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대립·법원엔 고분…흰머리 안 감춘 유아인, 태세 전환도 '톱급' [TEN스타필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BF.33534526.1.jpg)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배우 유아인이 구속 갈림길 앞에서 법원에 꼬리를 바짝 내리며 '톱급' 태세 전환을 보여줬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경찰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전례 없던 기싸움을 벌이던 유아인은 절체절명의 구속 위기에서 고분고분한 태도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지난 3월과 지난 11일 총 2차례의 경찰 소환에서 각각 1번씩 출석 일자를 변경하며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유아인이다. 특히, 2차 소환 조사에서 그는 경찰이 자신의 출석 일시를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하며 조사 당일 '노쇼'하고 돌아간 바 있다. 전례 없던 초유의 '노쇼' 사태에 경찰과 법조계 관계자는 물론이고, 대중까지 기함했다. 법을 위반해 물의를 일으킨 유아인이 법 조항 운운하며 비공개 조사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이 아전인수격이라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상황 속 경찰은 유아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당시 실거주지 주소를 허위 진술하며 경찰을 기만한 점도 영장 신청 이유에 한몫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아인 구속수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민수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24일 밤 11시 30분께 유아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인멸, 도망의 염려를 인정하기 어려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또, 유아인이 기본적 사실관계 자체를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고, 대마 흡연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또, 코카인 혐의 관련 유아인의 방어권 보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배우 유아인 /사진 = 조준원 기자 wizard33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BF.33534540.1.jpg)
또, 영장 심문을 마친 뒤에도 '마약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후회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구속영장 기각 후 마포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온 유아인은 법원의 '경찰의 무리한 구속 시도였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유아인은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거 같다. 법원이 내려주신 판단을 존중하고 감사한 마음이다"며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 세 번의 언론 접촉에서 유아인은 '혐의 인정', '반성 태도', '법원 존중'의 3박자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선보이며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듯 듬성듬성 난 흰머리를 숨기지 않으며 일부 팬들의 동정 여론까지 불을 지폈다. 실제로 그의 극성 팬들은 25일 구속영장의 기각한 법원에 "공명정대한 판단과 깊은 혜안에 크게 감복했다"고 칭송하는 한편, 경찰의 수사에 대해선 "부당한 인권탄압이 벌어지는 장면을 여과 없이 목도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유아인의 향후 행보를 고려할 때 이번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유아인에게 고통의 시간만 길어졌다'는 관측이 있지만, 유아인은 결국 이 같은 태세 전환을 통해 구속을 면하고 신체의 자유 속에서 향후 조사를 받게 됐다.
구속만은 피하려는 유아인의 시나리오가 이번에는 유효하게 작용했다. 다만, 법원이 충분한 증거 확보와 공고한 수사 완결성을 근거로 영장을 기각한 만큼 이후 법원에서의 '양형 변론'에서도 유아인의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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