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김남길
김남길

[텐아시아=정시우 기자]그러니까 뭐랄까. ‘무뢰한’은 분위기로 읽히는 영화다. 밖으로 미처 삐져나오지 못한 모호한 감정들이 충동해 기묘한 정서를 만들어 낸다. 이중 가장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김남길이 연기한 형사 정재곤이다. 정재곤은 장르로 따지자면 추리극에 가깝다. 도무지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살인자의 여자(전도연)에게 “우리 같이 살까?” 슬쩍 마음을 내비쳤다가, “진심이야?”라고 묻는 여자의 말에 다시 마음을 감춰버리는 이 남자는 흡사 상처 받지 않으려고 스스로가 먼저 상처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같기도 하다. 그런 정재곤을 김남길은 ‘비겁한 남자’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는 ‘가여운 남자’다. 사랑 앞에서 길 잃은 가여운 남자. 김남길이 지닌 특유의 ‘고독한 남자’의 느낌이 정재곤을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김남길 팬이라면, 필견의 영화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무뢰한’은 정재곤의 뒷모습으로 시작해서 그의 앞모습으로 끝나는 영화다. 특히 마지막 롱 테이크 씬은 감독이 배우를 믿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배우에겐 굉장히 부담이었을 거다.
김남길: 맞다. 그런 것들이 큰 부담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특히 고민이 많았다. 뒷모습은 감정을 숨길 수 있지만 앞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나. 한 가지 감정을 명확하게 잡고 찍은 게 아니라, 복합적인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담으려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울기도 하고, 화도 내 보고, 무던하게도 해 보면서 ‘어떤 게 정재곤스러운 걸까’ 고민했다. 내가 원래 현장에서 방방 뛰는 스타일인데, 엔딩 찍을 때는 방방 뛰는 게 안됐다. 감독님도 우스갯소리로 “이 씬은 그래도 부담이 되나보네? 안 뛰는 거 보니”하더라.

Q. 마지막 대사도 아주 명징했다.
김남길:
재곤의 마지막 대사 “새해 복 많이 받아라, XXX아”는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님과 함께 만든 대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이기도 하고 정재곤을 표현해주는 말이기도 해서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을 많았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게, 지금의 영화다. 촬영 때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하며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말을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Q. 영화의 엔딩은 느낌표보다 말줄임표에 가깝다. 인물 심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김남길:
의도한 바다. 명확한 결말보다 열린 이야기들을 드리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엔딩 뿐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 말줄임표 같은 씬들이 많다.

Q 영화를 보는 내내 정재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확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사람일까’, ‘임무와 사랑 사이에서 망설이는 사람일까’ 생각했다.
김남길:
후자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어떤 분들은 “그게 사랑이야? 정재곤이 김혜경(전도연)을 사랑하긴 한 거야?” 하시는데, 표현방식이 다를 뿐 그만의 사랑 방식이라 생각했다. 사실 정재곤을 조금 더 설명해 주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혼한 와이프를 만나는 씬, 고참 형사(곽도원)의 다그침에 ‘남자 정재곤과 형사 정재곤’ 사이에서 갈등하는 씬… 그 씬들이 모두 편집됐다. 칸에 가서 감독님 멱살 잡고 “미쳤어! 그걸 빼니까 정재곤이 설명이 안 되잖아!”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웃음)
김남길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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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으로는 세세한 설명이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 설명하지 않아서 더 설명되는 캐릭터 같기도 했고.
김남길:
감독님도 정재곤을 조금 더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라. 뭔가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 캐릭터로. 그 말씀에 또 솔깃해서 “그래요? 듣고 보니까 그렇네~” 했다.(웃음)

