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6일 오후 일본 도쿄에 위치한 기치조지 다이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를 공식화했다.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호시노 고지 사장 등과 함께 자리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곧 73세가 된다. 보통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드는데 5년 이상 걸린다. 어떨 때는 7년이 걸리기도 하니까, 다음 작품까지 7년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난 80세가 된다”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만약 다시 하고 싶다 하더라도 그건 나이 든 노인의 욕심일 뿐이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과거 두 차례 은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한 일을 의식한 듯 미야자키 하야오는 “몇 번이나 그만 둔다는 소란을 일으켜서 이번에도 이러다가 돌아오겠지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진심”이라고 은퇴의사를 분명하게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각본이나 다른 작품에 조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항간에 보도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속편 제작 계획도 사실 무근”이라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바람이 분다’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작품이 군국주의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독은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 군국주의가 파멸의 길로 가고 있을 때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나와 가족들, 그리고 스태프들도 이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에 대한 내 답이 바로 이 영화다. 여러 말에 속지 말고 깊이 봐준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브리 미술관의 작품을 손보거나 봉사활동 형태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긴 세월동안 신세를 많이 졌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과 함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취재진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1978년 TV 애니메이션 ‘미래 소년 코난’으로 데뷔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천공의 성 라퓨타’, ‘월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을 만들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중심에 섰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받았으며,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계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인 최초로 명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독의 은퇴작이 된 ‘바람이 분다’는 지난달 28일 개막한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황금사자상을 노리고 있다. 수상 할 경우, 최고의 은퇴 선물이 될 전망이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대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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