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아, 이 엉뚱한 남자 같으니라고. 훈련소로 입소하는 길 향초와 향수, 가글을 바리바리 챙기며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 들떠 있던 표정, 앞으로 잘 먹지 못할 것이라며 굳이 차를 세워 햄버거를 음미하며 여유를 만끽하던 고운(?) 자태, 공기 반 기름 반의 깨달음을 얻어 대용량 300인분의 탕수육을 튀기면서 자신의 요리철학을 골똘히 되새기던 지적인 면모.

고백하건데, 사실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가 류수영(34)의 엉뚱함을 비추기 전엔 그의 매력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확실히 그는 잘 생겼다. 언뜻 조각미남 정우성과도 닮지 않았나. 반듯하고 단정한 슈트가 퍽 잘 어울렸다는 기억이 뇌 속 해마 어딘가에 분명히 저장돼있긴 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어디서 보았는지가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이제 결단코 그런 일은 더 없을 것이다.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결코 잊을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라는 걸 너무도 잘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군과 관련된 상식들을 줄줄이 읊으며 ‘진짜 사나이’ 속 엘리트로 동료들의 존경어린 시선(특히 샘 해밍턴!)을 한 몸에 받던 이병 시절의 류수영을 거쳐 새로운 후임 장혁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위치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일병 류수영을 만났다. 화창한 여름, 그의 이미지와 꼭 걸맞은 한강의 어느 선상 레스토랑에서 말이다.

Q. ‘진짜 사나이’에서 엘리트 이병으로 선임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원래도 군사와 관련된 지식에 해박한 편이었나.
류수영: 실제의 내 모습보다 스마트하게 나와 걱정이긴 하다(웃음).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닌데. 틀릴 때도 많고. 하지만 그 쪽으로 워낙 관심이 많아 많이 알긴 아는 편이다. AK47이 만들어진 연도도 알고 있었고. AK47과 M16을 호환한 것이 K2라는 것도 알고.(그는 그렇게 한참을 군무기에 대한 지식을 설파했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야기는 어느 새 ‘군기의 중요성’으로 이어져 있었다.) 군기가 중요하긴 정말 중요하다. 총기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군대에서는 군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Q. 새롭게 얻게 된 에이스 캐릭터에 흡족해하는 것 같다.
류수영 : 내가 무슨 에이스인가. 샘 해밍턴과 손진영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웃음). 실은 진짜 에이스는 (김)수로 형이다. 정말 운동을 잘 하는 형인데, 지금 어깨가 아파서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이 길지 않더라. 이제 장혁 형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Q. 아무래도 에이스 간의 경쟁심리가 생기겠다.
류수영 : 장혁 형이 유격 때 줄 타는 것 보고 바로 포기했다. 끝났구나 싶었다. 아쉽기도 하다. 형에 비해서 나는 순발력도 부족하고.

Q. 이렇게 민간에 나와 있을 때, 훈련에 대비해 운동도 하나.
류수영 : 그건 진짜 그렇다. 군대 들어가면 아침마다 뛰어야 하는데, 숨 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싫고. 또 우리가 순서도 정해진 것 없이 그냥 모여서 내가 먼저 서면 1번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언제 무엇을 시킬지 모르는 공간이니까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운동할 목표가 생긴 셈이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생겨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처럼. 그러니 확실히 밖에서도 덜 게을러진다.

Q. 군사지식도 지식이지만, 요리를 잘하는지 몰랐다. 혹시 요리와 관련된 자격증을 딴 것은 없나.
류수영 : 요리에는 워낙에 관심이 많았다. 빵도 구울 줄 안다. 작년에는 베이커리에 빠졌었지. 하지만 자격증은 운전면허증 밖에 없다. 실은 지난해에 따려고 준비를 좀 했는데, 실기는 그냥 보면 되지만 그 전에 필기를 통과해야하지 않나. 아니 무슨 박테리아만 나오더라. 외워서 공부해야하는 건데 드라마를 들어가는 바람에 하다가 접었다. 하지만 꼭 따고 싶다. 뭐든지 자격증이 있어야 논란의 여지가 없으니까.

Q. 최근에는 미르(엠블랙)가 빠지고, 장혁과 박형식(제국의 아이들)이 들어오는 등, ‘진짜 사나이’ 멤버에 변화가 있었다. 후임을 받아보니 어떻던가.
류수영 :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6명에서 7명이 되니 역시 대화거리가 많다. 신병이 들어와 막 대하고 싶은데, 그 전에 우리가 막 다뤄지지 않아서 갑자기 그럴 수 없다. 후회하고 있다. 이병 때 많이 당한 게 있어야 우리도 그럴 수가 있는 건데, 선임들이 워낙에 잘해줘서. 요즘은 ‘두 달만 참을 걸’하고 후회하기도 했다(웃음).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진짜 사나이’ 속 류수영

Q. ‘진짜 사나이’만 보면 군대가 참 훈훈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 때문에 리얼이 아니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고.
류수영 : 실제 군대에는 좋은 추억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추억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번 ‘진짜 사나이’를 통해서는 인간적인 군대를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가 후임을 괴롭히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군대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미화시킬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실은 지금도 군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선임과 후임 간 상호 존대하기도 하고. 꽤 합리적으로 바뀌었다. 또 우리로 인한 미묘한 변화가 확실히 있다. 이 방송이 꾸준히 인기가 있으면 군대가 합리적인 공간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군대는 가볼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게 된다면 큰 보람이 될 것이다.

