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밴드는 거리의 악사들이다. 그건 그들이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서 준우승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래하는 퍼커셔니스트 조준호, “봉인된 댄서” 기타리스트 손현, 외유내강 아코디어니스트 안복진, 밴드의 마스코트 같은 베이시스트 황수정은 정말로 거리에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거리 공연을 하며 여행을 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영화 음악의 오늘’ 섹션에 소개된 다큐멘터리 <좋아서 하는 다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거리는 행인들에게는 그저 바삐 지나가야 하는 일상의 공간이지만 좋아서 하는 밴드에겐 “짐만 풀면 무대가 되는” 마법같은 공간이다. 작년 자라섬 페스티벌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그들은 초대받진 않았지만 그저 좋아서 노래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퍼커션을 두드리기 시작하고, 아코디언을 어루만지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홀린 듯 어깨를 들썩인다. 휴게소에서 잠을 자고, 가끔 공연을 막는 사람들도 만나지만 연주 잘 들었다며 뻥튀기를 주는 할아버지나 수줍게 지폐를 내미는 꼬마 관객들은 그들을 다시 길 위로 나서게 만든다.

“이제는 한 시간을 공연해도 우리 노래로만 할 수 있을 정도”로 곡도 늘었고 앨범도 낸데다 올해는 정식으로 초청 받아 JIMFF를 찾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바뀐 게 없다”고 말한다. “연락 오는 레이블들은 있는데 그냥 우리끼리 하려고 한다. 좋아서 하는 건데 돈을 버는 회사에 소속되면 지금처럼 못할 거 같다.” 1회밖에 상영되지 않는 자신들의 다큐멘터리가 아까워서 아예 빔 프로젝터까지 준비해온 좋아서 하는 밴드. JIMFF에서는 이들이 짐을 풀면 거리가 무대뿐만 아니라 스크린으로 이단변신 할 예정이다.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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