Q.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정재곤이 어떤 남자라 느꼈나.
김남길:
정재곤은 그가 뭔가를 직접 하는 것보다 주변인들의 대사로 설명되는 게 많다. 고참형사 말에 의하면 정재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이전에도 범인의 여자를 사건 해결에 이용한 이력이 있는 남자다. 다만 과거에는 사랑이란 감정을 배제하고 임무를 이행했다면, 김혜경에겐 그게 안 됐기에 흔들린 거지. 하지만 자꾸 외면하지 않나. 김혜경이 ‘날, 잡아줘’ ‘같이 도망가고 싶어’라는 표기들을 방출하는데 형사라는 이유로 자꾸 외면한다. 비겁한 거지. 그런 부분에서 남자들이 정재곤에 감정 이입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가령, 어떤?
김남길:
남자들은 사랑할 때 항상 상황 핑계를 댄다. “내가 힘들어서 그래.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너에게 그렇게 안 했을 거야”라고. 그러면 여자들은 “너 때문에 힘든 건데 왜 상황 핑계를 대느냐”고 한다. 그런 면에서 정재곤은 늘 상황적인 것들에 대해 핑계를 대고 도망갔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적으로 길러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Q. ‘남자는 상황 핑계를 대고 도망간다’고 굉장히 확고하게 얘기하네.
김남길:
대부분의 남자에겐 그런 경험이 한번 쯤 있으리라 생각한다. 성숙하지 못하거나, 여자를 잘 모를 때. 혹은 사랑을 지속시킬 자신이 없을 때 상황을 핑계 삼아 도망간다.

Q. 그게, 보편적인 남자의 성향이다?
김남길:
그렇다.

Q. 혹시, 당신이 그런 경험이 많아서 일반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웃음)
김남길:
아니야~ 그렇지 않다. 진짜, 진짜래도! 어릴 때 딱 한번, 딱 한번 그랬을 뿐이다. 하하하.
김남길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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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람은 태어날 때 무례함을 가지고 태어날까. 아니면 살면서 무례해지는 걸까.
김남길:
성악설보다 성선설을 믿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면 한 나치 장교가 유태인 여성을 마음에 품지만 그녀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부정한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유태인들을 죽이는데, 결국 그녀를 위해 유태인을 구하는 쉰들러 편에 선다. 영화를 보면서 그 장교는 나치사상에 길들여진 것일 뿐,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일본인 검사 신스케를 연기한 ‘모던보이’(2008) 찍을 때 많이 했다. 신스케가 단짝친구 이해명(박해일)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왜 우리는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도 다른데 우정이 유지되기 어려운 걸까” 이 말에 이해명이 “자넨 대일본제국의 황국신민이고 나는 조센징이기 때문이지”라고 하자 안타까워하며 보내주는 씬이 있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했었다.

Q. ‘무뢰한’ 촬영에 들어가면서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수염을 깎은 걸로 안다. 정재곤이라면 수염이 있어도 어울렸을 법 한데.
김남길:
이번 영화에서는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해보고 싶었다. 거기에 수염이 있으면 굉장히 언밸런스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역할 때문에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지만, 남성적으로 어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젠 그런 부가적인 장치들을 걷어내고 싶어졌달까. 뭔가의 힘을 빌리지 않은, 맨 얼굴의 나를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Q. 뭔가 심플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김남길:
맞다. 어릴 때는 수염이 있으면 뭔가 좀 더 있어 보이는 것 같고 그랬다.(웃음) 도연 누나를 처음 만났을 때, 누나가 내 눈을 한참 보더니 “난, 남길 씨 눈이 세고 진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바보 같네? 이 눈이 참 좋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담백한 게 좋지, 뭔가를 덧대면 언제고 그것이 트라우마나 식상함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해줬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수염을 없애고 촬영에 들어갔다. 이전에는 수염을 없애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발가벗긴 느낌이 들어서. 이젠 익숙해졌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이젠 수염이 조금만 자라도 그게 더 어색해 보인다.

Q. 이 영화의 부제를 붙이자면,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전작 ‘남자가 사랑할 때’(황정민 주연) 같기도 하다. 혹은 당신의 출연작 ‘후회하지 않아’나 ‘나쁜 남자’를 붙여도 될 것 같고.
김남길:
개인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아’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후회하지 않아’의 재민(김남길)이도 그랬거든. 상대에게 마음대로 줬다가 뺐었다가, 버렸다가 취했다가. 그런 점들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뢰한’을 ‘후회하지 않아’ 분장팀과 함께했다.

