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았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푹푹 찌는 날씨에 순식간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붉게 상기된 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나마 실내로 들어가 에어컨을 튼다면, ‘살 만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영화들이 돌아왔다. 반가운 점이라면, 그동안 극장가를 꽉 붙들고 있던 외화에 이어 한국 영화들이 등장했다는 사실. 텐트폴(일명 대작 영화) 영화가 베일을 벗고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주말에 극장에서 ‘뭐 보지?’를 고민했던 관객들이라면, 조금이나마 아래의 선택지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범죄극, SF, 드라마까지 장르 차별화를 둔 한국 영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가슴 쫄깃한 반전을 거듭하는 범죄극부터,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우주를 구현하는 SF, 해외 로케이션의 이색적인 풍경과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는 드라마까지. 각자 다른 색으로 차별화를 둔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카테고리로 묶는 작품을 이르는 프랑스어인 장르(Genre)처럼 각자 입맛에 따라 한국 영화를 즐기면 좋을 듯싶다.
'밀수'(감독 류승완) 7월 26일 개봉 지난 7월 26일 개봉한 ‘밀수’(감독 류승완)는 상업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 투톱 주연의 영화임과 동시에 1970년대의 구성진 노랫말로 가득 채워진 영화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모가디슈’(2012) 등으로 ‘충무로 액션 키드’로 불리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문구처럼 믿음이 결합하고 분산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밀수’는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속에서 물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 해녀 ‘춘자’(김혜수)는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염정아, 김혜수의 흡입력 있는 연기만큼이나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도 극의 균형을 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259만7903명을 돌파하면서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류승완 특유의 말맛과 액션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밀수’를 보고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더 문' (감독 김용화) 8월 2일 개봉 지난 8월 2일 개봉한 ‘더 문’(감독 김용화)은 개봉 전부터 한국형 SF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함께 했던 작품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더 문’은 우주의 광활함과 달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 본능까지. 김용화 감독의 특기가 마구 발휘된 작품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 된 김용화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029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달 탐사선 우리 호가 달을 향한 여정을 나서지만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달에 홀로 남겨진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하는 우주센터와 5년 만에 다시 복귀하는 김재국(설경구)의 사투를 담고 있다. SF의 외피를 지니고 있지만, 용기와 희망에 관한 강한 메시지를 드러내면서 설경구는 ‘더 문’의 차별점을 “가족끼리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VFX와 CG로 구현한 우주와 달의 모습이 시각적인 재미를 높인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17만6080명을 동원했고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비공식작전' (감독 김성훈) 8월 2일 개봉 ‘더 문’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신과 함께’에서 만난 하정우와 주지훈의 만남과 ‘킹덤:아신전’, ‘터널’ 등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성훈 감독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익숙한 맛일지 혹은 새로운 맛일지에 대한 반신반의가 있기도 했다. 영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는 임무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를 만나며 동행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버디무비다. 믿을만한 사람인지 의심이 들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택시 기사 판수와의 예측 불가한 상황들이 마구 펼쳐진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25만9706명을 동원했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의 배우 톰 크루즈 못지않은 카체이싱 액션으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피어난 새로운 시선 ‘다섯 번째 흉추’, ‘비닐하우스’‘다섯 번째 흉추’ (감독 박세영) 8월 2일 개봉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 및 제55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노베스비전 섹션,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판타스틱 감독상/관객상/NH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다섯 번째 흉추’(감독 박세영). 이 영화는 해어진 연인의 매트리스에서 피어나 사랑과 슬픔을 먹고 자란 곰팡이꽃 인간의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되면서 벌어지는 아름답고도 기묘한 이야기다. “이사를 하려다가 벽에 핀 곰팡이를 보고 징그럽고 더러우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이 애잔 ”했다는 박세영 감독의 말처럼 극 중에서 곰팡이의 존재는 징그럽지만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컷마다 강렬한 색감과 채도로 극을 보는 시각적인 재미도 잡았다. 헤어지고 싶지만 헤어질 수 없는 연인의 질긴 인연처럼 피어난 곰팡이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놓치지 말아야 하는 독립영화 ‘다섯 번째 흉추’는 지난 8월 2일 개봉했다.
