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방송화면
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방송화면
배우 이세영이 '사극퀸'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세영은 지난 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 역을 맡았다. 그는 지금까지 대중이 본 적 없었던 역대급 여성 사극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옷소매 붉은 끝동' 16, 17회에서 이세영은 임금의 승은을 받고 후궁이 된 뒤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부터 자식과 친구를 차례로 잃은 슬픔, 그리고 자신마저 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연기까지 모두 소화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날 방송에서 덕임은 후궁이 된 뒤 궁녀 시절 누리던 소소한 자유를 잃은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산(이준호 분)이 끊임없이 "너는 내 것"이라고 사랑을 표현했지만 덕임의 미묘한 표정 위로 "전하는 영원히 제 것이 될 수 없지요"라는 내레이션이 흘러 덕임의 쓸쓸함이 드러났다.

그러던 중 덕임은 이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이산은 뛸 듯이 기뻐하며 덕임의 처소로 향했다. 하지만 이산은 오랜 시간 임신을 하지 못해 후사를 잇지 못한 중전을 위로하기 위해 발길을 중궁전으로 돌렸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위로하러 온 서상궁(장혜진 분)에게 덕임은 "처음부터 전하는 저의 지아비가 아닌 중전마마의 지아비임을 알고 있었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덕임은 다 함께 휴가를 받아 궐 밖으로 마실을 나가는 동무들을 배웅했다. 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피부로 느낀 덕임은 상상 속에서 동무들과 함께 뛰어나가는 자신과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덕임은 세자를 낳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홍역으로 아들을 잃게 됐다. 복중에 또 다른 아이를 임신 중이던 덕임은 전염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아들의 마지막을 직접 지켜보지도 못 하고 아들을 떠나 보내야 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절친한 동무 중 한 명인 영희(이은샘 분)마저 국법을 어겨 사형에 처하게 되자 덕임은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결국 덕임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잃은 뒤 자신도 병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역사 속 의빈 성씨와 정조의 러브스토리를 궁녀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차별성을 인정받아 왔다. 이세영은 그 중심에서 지금까지의 궁녀 캐릭터 중 가장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성덕임’ 그 자체로 완벽하게 분했다. 생각시 시절에서 시작해 왕의 즉위 후 대전 나인, 그리고 후궁이 된 의빈 성씨까지 모두 다른 느낌을 자아내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시종일관 안정적인 발성과 발음으로 확신의 사극상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여온 이세영은 최종회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감정변화를 처연한 표정과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담아낸 것. 또한 아들과 친구를 잃은 마음을 처절한 눈물 연기로 표현했다. 대사가 많지 않은 장면에서도 이세영의 섬세한 내면연기는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최종화에서 궁녀에서 후궁으로 신분이 바뀜에 따라 갑자기 말투와 행동에 변화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 없이 기품과 위엄이 흘러 넘쳐 감탄을 자아냈다. 이세영은 유쾌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한 연기를 펼쳤으며 정통 사극의 무게감이 필요할 때는 특유의 단단한 발성과 호흡으로 완벽한 완급조절을 선보였다.

2003년 '대장금'에서 서장금(이영애 분)과 대척점에 서있던 최금영(홍리나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이세영은 '대왕의 꿈', '왕이 된 남자'을 거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다시 한복을 입었다. 사극 첫 주연작인 '왕이 된 남자'에서는 외유내강형 중전 캐릭터를 구축해 역대급 중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단번에 '이세영=사극'이라는 공식을 만들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공식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이세영의 이런 열연은 5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1위라는 기록과 2021 MBC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두터운 신뢰와 사랑을 쌓으며 '사극퀸'의 위엄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이세영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기대가 쏠린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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