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무환(無患) : 영화를 보면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사진제공=네이버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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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여행자 시점에서 해외여행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해 본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동토의 왕국'으로만 치부되던 아이슬란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영화다. 영화 속 배경은 미국,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산맥 등 모두 5곳이지만, 그린랜드와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모두 아이슬란드에서 찍었다. 지금은 폐간됐지만, 한때 세계 최고의 사진 시사잡지 '라이프'지의 필름 담당자 월터 미티(벤 스틸러)의 정열적인 일과 사랑을 통해 힐링을 맛보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얼개는 라이프지 폐간호 표지에 실릴 포토 저널리스트 숀 오코넬(숀 펜)의 25번째 필름을 찾아 나서는 월터의 모험기. 월터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이끼로 덮인 웅장한 현무암 지대,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롱보드 질주 신의 배경인 이스트 피오르 지역의 광활한 93번 도로, 영화속에서는 월터와 포터들이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하는 것으로 묘사된 높이 60m의 무지개가 피어나는 폭포 스코가포스 등 장면 하나하나가 관객들로 하여금 아이슬란드로 오라고 손짓한다.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델마와 루이스' 스틸컷
델마와 루이스
미국 서부의 모뉴먼트 밸리와 그랜드캐넌이 인상적으로 그려진 영화. 성폭행범을 총으로 쏴 죽이고 도망자 신세가 된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초록색 썬더버드를 몰고 달릴 때, 황무지 너머로 보이는 장엄한 돌기둥들이 미국 유타주의 나바호족 성지인 모뉴먼트 밸리다. 수십 대의 경찰차를 따돌리고 "Let's keep going"을 외치며 자동차로 그랜드캐넌 위를 날아가는 신은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버디 로드무비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트렸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한 흔치 않은 영화 중 하나다. 고전문헌학 교사인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가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여인을 구해준 게 계기가 돼 리스본을 방문하고 과거 독재 정권시절 '카네이션 혁명' 투사들의 사랑과 갈등, 배신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게 된다. 남의 사랑 얘기를 추적해 가던 그가 마지막엔 자신의 새로운 사랑에 직면한다. 리스본 곳곳을 돌며 촬영했으며, 리스본 관광객의 상당수는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스틸
'냉정과 열정사이' 스틸
냉정과 열정사이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로 몰려 가게 한 명품 멜로물이다.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간 같이 올라가 줄래? 언제? 한 10년쯤 뒤? 약속해 주겠어? 약속할게" 아오이(진혜림:천우이린)와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의 대학시절 연애때의 대화가 잔잔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오간 뒤, 곧 영화의 테마곡인 요시마타 료의 'The Whole Nine Yards'의 충만한 사운드와 함께 항공촬영한 피렌체 전경이 펼쳐진다. 푸른 숲에 이어 붉은 지붕 일색의 도시 전경을 지나 카메라는 아름다운 아르노강을 비춘다. 이쯤때면 관객들은 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과 가슴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준세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광장 뒷골목과 다리, 우피치 미술관 회랑, '색깔의 이탈리아'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햇살에 비추인 푸르른 가로수 잎, 준세이의 자취집 옥상에서 바로 보이는 피렌체 두모오에 이르기까지 시쳇말로 '카메라만 갖다대면 전부 그림'이다. 'The Celts'와 'Caribbean Blue' 등 엔야의 음악이 피렌체의 색깔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비포 선라이즈
유럽 횡단 열차 안에서 만난 미국과 프랑스 청춘 남녀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델피)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보낸 하룻밤 사랑 이야기. 1시간 40분 가량의 런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진다. 비엔나 뒷골목 간이 벤치에서 셀린이 남긴 명대사.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그건 너나 나의 안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거야. 이 세상에 마술이 존재한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싱가포르 관광청이 후원한 싱가포르 여행 '뽐뿌'영화다. 재벌가 청년과 여염집 여성간의 전형적인 신데델라 스토리의 로맨틱 코미디. 할리우드 영화로는 거의 유일하게 아시아계 배우들로만 출연진이 짜여졌다. 노점상으로는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별을 딴 점포들이 있는 뉴튼호커센터와 머라이언 파크, 메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화려한 야경이 싱가포르 여행을 충동질한다.

글. 윤필영
주말 OTT 뽀개기가 취미인 보통 직장인. 국내 한 대기업의 영화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각으로 영화 이야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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