‘비닐하우스’ (감독 이솔희) 7월 26일 개봉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왓챠상, CGV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는 일상적인 소재인 비닐하우스가 가져온 피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마인’(2021), ‘종이달’(2023)에서 가까스로 삶을 살아내는 고단한 여성을 연기해온 배우 김서형의 삶의 끝자락에 선 연기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경란을 연기한 배우 안소요의 기묘함이 돋보인다. 영화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문정’(김서형)이 아들과 함께 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위해 간병인 일을 하면서 시작된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화옥’을 돌보다가 사고가 발생해 그는 죽게 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화옥의 시각장애를 지닌 남편 태강(양재성)을 속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락하고 편안한 집이 살인과 비밀의 장소로 변모하는 순간들은 냉담하고도 씁쓸하다. 지난 7월 26일 개봉한 ‘비닐하우스’는 우리에게 ‘당신의 집은 편안한가요?’라고 묻는 듯하다.
고전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살바도르 달리:불멸을 찾아서’ ‘붉은 사막’‘살바도르 달리:불멸을 찾아서’ (감독 데이비드 푸졸) 8월 2일 개봉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영화 감독 살바도르 달리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가 지난 8월 2일 개봉했다.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로 초현실주의 영화를 확장한 감독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눈에 면도칼을 가져다 대는 장면으로 유명한 ‘안달루시아의 개’는 할리우드 내러티브의 관습을 거부하면서 이미지를 통해 주관적 의식과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영화 사조 중 하나다. 꿈과 환상에 근거한 이미지들을 나열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 바 있다. 그림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으로 시계가 흐물거리는 형태로 표현하고 기존의 현실 세계의 구조를 비틀기도 했다.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는 화가이자 감독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독특함과 도전 정신을 주목한다. “나는 죽음을 믿지 않습니다”라는 살바도르 달리의 말처럼 불멸의 예술을 표현하고자 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살바도르 달리와 사랑 앞에서의 살바도르 달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붉은 사막’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월 26일 개봉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붉은 사막’(1964)이 영화 제작 60주년을 기념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지난 7월 26일 국내에 선보였다. 영화 ‘붉은 사막’(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은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한 여성과 그녀를 흠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칸, 베니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모두 받은 경력이 있다. 베니스영화제는 제28회 시상식에서 ‘붉은 사막’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피프레시상(FIPRESCI)을 동시에 수여했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강, 마구 뒤섞인 튜브와 파이프,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독가스와 오렌지 불꽃, 그리고 연기가 자욱한 잔햇더미들과 합쳐져 괴이한 형태를 보여준다. ‘정사’(1960), ’일식’(1962), ‘욕망’(1966) 등을 연출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의 첫 컬러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직 못 봤거나 다시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바다.
아직 이 영화 못 봤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엘리멘탈’, ’코난’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식지 않는 열기로 N차 관람을 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7월 12일 개봉 지난 7월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이하 '미션 임파서블 7’)는 고전의 익숙함과 신선함으로 무장한 톰 크루즈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3일 371만2982명의 누적 관객 수를 모으고 박스오피스 5위를 하면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비해서는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찾는 관객들이 많은 상황이다. 1996년 처음으로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올해로 벌써 (28년)이 됐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전 편인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과 이어지는 시리즈로 전 세계를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할 새로운 무기를 추적한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액션을 담고 있다. 기존에 시리즈를 사랑했던 관객들을 비롯한 새로운 관객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카 체이싱과 기차 위에서의 격투 등은 아찔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전달해준다.
'엘리멘탈' (감독 피터 손) 6월 14일 개봉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은 현재까지 602만1978명의 누적 관객을 쌓아가고 있다. '엘리멘탈'은 '겨울왕국' 이후 해외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그야말로 N차 관람을 보여주면서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강한 다크호스로 부상한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이렇게 4개의 원소가 엘리멘트 시티에 불 원소 '앰버'는 우연히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중독성 높은 OST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무엇보다 ‘하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물 원소 웨이드가 미래의 이상형이라고 꼽는 여성들도 많아지면서 화제성도 높은 편이다. ‘엘리멘탈’은 지난 6월 14일 개봉해서 거의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인기몰이 중이다.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7월 20일 개봉 장기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월 20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는 26번째 극장판이다. 7년 만에 검은 조직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장기 수배범이나 유괴당한 피해자를 전 세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전 연령 인식’이라는 획기적인 AI 기술을 개발 중인 퍼시빅 부이와 함께 핵심 기술자가 납치되면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셰리/하이바라까지 위험에 처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14일부터 미국배우노동조합이 작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AI 사용은 자신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호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AI가 학습한 배우들의 이미지로 인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초상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애니메이션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는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 무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영화부터 일상의 단면을 포착한 영화들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이 선택지를 통해 '주말 영화 뭐 보지?'라는 고민을 조금은 덜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범죄극, SF, 드라마까지 장르 차별화를 둔 한국 영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가슴 쫄깃한 반전을 거듭하는 범죄극부터,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우주를 구현하는 SF, 해외 로케이션의 이색적인 풍경과 현실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는 드라마까지. 각자 다른 색으로 차별화를 둔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카테고리로 묶는 작품을 이르는 프랑스어인 장르(Genre)처럼 각자 입맛에 따라 한국 영화를 즐기면 좋을 듯싶다.
