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9회 2013년 5월 2일 오후 9시55분

다섯 줄 요약
노민영(이민정)을 향한 끈질긴 구애작전에 지쳐버린 김수영(신하균)은 독한 마음을 먹고 의정 생활에 전념하기로 하고, 대한국당 정책위에 임명되는 동시에 청년정치쇄신특위를 운영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음으로서 시련의 아픔을 달랜다. 한편 우연히 김수영과 송준하(박희순)의 대화를 엿듣게 된 노민영은 차갑게 돌아서버린 김수영의 태도에 상처를 받게 되고 두 사람은 또다시 으르렁대는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데…..

리뷰
김수영의 복수는 또 다른 방식의 프로포즈였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드라마의 중반에서야 비로소 노민영 또한 마음의 문을 열고 김수영과의 비밀 연애에 동참하게 되는데 반복되는 지지부진한 두 인물의 견원지간과 같은 티격태격을 예상한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반전을 선사한 9회가 아니었나 싶다.

9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익히 예상되는 수순대로 김수영의 변신과 복수(?)는 두 사람에게 돌아오지 못할 강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되었지만 곧 이러한 유치한 복수는 모두 노민영의 마음을 끌기 위한 김수영만의 애정 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자신만의 올곧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김수영의 케릭터는 그간 우리가 익히 봐왔던 ‘로코’물의 남자 주인공과 흡사하면서도 특유의 페이소스로 신선한 느낌마저 선사한다(촘촘한 퍼즐을 취미로 하는 남자라니!). 노민영의 캐릭터 역시 끊임없는 김수영의 구애에 고민하고 번뇌하는 과정을 일관되게 보여줌으써 기존 드라마의 캐릭터와의 차별성을 제시했다.

공식적으로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를 향한다는 것이 확인된 시점에서 드라마는 비밀연애를 둘러싼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긴장감과 동시에 러브스토리를 탄력있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소 우려되는 점은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팽팽한 서스펜스를 제공할만큼의 토대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로코물의 성패 요인은 두 인물의 세계와 이들을 떠받치는 외적 세계의 아이러니와 대립에서 오는 반전의 설득력에 있다. 하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는 두 주인공이 의지하는 주변인물과 환경 자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 않았다. 익히 예상되는 손쉬운 알레고리와 편의적 플래시백, 단순히 계량적으로 끼워맞춘 우연의 시퀸스들로 점철되다보니 두 사람이 향후 뒤집어 쓰게 될 흙탕물의 충격와 애절함의 대비효과가 그저 지난한 또 다른 에피소드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세계가 거대하고 시리도록 힘들 때일수록, 사랑이 애절하고 더욱 간절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노민영과 김수영은 지리멸렬한 정치세계에서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인본주의적으로 같은 당파에 속한 유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를 어쩌면 첫눈에 알아보았을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외적 발화를 통해 사랑과 용기를 표현한 격일텐데, 이 두사람의 위태로운 사랑도 걱정이지만 세계와 언제나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극의 인물들을 염두해 볼 때, 에피소드의 나열로 내러티브를 거의 이끌다시피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사랑이 전해주는 설득력과 파급력이 공감을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주인공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면서 뒤늦게 주변 인물들의 관계도 정리되어 가는 형국인데, 고동숙과 문봉식의 경우는 클리셰의 과용으로 형식적인 스케치가 될 가능성이 크며, 송준화와 안기자의 경우는 주인공의 관계를 객관화하고 제어하기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남은 중후반부의 극의 성패는 노민영과 김수영의 감정선을 잘 케어하는 것만큼 환경과 주변인물의 설득력과 개연성을 뿌리 깊게 부여하는데도 좌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다포인트
-”판사달고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해서 판사했는데, 이제는 부장판사 달고 천천히 고민해보라더군요, 사람 욕심은 끝이 없더군요”(쉬엄쉬엄 가자는 여당 대표의 말에 대한 김수영 의원의 대답)
-”세상에서 제일 입이 싸 사람은 측근과 지인이더라구, 아니 꼭 두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비밀리에 정책위 입문을 한 것에 대해 서운하다는 보좌관의 말에 대한 김수영 의원의 반격)
-”인생 빡빡하게 괄약근 조이면서 살 필요 뭐 있어”(대한국당 문봉식 의원의 평소 세계관이 묻어난 대사)

글. 강승민(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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