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OCN 오리지널 ‘작은 신의 아이들’ 최종회 방송화면 캡처.
OCN 오리지널 ‘작은 신의 아이들’ 최종회 방송화면 캡처.
OCN 오리지널 ‘작은 신의 아이들’이 종영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몰입감을 선사했고 ‘악’을 향한 ‘핵 사이다 응징’으로 통쾌함을 안겼다. 지난 3월 3일 처음 방송된 ‘작은 신의 아이들은’ 탄탄한 작품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매회 화제가 됐지만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2일 방송된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천재인(강지환 분)과 김단(김옥빈 분)은 24년 전, 31명이 집단 변사한 ‘천국의 문’ 복지원 사건의 주범인 왕 목사(장광 분)와 국한주(이재용 분)를 처단했다.

대통령 선거 하루 전 날 국한주는 자신의 경쟁자인 손유철 후보에게 반감을 가져 시위 중인 노조원들을 ‘자살’로 위장시켜 없애기 위해 일을 꾸몄다. 왕 목사는 광신도들을 앞세워 노조원들을 총으로 위협하고 폭력을 가했다. “천국을 본 적이 있느냐. 제가 보여드리겠다”며 다시 한 번 집단 살해를 예고했다.

김단은 신기(神氣)로 이같은 일을 직감했고, 천재인은 노조원으로 위장해 현장에 잠입했다. 천재인이 총에 맞는 등 위기가 닥쳤지만 김단이 다시금 빙의돼 왕 목사의 치부를 드러냈다. 당황한 왕 목사는 끝내 총을 맞고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같은 시간 주하민은 국한주를 돕는 듯 했지만 통쾌한 반전으로 ‘악’을 처단하는 데 일조했다. 앞서 자신을 구해준 김단에게 진심을 느끼면서 각성한 것. 하지만 주하민은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아 쓰러졌다. “시궁창에서 올라왔는데 결국 또 여기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는데”라며 눈을 감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악’은 처단했지만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었다. 방송 말미 김단은 ‘천국의 문’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여러분들을 모두 잊지 않겠다”며 고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넋을 기렸다.

2년 후, 천재인과 김단은 한층 더 성장해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짜릿한 공조를 이어갔다. 그리고 천재인이 죽기 직전의 주하민을 살린 사실이 밝혀졌다. 천재인은 그를 살린 이유를 설명하며 “평생 마음의 빚을 갚으면서 살아라. 짐승이 아닌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주하민, 그런 사람이 돼라”라고 했다.

‘작은 신의 아이들’/ 사진제공=OCN
‘작은 신의 아이들’/ 사진제공=OCN
‘작은 신의 아이들’은 팩트, 논리, 숫자만을 믿는 IQ167의 엘리트 형사 천재인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신기(神氣) 있는 여형사 김단,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전대 미문의 집단 죽음에 얽힌 음모와 비밀을 추적하는 스릴러다. 드라마 ‘타짜’ ‘마이더스’ ‘상속자들’ 등을 연출해 ‘흥행작 메이커’로 불린 강신효 PD와 SBS 시사다큐 프로그램 ‘그것이알고 싶다’ 출신 한우리 작가가 의기투합해 2년 반의 기획 끝에 탄생시킨 작품.

특히 한 작가의 남다른 전문성과 필력이 빛났다. 극 중 ‘과학 수사의 화신’ 천재인을 통해 각종 과학 수사 기법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자미도에서 일명 ‘공기총 남자’의 걸음걸이를 ‘하지부동'(다리길이가 달라 차이가 나는 것)과 ‘원회전 보행'(다리가 휘어지며 걷는 걸음)으로 파악해 ‘법보행 분석’으로 용의자를 특정했다. ‘천국의문’ 피해자 유골을 파헤친 후 치아와 목뼈, 갈비뼈, 골반뼈 등을 살펴보며 성별과 폭행 흔적, 사망 원인을 발견해내는 ‘법의학 분석’도 선보였다.

여기에 신기(神氣)를 가진 김단이 수사에 참여할 때마다 등장한 ‘굿판 용어’들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자미도에서 망자에 빙의해 신의 말을 전한 ‘공수’, 접신 도구인 ‘신장대’, 망자의 혼을 소리쳐 부르는 ‘초혼굿’ 등 작가의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묘사가 캐릭터를 빛내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한 작가는 정치, 경제, 종교를 아우르는 ‘천국의 문’ 사건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매회 탈고한 대본 마지막 페이지에 인물, 사건과 관련된 진술서, 유서, 차기 공천 후보 리스트 등 ‘별첨 파일’을 첨부했다. 이처럼 치밀하고 디테일한 준비는 극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애초 강신효 PD는 한 작가가 구성한 다큐 프로그램을 보고 그를 직접 섭외했다고 한다. 강 PD와 한 작가의 남다른 호흡은 작품성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강 PD는 긴박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동안에도 몰입도를 깨트리지 않는 숙련되고 매끄러운 연출력을 보여줬다.

극본, 연출,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MBC 드라마 ‘ 몬스터'(2016) 이후 2년여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강지환은 공백기를 무색케 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과학수사의 달인’다운 전문적인 면모에 능청스럽게 코믹한 농담을 일삼는 ‘천재인’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강지환이 아니었다면 과연?’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는 깔끔한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김옥빈은 제작진이 내세운 ‘신들린 추적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여주인공으로서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이전 작품을 통해 증명했던 ‘액션 여배우’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작품을 빛냈다.

심희섭의 열연도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까지 선과 악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디테일한 표정 연기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작 KBS2 ‘쌈 마이웨이’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 이엘리야 역시 틀에 박힌 재벌가 악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극본, 연출, 연기 3박자를 갖추면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지만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 전 배우들과 제작진이 목표했던 5%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평균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OCN은 쫄깃한 전개가 돋보이는 스릴러 장르물을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작은 신의 아이들’ 역시 마니아층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OCN 오리지널의 명맥을 이었지만 다양한 시청자 층을 흡수하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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