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무원 아이돌’ 신화,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자세로 오래 갈 것”
3‘공무원 아이돌’ 신화,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자세로 오래 갈 것”
평균나이 34.5세. 1998년 ‘해결사’로 데뷔해 15년을 달려온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 신화가 처음 데뷔했을 때를 기억한다. 1999년 2집 〈T.O.P〉가 굉장한 히트를 기록하자 H.O.T.의 춤을 연습하던, ‘학교에서 좀 노는 아이들’은 일제히 신화의 ‘칼군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세기가 바뀌고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돌그룹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사이 신화는 꾸준히 그 자리에 있었다. 작년 멤버 이민우의 군 제대 후 4년 만의 컴백 앨범 〈The Return〉으로 돌아온 신화는 1년 만에 11집 〈The Classic〉으로 돌아왔다. 아이돌그룹이 꾸준히 유지되기도 힘들지만, 쉬지 않고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신화는 신곡 ‘This Love’를 통해 삼십대의 중후한 섹시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5월 8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여러 매체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 현장의 이야기를 옮겼다.

Q. 작년에 발표한 리턴 이후 발 빠르게 후속 앨범을 발표했다. 이르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저런 활동으로 바빴을 텐데, EP도 아닌 정규앨범을 발표하게 된 이유는?
에릭: 작년에 컴백한 후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앨범을 빨리 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정규앨범으로 활동해왔다. 솔로로 활동한다면 미니앨범, 싱글을 낼 수도 있겠지만 신화로서는 신화답게 지킬 것은 지키고 싶었다.
신혜성: 이제 데뷔 15년이다. 우리는 공백을 없을 때에는 1년에 한 번 씩 정규앨범을 냈다. 우리가 15년 간 부침 없이 가는 것만큼이나 꾸준히 앨범을 낸다는 사실이 의미가 크다. 곡수를 줄여서 싱글이나 EP를 만드는 것이 편할 수 있겠지만, 기다리는 팬들에게 꽉 찬 선물을 하고 싶었다.

Q. 이번 11집을 들으면 여유가 느껴진다. 타이틀곡 ‘This Love’는 트렌디하다. 타이틀곡 선정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이민우: 네 곡이 타이틀곡 후보였고, 하루하루가 고민이었다. ‘This Love’를 선정한 이유는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바탕은 일렉트로닉 음악이고 10집 타이틀곡 ‘Venus’의 연장선에 있는 곡인데 무대를 보면 180도 다른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앤드류 잭슨이 만든 곡인데 영국 특유의 일렉트로닉 음악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최근 일렉트로닉 음악이 대세다. 클럽문화라는 것도 생겨서 젊은이들이 유명 DJ의 공연을 찾는다. 우리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조금 식상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타이틀곡 선정이 어려웠던 것 같다. 신화다운 색을 찾기 위해 어쿠스틱 음악, 파워풀한 사운드 등을 다양하게 하고 싶었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에릭: 막판까지 고민을 한 이유는 ‘Venus’와 비슷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래가 참 좋았다. 노래에서는 신화 고유의 브랜드를 지켜나가며 안무에서 기존과 확연히 다른 것을 보여주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신화 하면 역시 칼군무를 떠올리게 된다. 이번에 시도하는 ‘보깅 댄스’는 90년대 마돈나의 노래 ‘Vogue’를 통해 알려진 모델 포즈를 응용한 춤이라고 알고 있다. 어떻게 소화를 했나?
에릭: 간단히 말하면 ‘보그’ 잡지에 나오는 포즈들로 이루어진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의상과 안무를 통해 패션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신화의 런웨이라고 할까? 우리가 20대에는 남성적인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 후배들은 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30대 남성의 섹시함을 살려보려 했다. 세련됨과 섹시함의 끝이라 할 수 있다.
이민우: 남자의 나이에서 풍겨오는 섹시함이 있다. 그것을 우리 여섯 명이 표현하는 데에는 지금이 적기가 아닌가 한다.

에릭, 김동완, 앤디, 이민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에릭, 김동완, 앤디, 이민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에릭, 김동완, 앤디, 이민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Q. 지난 앨범은 4년만의 컴백이라 주목도가 높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은 더욱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신혜성: 작년에 ‘Venus’로 컴백할 때는 4년 만에 돌아왔다는 이슈가 있었다. 오랜만에 뭉친 것 때문에 우리 음악을 더 좋게 봐주셨을 수 있다. 이번에는 이슈보다는 우리가 만든 앨범, 퍼포먼스 자체를 더 중요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에릭: 이번에는 가요계 중심에서 활동하는 가수로서 다른 후배들과 동일선상에서 공정하게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곡이나 안무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고민했다. 신화라는 고유성을 지키면서 우리 나이에 맞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무대를 꾸미면서 그 매력에 대한 확신이 섰다. 팬 분들도 우리 무대를 보면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완: 이번 앨범 작업에서는 민우에게 고마운 것이 많다. 민우가 디렉팅을 하면서 내내 녹음실에 있었다. 내가 짜증을 많이 냈는데 민우가 많이 북돋아줬다. 여자 친구들이 하는 말 있지 않나? “어우 잘했어. 진짜 멋있다. 너 저스틴 팀버레이크 같아” 이런 칭찬들 말이다. 그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힘이 많이 됐다.

