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9′ 손석희 앵커
16일 손석희 앵커가 컴백했다. 국내에서는 대중적 신뢰도가 높은 그가 지난 5월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NEWS9′의 단독 앵커로 컴백했다. 이날의 뉴스는 방송 전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손석희는 존재 자체가 신뢰의 상징이 되는 국내의 몇 안되는 언론인 중 하나다. 정치적 중립성, 즉 균형에 더해 현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 모호한 인터뷰이의 답변을 명확하게 꼬집어내는 언론인으로서의 단단함이 그 근거가 된다.
그런 손석희 앵커의 색깔은 ‘NEWS9′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간의 TV 방송 뉴스와는 달리, ‘NEWS9′이 이원중계나 인사를 직접 스튜디오로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방식 등은 그가 JTBC로 오기 전 진행한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 닮아있다. 이런 대담의 방식은 단순히 리포팅으로 전하는 뉴스보다 현안에 대한 보다 깊숙한 분석을 보여줄 수 있는 형태였다.
‘청와대와 여,야 3자 회동이 합의를 이룬 것 없이 끝났다’는 뉴스로 시작된 ‘NEWS9′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이원중계로 불통으로 끝난 회동을 향한 민주당 측의 답답함을 전하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를 향한 손석희 앵커의 질문으로도 이어졌다. 또 가장 뜨거운 정치적 현안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관련된 보도 역시 공인의 사생활 문제를 어디까지 보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고, 그의 사의 표명 시점의 적절성 및 청와대 개입 여부 등과 관련해서도 보도됐다. 이 역시 리포팅이 아닌, 취재 기자와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와의 문답을 통해 보다 분석적으로 다뤄졌다.
이외에도 뉴스 이전에 가장 화제가 된 안철수 의원과도 채동욱 총장에 대한 현안을 놓고 대담을 가졌다. 특히나 채동욱 총장과 관련, 정치적 외압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안 의원이 모호한 답변을 하자 “정확한 답을 주신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또 모두가 궁금해했던 최장집 교수와의 결별과 관련해서도 대담은 이어졌다.
이런 방식의 보도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미국 드라마 아론 소킨의 ‘뉴스룸’과도 상당부분 닮아있다. 이런 점 탓에 손석희를 ‘뉴스룸’의 주인공, 케이블채널 ‘이브닝뉴스’의 단독 메인 앵커 윌 매커보이와 비교하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뉴스룸’시즌1에서 매커보이는 그의 안정적인 인기요인이기도 한 정치적 중립성(그러나 손석희의 정치적 중립성과는 다소 다른 종류다. ‘뉴스룸’에서는 과거의 윌 매커보이에 대해 상세하게 보여주지는 않으나, 시즌1의 첫 에피소드에서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한 질문을 농담으로 빗겨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균형보다는 언론인이면서도 언론과 정부 등에 대해 회의적이 돼버린 자신을 감추는 장치로도 해석해볼만 하다)에 대한 일종의 강박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사안들의 진실을 바르게 보도해야만 한다는 뉴스의 의무와 직면하게 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변화 이후, 윌 매커보이가 전하는 그날 그날의 뉴스는 모두 진실과 가장 맞닿아있는 뉴스를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뉴스룸’을 둘러싼 사람들의 합작품임을 보여준다.
때로는 초청한 인터뷰이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을 던져 생기는 돌발변수들, 그리고 이런 뉴스를 전하기 위한 언론인으로서의 당연한 노력들이 여러 국가기관을 비롯, 사내에서의 정치적 외압과 맞부딪히며 생겨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시청률 그리고 광고료와 어디까지 타협해야만 하는 것인지, 과연 타협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와 관련된 방송 뉴스가 직면한 현실과 관련해서도 ‘뉴스룸’은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사안들이 국내의 뉴스 환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손석희의 ‘NEWS9′이 매커보이의 ‘뉴스룸’처럼, 고군분투하면서도 가치있는 뉴스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이날의 첫 방송은 희망의 근거가 되기는 충분했다.
이날 앵커로 돌아온 손석희는 뉴스 오프닝에서 르몽드 지의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가 한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을 인용하며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 믿는다. 그렇게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엔딩에는 필 콜린스(원곡은 밥 딜런)가 부른 ‘더 타임즈 데이 알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이 깔렸다. 이 노래는 ‘어디서 떠돌고 있던지 우리 함께 모이자. 차오르는 새로운 물결을 인정하고 그 물결이 우리의 뼛속까지 흠뻑 적시게 될 것을 받아들이자. 자신의 인생이 소중하다면, 헤엄치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라면 돌처럼 가라앉게될 것이니,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까’라는 가사로 시작해, ‘국회의원, 정치인들아, 부름에 응답하라. 입구를 가로막지 말고, 복도를 막지마라. 결국 상처받는 이는 가로막고 서있는 당신이 될 것이다. 바깥의 싸움은 격렬해지고, 머지않아 당신의 창문을 흔들고 벽을 두드릴 것이다’를 거쳐 ‘지금 느린 자는 미래의 빠른 자가 될 것이며, 현재는 과거가 된다. 현질서는 빠르게 사라지며, 지금 선두에 있는 이들이 나중엔 마지막이 될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까’라고 마무리 된다. 이 노래는 손석희 앵커가 직접 선곡한 것이며, 앞으로도 엔딩곡은 손석희 앵커가 직접 선곡할 것이라고 JTBC는 밝혔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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