'밀수'(감독 류승완) 7월 26일 개봉 지난 7월 26일 개봉한 ‘밀수’(감독 류승완)는 상업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여성 투톱 주연의 영화임과 동시에 1970년대의 구성진 노랫말로 가득 채워진 영화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모가디슈’(2012) 등으로 ‘충무로 액션 키드’로 불리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문구처럼 믿음이 결합하고 분산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밀수’는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닷속에서 물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 해녀 ‘춘자’(김혜수)는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염정아, 김혜수의 흡입력 있는 연기만큼이나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도 극의 균형을 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259만7903명을 돌파하면서 개봉 일주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류승완 특유의 말맛과 액션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밀수’를 보고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더 문' (감독 김용화) 8월 2일 개봉 지난 8월 2일 개봉한 ‘더 문’(감독 김용화)은 개봉 전부터 한국형 SF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함께 했던 작품이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더 문’은 우주의 광활함과 달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 본능까지. 김용화 감독의 특기가 마구 발휘된 작품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 된 김용화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029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달 탐사선 우리 호가 달을 향한 여정을 나서지만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해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달에 홀로 남겨진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하는 우주센터와 5년 만에 다시 복귀하는 김재국(설경구)의 사투를 담고 있다. SF의 외피를 지니고 있지만, 용기와 희망에 관한 강한 메시지를 드러내면서 설경구는 ‘더 문’의 차별점을 “가족끼리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VFX와 CG로 구현한 우주와 달의 모습이 시각적인 재미를 높인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17만6080명을 동원했고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다.
'비공식작전' (감독 김성훈) 8월 2일 개봉 ‘더 문’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은 ‘신과 함께’에서 만난 하정우와 주지훈의 만남과 ‘킹덤:아신전’, ‘터널’ 등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성훈 감독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익숙한 맛일지 혹은 새로운 맛일지에 대한 반신반의가 있기도 했다. 영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는 임무를 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우연히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를 만나며 동행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버디무비다. 믿을만한 사람인지 의심이 들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택시 기사 판수와의 예측 불가한 상황들이 마구 펼쳐진다. 지난 3일 누적 관객 수 25만9706명을 동원했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의 배우 톰 크루즈 못지않은 카체이싱 액션으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상의 사소함에서 피어난 새로운 시선 ‘다섯 번째 흉추’, ‘비닐하우스’‘다섯 번째 흉추’ (감독 박세영) 8월 2일 개봉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 및 제55회 시체스국제영화제 노베스비전 섹션,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판타스틱 감독상/관객상/NH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다섯 번째 흉추’(감독 박세영). 이 영화는 해어진 연인의 매트리스에서 피어나 사랑과 슬픔을 먹고 자란 곰팡이꽃 인간의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되면서 벌어지는 아름답고도 기묘한 이야기다. “이사를 하려다가 벽에 핀 곰팡이를 보고 징그럽고 더러우면서도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이 애잔 ”했다는 박세영 감독의 말처럼 극 중에서 곰팡이의 존재는 징그럽지만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컷마다 강렬한 색감과 채도로 극을 보는 시각적인 재미도 잡았다. 헤어지고 싶지만 헤어질 수 없는 연인의 질긴 인연처럼 피어난 곰팡이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놓치지 말아야 하는 독립영화 ‘다섯 번째 흉추’는 지난 8월 2일 개봉했다.
‘비닐하우스’ (감독 이솔희) 7월 26일 개봉 뉴욕아시안영화제 초청, 27회 부산국제영화제 왓챠상, CGV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한 영화 ‘비닐하우스’(감독 이솔희)는 일상적인 소재인 비닐하우스가 가져온 피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마인’(2021), ‘종이달’(2023)에서 가까스로 삶을 살아내는 고단한 여성을 연기해온 배우 김서형의 삶의 끝자락에 선 연기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경란을 연기한 배우 안소요의 기묘함이 돋보인다. 영화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문정’(김서형)이 아들과 함께 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위해 간병인 일을 하면서 시작된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화옥’을 돌보다가 사고가 발생해 그는 죽게 되고 이를 숨기기 위해 화옥의 시각장애를 지닌 남편 태강(양재성)을 속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안락하고 편안한 집이 살인과 비밀의 장소로 변모하는 순간들은 냉담하고도 씁쓸하다. 지난 7월 26일 개봉한 ‘비닐하우스’는 우리에게 ‘당신의 집은 편안한가요?’라고 묻는 듯하다.
