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팔다 팔다 이름까지 팔아…조진웅이 치를 이름값 데드맨

영화 '데드맨' 2월 7일 개봉
'괴물' 각본 참여한 하준원 감독 연출 데뷔작
조진웅 "치밀한 시나리오"
김희애 "파워풀한 매력의 캐릭터"

조진웅이 '이름값'을 치르게 됐다. 영화 '데드맨'에서 바지사장을 하며 이름을 팔다가 누명을 쓴 인물을 연기하는 것. 이번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각본을 공동작업한 하준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19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데드맨'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하준원 감독과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참석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

하 감독은 "누명을 쓴 남자가 진범을 찾아내려는 직선적 과정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세 인물이 돕기도 하고 배신도 하며 톱니바퀴처럼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캐릭터들을 "이만재(조진웅 분)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자, 심여사(김희애 분)는 공연을 설계한 지휘자, 공희주(이수경 분)는 청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바지사장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하 감독은 "사람은 누구나 이름이 있다. 살다보면 자신의 이름에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목도하게 되더라. 책임지지 않고 대리인의 이름으로 자리를 대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독이자 작가로서 사회적 문제 의식도 느끼고 대중적 이야기로 풀어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바지사장은 익숙한 단어인데 영화에서 잘 접해보지 못한 소재다. 바지사장이라는 이름을 파는 사장이 '이름'이라는 주제와 붙었을 때 재밌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조진웅은 바지사장계의 에이스에서 누명을 쓰고 '데드맨'이 된 남자 이만재 역을 맡았다. 조진웅은 캐릭터에 대해 "이것저것 하면서 살다가 잘 안 돼서, 팔다 팔다 이제는 이름을 팔게 됐다. 이름값이 500만 원이다. 저한테는 희망적인 돈이었는데 그 돈으로 1000억대 횡령 누명을 쓰게 됐다. 좀 알아보고 죽자, 억울하다면서 알아보러 나선다"고 설명했다.

조진웅은 "처음에는 잘 만들어낸 이야깃거리구나 했다"라고 시나리오를 읽은 후 느낌을 전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취재를 5년간 꼼꼼히 했더라. 이런 비극적이 일이 실제로도 있는가, 많은 분들이 모르는데 무서운 곳이구나 싶을 거다. 절대로 어두운 곳에 손대지 말아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설계할 때 치밀함이 고스란히 놓여있다. 인물들로서 그 이야기의 카테고리를 잘 풀어낸 것 같다. 매력적인 스크립트였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처한 상황이 급변한다. 그 상황에 100%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거기서 느끼는 공포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걸 날 것으로 드러내보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쉽게 얘기하면 안 했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표현할 때 신명나고 재밌더라"며 촬영을 돌아봤다.

김희애는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로 분했다. 김희애는 "너무 매력적이라 여배우라면 탐낼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감독님이 봉준호 감독님과 '괴물' 각본 공동 작업했는데, 봉준호 감독님에게 이 시나리오를 한 번 보여드렸다고 하더라. 각 캐릭터마다 '누가 했으면 좋겠냐' 그랬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더라. 한국 배우로는 잘 매치가 안 된다는 거다. 저한테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조금 한국화했는데도 저한테는 신비롭고 귀한 역할이었다. 행복했다"고 전했다.

심여사만의 매력에 대해 "파워풀하다. 돈이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라고 자랑했다. 이어 "제 이익을 위해 이만재에게 다른 세상으로 끌어낸다"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다는 김희애는 "좀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김희애는 "저였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고는 "힙스터로 나오는 소녀시대 수영"을 꼽으며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 시크하게 요즘 MZ처럼 너무 매력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수경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잠적한 이만재 탓이라 여기고 이만재의 행방을 쫓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의 운영자 공희주로 등장한다. 이수경은 "제가 뜨거운 사람이 아니라 미적지근한 제 온도를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까 싶었다. 촬영할 때가 추운 겨울이었다. 온도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감한 스타일링에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극 중 공희주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 운영부터 국회 앞1인 시위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만재의 생존을 주장한다. 이수경은 "제가 경험이 없어서 지나가다가 그런 분(시위자)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유튜브 운영을 하는 분들 중에 어떤 식으로 스피치를 하나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진웅, 김희애와 연기하게 된 이수경은 "신기하긴 했다"라며 감탄했다. 이어 "제가 중학생 때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존경하는 배우를 선택해야했다. 그때 김희애 선배님을 선택했다. 촬영할 때도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선배님은 정말 멋있는 배우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진웅 선배님은 제가 ‘뿌리깊은 나무’ 때부터 좋아했다"며 "그때 선배님이 수많은 짤을 생성할 때였다. 그때 제가 그걸 모아서 배경화면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영화를 위해 5년간 취재했다는 하 감독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조진웅은 "설 연휴에 찾아뵙게 되어 뜻깊다. 저희 영화는 뜨거운 영화다. 뜨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관람을 부탁했다.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종합] "팔다 팔다 이름까지 팔아"…조진웅이 치를 이름값 '데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