Q. 일반사병들과 생활한다는 점이 또 개인에게 변화를 줬을 것 같다.
류수영 : 배우 생활을 하면서는 늘 매니저와 코디,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있는 좁은 차 안에서 일상을 보낸다. 현장에서도 많이 떠들지 못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대사를 잘 못하게 되니까, 최대한 가만히 있다가 슛 들어가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 그러니 사회생활이라고 해봐야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를 통해 어울리는 법, 다가가는 법, 또 친절하게 응대하는 법 등을 배운다. 실은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많이 어색하기도 하고 친절해야한다는 의무감에 힘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면에서 많이 자연스러워 진 것 같다.

Q. 두 번 간 군대가 성격을 바꾸었다는 말이네.
류수영 : 그렇지. 확실히 참을성이 많아졌고, 그런 면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이건 (장)혁 형도 고민한 것인데, ‘군대라는 공간이 그런 곳이다’ 머리로 알고가도 막상 가서 하다보면 울컥하는 면이 있다. 스스로 당황스러워진다. 적응하는 것에 한 달이 걸린다.

Q. 남자들끼리 있다 보니 비방용도 많겠다.
류수영 : 그렇다. 100을 찍으면 6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 이제는 다들 알아서 비방용 말을 쓰지는 않는데, 처음에는 그러기도 했다. 그러나 또 분명한 것은 4박5일간의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분명히 생기고, 생각보다 거기서 전해지는 감정이 끈적하다. 물론 그 시간이 짧아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직 방송 전이기는 하지만 유격훈련 당시 화생방 안에서 우리가 미리 짠 것도 아닌데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 만들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을 통해 확인해 달라.

Q. 멤버들과는 밖에서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들었다.
류수영 : 지금도 우리 7명의 카톡방에 한 눈만 팔면 80개의 글이 올라온다. 남자들끼리의 수다가 참 재미있다. 친구가 생긴 기분이다. 게다가 같이 잠자고 밥 먹는 친구 아닌가. 한 달에 한 번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나 든든하다. 처음에는 몸이 힘들었고, 심지어 방송이니 신경도 써야하느라 스트레스도 컸는데 이 친구들 때문에 안 힘들다. 힘들어하면서도 매번 촬영일을 기다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러고 보면 ‘진짜 사나이’는 마약 같다.

Q. 4박5일 동안 카메라 사각지대에서의 휴식 시간은 정말 없나.
류수영 : 정말 없다. 그래서 처음 백마에서는 멘붕(멘탈붕괴)가 왔다. 제작진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심지어 PD님들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고 VJ들만 있더라. 그렇게 내가 ‘트루먼쇼’ 만들지 말라고 부탁했었는데(한숨). 힘들었다. 특히나 초반에는 표정에 감정이 그대로 실려 형들에게 많이 혼났다. 웃음으로 가려지지 않는 낯빛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제작진은 모니터 룸에 있고, 잠시 인터뷰를 할 때만 그곳으로 간다. 그때 제작진에 맡겨둔 핸드폰도 잠시 잠깐 확인하는데, 이제는 핸드폰이 없는 생활에도 적응해 그냥 신경도 안 쓴다.

Q. 본방사수는 확실히 하는 편인가. 예능 첫 출연에 시청률 성적도 좋아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류수영 :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이렇게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또 편안하고 재미있게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는 늘 마음을 졸이면서 보았는데, ‘진짜 사나이’는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본다. 보면서도 많이 웃는다. 시청률 잘 나오는 것도 좋지만 내 스스로가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Q. ‘진짜 사나이’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나. 이번에 MBC 새 드라마 <투윅스>에도 캐스팅되면서 스케줄 조정은 쉽지 않을 텐데.
류수영 : 이제 후임을 받아 일병으로 진급했다. 병장까지 하고 제대해야하지 않겠나. 그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때까지 지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병장됐다고 뺀질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실은 드라마 때문에 스케줄 빼느라 머리가 아프긴 한데, 어떻게든 빠지지 않고 하고 싶다. 빠지게 되면 그만큼 진급을 못하는데, 그렇게 되면 진영이가 내 선임이 된다. 그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웃음).

글.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윌 엔터테인먼트,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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