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 단독 인터뷰
"금쪽이 솔루션은 환상 아닌 희망…교권 추락 마음 아파
"때리면서 가르치는 폭력을 반대, 오냐오냐 키우라는 건 아냐"
"교사에게 '조심하겠다' 말 듣고 와라? 의도 왜곡…앞뒤 맥락 읽어주길"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아이들은(부모가) 때리면서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는 걸 보고 마음 먹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이 최근 초등 교사 사망·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불거진 교권 추락 문제와 그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침묵을 지키던 그가 지난 25일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결심한 건 분노로 들끓는 여론 속 폭력에 노출될 아이들을 향한 걱정 때문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이 문제가 아동을 향한 폭력적 시선으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얼마든 감수하더라도 '금쪽이'들에겐 화살이 돌아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 사망·폭행 사건으로 교권 추락의 실태가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숨진 교사의 사망 원인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갑질로 알려지며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오은영:
선생님과 학부모는 대립의 대상이 아닙니다. 아이를 잘 교육하기 위해 같이 의논하고 협동하는 관계죠. 저 역시 이걸 늘 강조해왔고요. 최근에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에 저 역시 마음이 아픕니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오은영 박사를 지목하며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서천석 박사는 '금쪽이' 프로그램이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죠.

오은영: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이랬던 아이가 이렇게 변했다'가 아니라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부모가 노력이라는 문을 여는 첫발을 도와주는 거죠.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변하는 게 있다면 그건 환상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겁니다. 부모에게 희망이 없다면 슬플 것 같지 않나요.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들이 배움을 통해 나아진 모습으로 가는 걸 원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능성 없는 아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겠습니까.

몇 차례의 상담이나 교육으로는 아이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오은영:
'금쪽'이에서도 저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면 전문의를 만나라고 하고, 이미 만나고 있다면 꾸준히 만나라고 합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면 입원하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요. 단시간에 좋아지지 않으니 지치지 말라고, 지쳐도 힘을 내라고 말합니다. 한두 번으로 좋아진다고 말한 적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금쪽'이는 치료가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방송만 보고 '개조가 안 됐네', '솔루션이 실패했네'라고 하시지만, 이 프로그램은 실패와 성공으로 나누지 않아요. 다양한 면들이 있다는 걸 같이 알아보자는 취지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쪽이'라는 단어는 정확히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오은영:
'금쪽이'는 흔히 생각하는 '금이야 옥이야'의 뜻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금쪽이'가 버르장머리 없이 오냐오냐 큰아이들의 대명사처럼 쓰이더라고요. '금쪽이'라는 단어는 조건이나 경제, 지휘, 인종, 성별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귀하다는 의미입니다. 귀한 사람이기에 잘 의논하면서 키워보자는 의미로 붙인 거죠. 많은 부모가 용기를 가지고 나오는 만큼, 실명이 거론되는 것을 피하고 아이를 보호하는 의미기도 합니다.

'금쪽'이 프로그램을 향한 비난에 우려되는 부분은 없으신지요?

오은영:
'금쪽이'라고 하면 너무나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아이들을 향한 우려스러운 반응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자 진정성을 가지고 출연한 부모들에 대한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의논해야 하는데, 용기를 낼 분들이 줄어들까 봐 우려스럽습니다.

솔루션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해해보자' 라는 말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오은영:
아이를 알아보고, 부모 자신을 알아차려 보고, 아이의 어려움을 알아가보자는 뜻입니다. 그것을 무작정 다 받아주고 들어주라는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이해해보자는 건 알아보자는 겁니다. 문제의 이유를 다각적으로 알아보고, 이런 과정을 통해 부모 역시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알아차리고, 이런 방향이 있다는 걸 알아가자는 의미죠. 우쭈쭈 다 들어주고, 다 허용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체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때리지 말고 가르치라는 것 강조해온 오은영 박사의 교육관이 학부모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줬다며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오은영:
누구의 권리는 덜 소중하고 더 소중하겠습니까.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권리 역시 소중합니다. 그건 변함이 없어요.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선생님에 저 역시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교권이 추락한 건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부 대중들의 논리는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2005년부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11년 동안 했습니다. 그때 가장 중요시한 게 훈육입니다. 별명도 훈육 선생님이었고요. 부모는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가르쳐야 합니다.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들이 아이들을 많이 때렸죠. 훈육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때리지 말라는 겁니다. 훈육은 평생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체벌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오은영:
요즘에는 체벌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저는 체벌이 아닌 때리는 폭력을 반대합니다. 때리지 않고 충분히 훈육할 수 있습니다.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해주면 됩니다. 아이를 때리는 방법을 통해서만 훈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타협할 수 없다는 지도력에서 부모의 권위가 나오는 섭니다. 매로 때리는 걸 통해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는 건 폭력입니다. 폭력은 누구에게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안되는 겁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를 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걸 보고 마음이 가장 아팠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때려야 한다, 선생님들에게 몽둥이를 쥐여 줘야 한다는 (일부 대중의) 반응들은 너무 걱정스러워요. 지금 선생님들이 바라는 게 그런 교권도 아니구요. 저 역시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자긍심을 가지며 일하길 진정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가 말하는 '단호한 훈육'은 무엇일까요?

