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절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리스너들에게 위로가 됐던 가수 정승환이 오는 17일 입대한다. 그간 정승환은 각종 드라마 OST에 참여해 극 중 캐릭터의 감정에 도화선이 되어줬다. 노래방에 가면 누구나 한 번씩은 부르는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너였다면'부터 JTBC '닥터 차정숙'의 '숨'까지. 2일 발매되는 JTBC '킹더랜드' OST '너에게 닿을게'는 정승환의 입대 전 마지막 OST가 된다. 그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정승환이 부른 OST를 듣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오해영은 사랑 앞에서 솔직하고 당당하다. 극 중 오해영은 "나 생각해서 일찍 일찍 좀 다녀주라.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라고 짝사랑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아직도 회자되는 대사 중 하나다. 정승환의 '너였다면'은 오해영의 이런 복잡한 감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미친 날들이 네 하루가 되면 말야'라며 '너'라는 짝사랑하는 대상 혹은 내 이야기를 듣는 대상에게 읊조리듯 말을 건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해당 OST는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노래방에서 한 번씩은 불러본 적이 있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OST '바람'은 4 황자 소와 해수의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낸 가사와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포인트다. '흩어지는 바람 같아서,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길 같아서'라며 바람처럼 사라진 대상에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고하는 곡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이해관계를 가진 두 사람의 사랑은 손안에 쥘 수 없는 '흩어지는 바람'과도 같다. 정승환은 초반부에 애써 잊으려는 태도에서 중반부로 갈수록 이별을 부정하는 듯 점점 강하게 부르는 강약 조절로 극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많은 시청자를 울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하이라이트와도 같은 곡이다.

'나의 아저씨'는 아픈 할머니와 힘들게 살아가는 이지안(이지은 분)과 또 다른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아저씨 박동훈(이선균)이 동행하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쓴 일기처럼 속마음을 털어놓는 가사가 뭉클한 곡이다. '나는 괜찮아'라며 평범하고 익숙한 말은 정승환의 담담한 목소리와 붙어 정말 보통의 하루를 그려낸다. '나의 아저씨'는 방영 당시에 현실을 직시하는 시선과 불안한 20대 청춘이 짊어진 무게와 아저씨의 연대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었다. 정승환의 목소리는 꾹꾹 눌러 적어낸 글씨처럼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단단한 곡이다.

'Belief'는 드라마의 상황과 반대되는 솔직한 연인들의 마음, 다가서지 않고 머뭇거리는 두 사람의 현실을 담아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오히려 차분하게 부르는 정승환의 목소리에 더 쓸쓸해지는 느낌이 드는 곡이다. '하필 라디오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시절에 나를 데려오면 웃다가도 숨고 싶고 돌리고 싶어'라며 과거를 회상하며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는 것도 이 노래의 포인트다.

많은 드라마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여낸 정승환은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사람들이 찾는 OST를 남겼다. 'Original Sound Track'이라는 뜻을 포함한 OST는 드라마나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삽입곡이다. 하지만 정승환의 목소리는 그 이상의 가능성을 포함해 위로와 공감이 된다. 비록 입대로 인해 잠시 대중들의 곁을 떠나지만, 추억하는 방법으로 그가 부른 OST를 들으면 어떨까. OST 외에도 정승환은 최근 전곡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한 새 싱글 '에필로그(EPILOGUE)’를 발매하기도 했다. 정승환의 곡들을 찾아 들으며 그의 빈자리를 채워보면 좋을 것 같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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