Q. 11집 제목 〈The Classic〉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릭: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뜻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부여되는 것을 말한다. 앨범을 접했을 때 “이것이 신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것 말이다.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이돌그룹은 우리밖에 없다.

Q. 민우가 네 곡에서 작사를 맡았다. 어떤 가사가 마음에 드나?
이민우: 네 곡(‘그래’ ‘Hurricane’ ‘New Me’ ‘I Gave You’)의 주제가 다 다르다. ‘I Gave You’는 신화가 노래하는 웨딩 송이다. 이제 우리 멤버들이 결혼 적령기다. 어서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 ‘그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힘 낼 때 “그래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우리는 너무 지쳐있지 않나?
에릭: 팬 분들이 이번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민우오빠 곡이 빠진 거 아니냐고 궁금해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는 않다. 타이틀곡 후보가 너무 많아서 굳이 민우가 작곡에까지 힘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디렉팅에 집중했다.

Q. 민우가 가사를 쓴 ‘그래’, ‘아이 게이브 유’ 등의 차분한 곡들도 눈에 띈다. 나이의 영향일까?
이민우: 이번에는 멜로디컬하고 선율적인 것도 신경을 썼다. 따라 부르기 쉽고, 계속 듣고 싶어지는 곡들 말이다.

Q. 5월 가요계에 이효리, 2PM 등 쟁쟁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효리는 특히 신화와 같은 1세대 아이돌그룹 아닌가? 이들과 함께 경쟁을 하게 될 텐데?
에릭: 이효리, 2PM이라서 좋다. 이효리는 같은 1세대 아이돌, 그리고 여가수로서 누구나 인정하는 대세의 중심이다. 같이 시작한 가수로서 자랑스러울 정도다. 2PM 친구들은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 자신들이 신화가 롤모델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 친구들이 서른 살 넘어서 어떤 모습일지를 우리가 제시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Q. 최근에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굉장히 수위가 높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에릭: 수위에 대한 부담이 아니었다. 오픈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예능이 편해져서 시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오히려 수위를 올리려 노력했다. 동엽 형이 너무 잘 해줘서 재밌게 촬영했다.
앤디: 〈SNL코리아〉 스태프 분들이 정말 대본 하나하나를 우리에 맞게 바꾸면서 디테일한 면에까지 많은 신경을 써주셔서 고마웠다.
‘공무원 아이돌’ 신화,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자세로 오래 갈 것”
‘공무원 아이돌’ 신화,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자세로 오래 갈 것”
Q. ‘분노의 질주’ 에피소드는 좀 부담이 되지 않았나?
이민우: 첫 대본은 에릭과 전진이 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둘의 출연분량이 많아서 나와 전진이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대본대로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막판에 혜성이 투입됐는데 덕분에 에피소드가 살았다.
신혜성: 생방송 들어가기 직전에 바뀌었다. 날벼락이었다. 그런데 스태프 분들이 너무 진지해서 도망갈 수 없었다.
전진: 방송 끝나고 남자후배에게 “형 바이크 앞에 타고 싶다”고 문자가 왔다.
이민우: 샤이니 태민은 방송을 보더니 존경한다고 하더라.(웃음)
혜성: 우리가 아무리 15년이 됐어도 그런 예능프로그램이 어색할 수 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신화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Q. ‘신화’하면 팀워크를 많이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고 나서의 팀워크는 과거와는 다를 것 같다.
전진: 어렸을 때는 맹목적으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자기의 위치에 맞게 열심히 하는 것이 다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점점 맞아가는 느낌이다.
에릭: 초반에는 남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 견제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 잘 하는 부분을 살려주는 것이 결국 팀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Q. 1998년 ‘해결사’ 이후 15년 동안 거의 공무원처럼 아이돌그룹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앞으로 활동하는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전진: 어느 한 명이 신화를 살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신화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여섯 명이 우리를 짊어가고 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선배님들이 오래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오래 활동하고 싶다.
에릭: 20대 때 우리가 최초로 상의 탈의를 하며 짐승돌의 섹시함을 보여줬다. 지금은 어렸을 때 하지 못한 자연스러운 섹시함을 보여주고 싶다. 무대 위 여섯 명의 조지 클루니와 같은 중후한 느낌을 주고 싶다.
이민우: 여섯이 같이 느끼는 행복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여섯 명이 지켜오고 있는 서로에 대한 배려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 30주년을 넘어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 사이가 좋으면 더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혜성: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15년차 아이돌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20년을 넘어 최대한 길게 가고 싶다. 우리가 가는 길이 곧 기록 아닌가? 언제까지 갈지 흐뭇한 물음표로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전진: 신화는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신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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