Q. 그래서 더 그랬을까. 정재곤에게서 재민의 분위기가 감지된 건.
김남길:
그게 맞을 거다. 옷 스타일도,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지 않나. 나 역시 연기하면서 ‘후회하지 않아’의 나이 먹은 버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초심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나이 먹은 재민이를 만난 느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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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론시사회 때 ‘무뢰한’이 배우로서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했다.
김남길:
하루는 도연 누나가 부르더라. 앉아보래. “‘밀양’ 때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면서. (웃음) 자신이 한 번도 재촬영을 한 적이 없는데 애를 잃고 우는 장면에서는 억지 같아서 촬영을 접었다고 했다. 그때, 느끼는 것보다 더 표현하려하면 연기가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걸 이창동 감독님으로부터 배웠다고 말해줬다. 내가 ‘무뢰한’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거다. 누나가 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네가 잘해줘야 내가 살고, 내가 잘해야 네가 산다”고. 그런 조언들이 참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아뿔싸, 당했다!” 싶었다.(웃음) 나한텐 그렇게 얘기하고, 자기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다니! ‘이래서 전도연 하는구나, 에잇’ 했다.(웃음) 도연 누나가 연기를 20년 했으니 필모가 이만하다. 그런데 난 아직 요만해~ 부족한 것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Q. 상대 배우를 많이 타는 스타일이라고.
김남길:
‘모던보이’ 때 정지우 감독님이 “너는 좋은 배우랑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네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흡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면 단독으로 하는 연기 능력은 안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좋은 배우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뽑아서 나눠주는데 나는 그 에너지를 받아서 연기하는 스타일인 셈이니까.

Q. 좋게 해석하면,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받아 줄 능력치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남길:
그때는 내가 지금보다 더 백지였을 때다. 아마, 도움이 되라고 해주신 말씀일 게다.

Q.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대한민국에서 남자 배우를 긴장시키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신경도 쓰였으리라 생각한다.
김남길:
당연히 신경 쓰였다. 누나가 신경 쓰였다는 게 뭐냐면, 적어도 전도연이 김남길과 호흡 맞추며 김혜경을 표현하는데 있어 ‘아쉽네’ 라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게 있더라도, 연기 할 때는 치열하게 하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누나의 의견을 수용하기도 했지만 어떨 땐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나는 정재곤이라는 캐릭터를 기존의 마초적인 형사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풀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면 기존 형사와 다를 게 없다. 연약해 보여도 강해야 할 때 힘을 주면 된다”고 했더니 도연 누나가 “그래, 너 말이 맞다”고 하더라.

Q. 연기하는 재미가 가득한 현장이었겠다.
김남길:
엄청.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누나는 불안하기도 했을 거다. 이 영화가 묵직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 그런데 내가 하도 ‘팔랑팔랑’하고 다니니까, 누나가 “맙소사~” 탄성을 자주 질렀다.(일동 웃음)
김남길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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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재영, 설경구, 박해일 같은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김남길:
일에 대해 존경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선배님들에겐 항상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 자기밖에 모르는 젊은 배우들도 있는데, 지금은 잘 나가는 것 같아도 언젠가는 한 번씩 다 꺾인다. 특히 군대 다녀오면 다 꺾이게 돼 있어. 나도 다녀오니까 꺾이더라고.(일동 웃음)

Q. 선배들에게 형/누나라는 호칭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더라.
김남길:
형/누나란 단어에는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자들끼리는 한살 터울도 굉장히 민감하다. “몇 살이세요?” “내가 너보다 한살 더 많아” 그럼 “선배님!”하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바로 “(발랄하게)형! 형이라 부를게요, 형!” 이런다.(웃음) 그러면 또 좋아해 주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형!” 했는데 “퉤!”하진 못하지 않나. 나는 한 살 터울이라도 배울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는 후배들을 보면 “일루, 와. 네가 보기엔 저 선배가 못 나 보이냐? 못 나도 배울 게 있다”고 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늘 선배들에게 잘 하는 건 아니다.

Q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스타일 아닌가.(웃음)
김남길:
그러니까.(웃음) 내가 참지 못하고 “(야수의 포효)으하~으하~” 이러면 재덕이 형이 “가만히 있어. 앉아! 앉아!” 한다. 그래서 앉았다가 다시 “으하~으하~” 흥분하면 또 형이 “흥분하지 마! 앉아!” 이러고, 다시 또 흥분하고.(웃음) 우리 아버지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도 “넌 매일 뭐만 하면 누굴 죽여버리겠다고 그러냐~”다.(일동 폭소) 어머니도 내가 하도 그러니까 지겨우셨는지, “(영혼 없이)아우~ 그래, 네가 제일 잘났어” 그러시고. 어머니는 내가 흥분할 때 조용히 받아주는 척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얘기를 한다. “네가 흥분해서 그땐 얘기를 안 했는데, 네가 가장 잘 난 것 같아도 또 그렇지 않다”고.