고전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살바도르 달리:불멸을 찾아서’ ‘붉은 사막’‘살바도르 달리:불멸을 찾아서’ (감독 데이비드 푸졸) 8월 2일 개봉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영화 감독 살바도르 달리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가 지난 8월 2일 개봉했다.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로 초현실주의 영화를 확장한 감독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눈에 면도칼을 가져다 대는 장면으로 유명한 ‘안달루시아의 개’는 할리우드 내러티브의 관습을 거부하면서 이미지를 통해 주관적 의식과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는 영화 사조 중 하나다. 꿈과 환상에 근거한 이미지들을 나열하면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 바 있다. 그림 ‘기억의 지속’이라는 작품으로 시계가 흐물거리는 형태로 표현하고 기존의 현실 세계의 구조를 비틀기도 했다. ‘살바도르 달리: 불멸을 찾아서’는 화가이자 감독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독특함과 도전 정신을 주목한다. “나는 죽음을 믿지 않습니다”라는 살바도르 달리의 말처럼 불멸의 예술을 표현하고자 한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로서의 살바도르 달리와 사랑 앞에서의 살바도르 달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붉은 사막’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월 26일 개봉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붉은 사막’(1964)이 영화 제작 60주년을 기념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을 지난 7월 26일 국내에 선보였다. 영화 ‘붉은 사막’(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은 신경 쇠약에 시달리는 한 여성과 그녀를 흠모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칸, 베니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모두 받은 경력이 있다. 베니스영화제는 제28회 시상식에서 ‘붉은 사막’을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피프레시상(FIPRESCI)을 동시에 수여했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강, 마구 뒤섞인 튜브와 파이프,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란 독가스와 오렌지 불꽃, 그리고 연기가 자욱한 잔햇더미들과 합쳐져 괴이한 형태를 보여준다. ‘정사’(1960), ’일식’(1962), ‘욕망’(1966) 등을 연출한 미켈란젤로 안토니의 첫 컬러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직 못 봤거나 다시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바다.
아직 이 영화 못 봤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엘리멘탈’, ’코난’개봉한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식지 않는 열기로 N차 관람을 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7월 12일 개봉 지난 7월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이하 '미션 임파서블 7’)는 고전의 익숙함과 신선함으로 무장한 톰 크루즈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3일 371만2982명의 누적 관객 수를 모으고 박스오피스 5위를 하면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비해서는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찾는 관객들이 많은 상황이다. 1996년 처음으로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올해로 벌써 (28년)이 됐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전 편인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과 이어지는 시리즈로 전 세계를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할 새로운 무기를 추적한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액션을 담고 있다. 기존에 시리즈를 사랑했던 관객들을 비롯한 새로운 관객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카 체이싱과 기차 위에서의 격투 등은 아찔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전달해준다.
'엘리멘탈' (감독 피터 손) 6월 14일 개봉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은 현재까지 602만1978명의 누적 관객을 쌓아가고 있다. '엘리멘탈'은 '겨울왕국' 이후 해외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그야말로 N차 관람을 보여주면서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강한 다크호스로 부상한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이렇게 4개의 원소가 엘리멘트 시티에 불 원소 '앰버'는 우연히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중독성 높은 OST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조합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무엇보다 ‘하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물 원소 웨이드가 미래의 이상형이라고 꼽는 여성들도 많아지면서 화제성도 높은 편이다. ‘엘리멘탈’은 지난 6월 14일 개봉해서 거의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인기몰이 중이다.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7월 20일 개봉 장기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월 20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 흑철의 어영’(감독 타치카와 유즈루)는 26번째 극장판이다. 7년 만에 검은 조직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장기 수배범이나 유괴당한 피해자를 전 세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전 연령 인식’이라는 획기적인 AI 기술을 개발 중인 퍼시빅 부이와 함께 핵심 기술자가 납치되면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셰리/하이바라까지 위험에 처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14일부터 미국배우노동조합이 작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AI 사용은 자신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호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AI가 학습한 배우들의 이미지로 인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초상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 애니메이션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는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 무더위를 피해 극장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영화부터 일상의 단면을 포착한 영화들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이 선택지를 통해 '주말 영화 뭐 보지?'라는 고민을 조금은 덜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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