199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청소년 성상담도 한 적이 있다. 건강하게 양지로 끌어내고 싶었다.
성시경 : 아니, 그걸 왜 형이 다 짊어내려고 해(웃음)!

Q. 오랜 기간 방송을 해온 만큼, 이런 부분에 있어 방송가 내부의 변화를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을 것 같다.
신동엽 : 성적인 코드로 농담하는 것에 대해 관대해진 것 같다. 하는 사람들도 유연해졌고. 이제는 ‘썰전’도 있지만, 과거에는 정치, 종교, 섹스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나 하지 거의 금기시돼있었다. 웃기기 위한 소재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웠다. 진짜 웃긴 것은 사실 이쪽 이야기인데 말이지. 남자가 여자 이야기하고, 여자가 남자 이야기하고, 또 정치에 관련된 풍자가 있고. 그런 점에서 솔직해졌으면 했다.
성시경 : 그런데 이런 것은 신동엽 형 밖에 못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하면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형이 자신을 낮추며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것은 동엽 형의 능력이다. 독보적이다.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마녀사냥’ 네 MC 샘 해밍턴 성시경 신동엽 허지웅(왼쪽부터)

Q. 방송을 보면 신동엽은 이쪽 소재를 유쾌하게 다루는 능력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성시경 : 그럼요. 타고난 것이라니까요.
신동엽 : 하면서 느낀 것은 누가 하든 진정성을 갖고 하면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동안 하면서 나도 시행착오를 겪었고, 내 기억 속에 ‘이건 너무 안전해서 흥미를 못느꼈어’, 내지는 ‘이건 사람들이 불쾌해해’라는 것들이 저장돼있고 그것에 따라 지켜가는 것일테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가지고 하면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목받고 싶고 이슈화하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라면 불쾌감으로 갈 소지도 있다.

Q. 남녀반응의 온도차는 느끼나? 여자들은 신선하다는 반면, 남자들은 싱겁다는 반응도 있다.
성시경 : 센 이야기는 누가 못하나. 하지만 그 선을 타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않나.
샘 해밍턴 : 센 이야기는 어차피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다 하는 것이다.
허지웅 : 수위로 생각하자면 세게 이야기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나. 하지만 우리는 방송에 나갈 수 있을만큼의 수위로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프로그램이 잘 되려면 딱 지금의 수위가 좋은 것 같다.

Q. 네 분 중 실제로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은 누구라고들 생각하나.
신동엽 : 횟수를 말하는 건가요? 나는 허지웅 씨. 다른 남자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색다름이 느껴지지 않을까?
성시경 : 난 동갑이라고 가정한다면 또 결혼을 안 한 상태라고 한다면 동엽이 형.
샘 해밍턴 : 여자 입장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은 동엽 형이다.
허지웅 : 나도 동엽이 형.

Q. 스스로는 어떤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성시경 : 저는 보수적이면서 보수를 못 견뎌하는 사람이다.
샘 해밍턴 : 외국인들을 다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내 주변의 외국 친구들은 연애와 관련해서는 보수적이다.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연애는 기브앤테이크고, 서로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흐지부지하게 하는 것이 싫다. 한국사람이 외국사람을 봤을 때, 프리하게 이 여자 만나고 저 여자 만나고 이런 것은 싫어한다. 다만, 외국은 워낙 성이 오픈돼있으니까 어머니랑도 어려서부터 성생활을 이야기하고 그랬다. 어려서 아버지가 콘돔도 주고 식사하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며 자랐기 때문에…
허지웅 : 그런데 지금 형은 한국사람 같아.
성시경 :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한국인이 된거지.

Q.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갔으면 하나.
허지웅 : ‘마녀사냥’은 온 가족이 볼 필요는 없다. ‘마녀사냥’을 보려고 거실로 갔는데, 엄마와 아빠가 ‘너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해놓고 정작 부모님이 재미있게 보는 풍경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신동엽 : 너무 착해지는 것은 지양해야하지만, 또 너무 자극적으로 가는 것에 독보적으로 존재감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자고 해서도 안된다. 휘둘리면 안된다.
성시경 : 할 말은 하는 곳! ‘사랑이야기와 함께 버무릴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 정도의 선을 지키며 차츰차츰 변화하면서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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