Q. 지난해에 유소년 축구팀 ‘희망FC’의 성장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내레이션을 맡았다. ‘아마존의 눈물’(2010) 내레이션도 했었는데,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남길: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많은 분들이 해 주신다. 연기할 때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목소리가 좋다는 걸 의식하며 연기하면 큰일 난다. 멋을 내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으니까.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내가 축구를 좋아해서 하기도 했지만,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희망FC’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팀이다. 소극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협동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감동이었다.

Q. 김남길의 어린 시절 사회성은 어땠나.
김남길:
엄청 좋았지. 항상 리드하고. 애들에게 “나를 따르라!” 막 이랬다.(웃음) 왜 CA(동아리활동 시간)나 HR(학급회의 시간)이 있지 않나.
김남길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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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CA와 HR. 지금도 학교에서 그 용어를 쓰나?
김남길:
요즘은 안 쓰나? 우리 학창시절 용어인가? 아무튼!(일동 웃음)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되면 애들이 고민을 한다. “나가서 축구하면 선생님한테 걸릴까?” 그럼 내가 “안 걸려! 안 걸려!” 선동해서 나간다. 그러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결국 “엎드려!” “네!” 팍팍팍팍 맞고 그랬다.(웃음)

Q. 영화 ‘폭풍전야’(2010)에서 전도유망한 요리사를 연기했다. 요즘 트렌드가 요리하는 남자인데, 평소 요리는 해 먹나.
김남길:
귀찮아서 안 한다.(웃음) 예전에 경양식과 철판요리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서 요리는 어느 정도 할 줄 안다. 문제는, 식당에서 하는 것과 집에서 요리하는 건 다르다는 거. 식당이야 재료가 모두 세팅이 돼 있고, 화력도 세니 요리할 맛이 난다. 그걸 똑같이 집에서 구현하려면 어렵다. 집에서 “엄마, 프라이팬 큰 거 없어?” “프라이팬? 이 정도면 돼?” “불은 더 세게 안 돼?” “가장 센 게 이거야. 가정용이 다 그렇지, 뭐” “후추 통은? 더 큰 거 없어?” “야! 하지 마, 하지 마!” 이런 식이다.(웃음) 그래서 요리는 그냥 사 먹거나 어머니에게 해 달라고 하는 편이다.

Q. 어머니의 아들을 위한 특별요리는 뭔가.
김남길:
각인이 참 무서운 게, 우리 어머니는 맛있는 걸 해 달라고 하면 항상 콩나물국과 스팸, 김, 김치를 주신다. 국에 밥 말아서 그 위에 김이랑 스팸 놓고 먹으면 맛있긴 하다. 그런데 어릴 때 그걸 잘 먹었더니, 이젠 “맛있는 거 해 달라”고 하면 무조건 콩나물국에 햄이야. 그런데 나는 입맛이 촌스럽다. 가령 (강)동원이는 맛집을 많이 찾아다닌다. 그런데 나는 맛을 잘 몰라. 그냥 배불리 먹으면 됐지, 식이다. 하하하하.

Q. 서른다섯, 김남길 인생의 가장 큰 화두는 뭔가.
김남길:
지금의 화두는 나 자신인 것 같다. 이제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별 건 없다. 그냥 남 눈치 안 보고,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다. 작품에 들어가면 사실 그런 것들이 쉽지 않거든. 현장에서 팔랑팔랑 뛰어다니다 보면 지친다.

Q. 하하. ‘팔랑팔랑’, 당신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의태어다.
김남길:
하하하. 가끔은 ‘내가 이렇게 뛰어다닌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나?’ 싶을 때가 있다.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거다. 그럴 땐 집에 와서 ‘내가 무슨 부위영화를 누린다고. 내일부터는 내 것만 진중하게 하고 에너지를 아끼자’ 한다. 그런데 다음 날 현장에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팔랑팔랑’ 거린다. “역시 현장이 최고야!”이러면서.(웃음) 앞으로도 팔랑팔랑 하지 않을까 싶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구혜정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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