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쇼박스,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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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5편이 베이징국제영화제를 통해 중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한한령 이후 중국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드디어 중국 빗장이 풀리게 될지 주목받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8일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발표한 240여 편의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 가운데 한국 영화 5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베이징국제영화제는 오는 18일에 개막한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한한령을 발령했다. K팝, 영화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중국 시장의 문을 8년간 걸어 잠갔다. 2021년 12월 '오!문희' 1편만이 중국에서 개봉한 게 전부다. 중국 시장이 막혀 우려했던 것도 잠시 그사이 K 콘텐츠는 글로벌 인기를 누리게 됐다. 지난해부터 점차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더니 중국 주요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베이징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를 초청한 것.

특히 일부 중국 누리꾼들에게 얼토당토않은 흠집 내기를 당했던 영화 '파묘'가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되어 눈길을 끈다.
사진=김고은SNS
사진=김고은SNS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는 앞서 영화 속 얼굴 축경 분장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중국 누리꾼이 "중국에서는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가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스러운 일"이라고 조롱했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은 "괜한 트집 잡기를 하네", "한국 영화다. 중국과 상관없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파묘'는 중국에서 개봉도 하지 않았다. 몽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대만을 비롯해 해외 133개국 판매 및 주요 국가 개봉을 확정했지만, 중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중국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에는 중국 관객들이 리뷰를 남겼다. 훔쳐보기를 했다는 소리다. 성신여자대학교 서경덕 교수는 "이제는 중국 당국이 나서야 할 때"라며 "알면서도 지금까지 K 콘텐츠에 대한 '도둑 시청'을 눈감아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제공=영화제작전원사
사진제공=영화제작전원사
이번 베이징국제영화제를 통해 중국 관객들은 더 이상 훔쳐보기가 아닌 정식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파묘'(감독 장재현)는 ‘카니발 미드나잇 스릴’ 섹션에 초청됐다. '파묘'외에도 '여행자의 필요'(감독 홍상수)는 '디멘션' 섹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감독 김혜영)는 '우먼스 초이스' 섹션에 각각 초청됐다. '해야 할 일'(감독 박홍준), '소풍'(감독 김용균) 등 총 5편의 한국 영화가 중국 관객을 만난다.

물론 베이징국제영화제는 2011년에 시작되어 14년 된 역사가 짧은 국제영화제다. 중국 대륙의 가장 대표적인 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창춘국제영화제'등의 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최신작이 중국 주요 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향후 한국 영화들의 중국 진출이 다시금 활발해질 수 있는 청신호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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