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가영은 적절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자기 홍보를 해왔다. 데뷔 초기에는 '엄친딸' 이미지를 강조했다. 엄친딸이 유행하던 시기엔, 전략으로 먹혀들었다. 실제 문가영은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어, 영어, 독일어 3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갖췄다. 음악가 어머니의 영향으로 여러 악기를 다룰 수 있고 골프와 승마까지 즐긴다고. 문가영이 풍기는 고고한 분위기에 부유할 것 같은 성장 배경까지 더해져 '엄친딸'이란 별명이 붙었고 이는 홍보 차원에서 유리했다.
2017년에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페미니스트 이슈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던 시기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세상은 여성에게 수도 없는 잣대를 들이민다. 위험하니 밤늦게 다니지 마라, 으슥한 곳으로 다니지 마라, 옷은 얌전하게 입고 다녀라. 여기에 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새벽 1시 후로 남녀공용 화장실에 가자 마라"라는 글을 게재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2019년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 출연한 그는 '빨래하는 페미니즘' 도서를 추천하며 페미니즘 행보를 이어갔다.

화제 몰이는 연예인으로서 꼭 필요한 부분이고 자질이다. 배우든 가수든 대중적 관심을 끊이지 않고 받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모든 걸 설명할 때 가장 빛나곤 한다. 문가영은 2006년 데뷔한 후 쉬지 않고 배우로 활약했다. 데뷔 후 1년도 쉬지 않고 다작했다. 그는 MBC '그 남자의 기억법'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차기작인 tvN '여신강림'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지난해 방영한 JTBC '사랑의 이해'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과거의 '엄친딸',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가 아닌 '배우 문가영'으로 점차 대중들에게 익숙해질 찰나였다.
그렇게 배우 문가영의 커리어가 쌓이고 있는데 란제리룩이 떴다. 대중의 뇌리속에는 강렬한 노출의 기억이 새겨졌다. 차기작 넷플릭스 '먼 훗날 우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든지 노출 이슈는 당분간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다. 화제는 됐지만,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배우 문가영은 '란제리룩' 문가영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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