오은영:
때리지 말라는 것이 아이를 오냐오냐 키우라는 건 아닙니다. 훈육은 가르치는 사람이 주도권과 통제권을 가지고 명확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금지를 가르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한계를 설정하는 거죠. 질문형이나 부탁형으로 하면 안 됩니다. 옛날에는 때리면 아이들이 말을 듣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물리적인 공포는 공포만 기억에 남아요. 나중에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잘못한 것과 맞은 걸 상쇄하죠. 또 본인이 어려움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때릴 수도 있고요. 반응이 빠르다고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가르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로 키우라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오은영./사진=텐아시아DB
오은영 박사가 집필한 책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저서 중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돌아와야 한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면 좀 참긴 하는데 교장이나 교감을 찾아가보도록 하라"등의 문장이 학교에 갑질하는 매뉴얼로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오은영:
온라인상에 퍼진 글의 내용은 제 의견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앞뒤 맥락이 다 잘려져 의도가 훼손됐죠. 책은 글쓴이의 의견을 전달하는 장입니다. 줄과 줄 사이, 단락마다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죠. 논란이 된 챕터는 총 7페이지, 줄로는 122줄입니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내용은 고작 10줄 정도고요. 글은 앞뒤 맥락을 봐야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다 자르고 단편적인 부분만 내놓으면 잘못 이해되기 쉽죠.

어떠한 맥락으로 이러한 말을 하게 된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은영:
해당 챕터의 제목은 '담임교사, 나랑 너무 안 맞아요. 학교 가기 싫어요' 입니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중고등학생과 달리 담임 선생님과 종일 같이 있어요. 한 반에 30명 정도 있는데 모든 아이가 담임과 맞을 수는 없죠. 이 챕터에서는 선생님이 잘못된 게 아니라 아이가 교사와 반대 성향이라 괴로워하는 경우를 쓴 겁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점에 대해 선생님께 잘 설명해 드리고, 같이 힘을 합해서 잘 가르치도록 좋게 이야기를 나누라는 의미였습니다.

오은영 박사의 말대로 논란이 된 페이지 앞부분에는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갑질의 느낌은 찾아보기 힘드네요.

오은영:
아이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는 외부적으로는 드러나는 문제가 없어서 선생님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잘 설명하라는 뜻입니다. 잘못을 꾸짖어서 사과받으라는 게 아니죠. 실제 책 앞뒤 맥락을 보면 오히려 선생님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습니다. 교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라는 건 선생님이 잘못해서 고자질하라는 게 아닙니다.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학교를 안 간다고 거부를 해요. 그건 참 난감한 문제이지요. 그래서 아이 상황에 대해서 잘 의논하라는 겁니다.

자극적 장면에 노출되는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법한 지점인 것 같은데요?

오은영:
맞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한 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면 금쪽이 부모의 진정성부터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해 의논하고 방향을 정하는 것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집니다. 근데 이게 유튜브 같은 짤이나 숏 콘텐츠로 짤리다 보면 어떤 콘텐츠는 부모의 모습이 어이가 없을 때도 있고, 이런 아이가 있을까 싶어질 정도로 문제 아이의 행동만이 비치죠. 원래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은 사라지는 겁니다. 부탁드리건대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주세요. 저 역시 자극적인 짧은 콘텐츠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키우는 학부모,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오은영:
어떤 부모가 옆에 있냐에 따라 아이 미래가 달라집니다. 선생님 또한 중요한 분들이죠. 사회를 배우는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학교는 중요하니까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그만큼 또 다른 측면에서 선생님은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죠. 선생님과 부모의 관계가 대립이 아니라 마음을 합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됐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30년 넘게 해 온 것처럼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도록 꿋꿋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오은영:
선생님들의 고충을 담는 '금쪽'이 방송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폭력으로 문제를 지도하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쪽'이에 출연한 모든 분이 육아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나옵니다. 방송 후에도 지속해서 노력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자식을 잘 키우고자 하는 부모의 진심마저 잘못 전달될까 우려가 됩니다. 지금까지 나온 출연자들, 앞으로의 금쪽이들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인한 비난의 화살은 멈춰주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 인용 보도시, '텐아시아' 출처 표기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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