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서 구여친役 "도전이었던 캐릭터"
"체중 감량·뷰티기기 관리에 피부 영양제도 섭취"
"삶의 우선순위 바뀌어, 워라밸 추구"
"이젠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드러내기로"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사랑과 비슷한 단어가 예전에는 희생이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바뀌었어요. 응원이요. 응원과 비슷한 것 같아요. 최근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사랑을 '대상'으로 생각했더라고요. 주고받는 물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사랑은 내 안에 일어난 느낌이었어요. 주고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줬으니까 받고 싶었고, 받고 싶으니까 주는 걸 어려워했던 거에요. 내 안에서 피어난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해방감을 느꼈어요."

디즈니+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를 마치고 만난 안희연(EXID 하니)는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아버지의 불륜녀에게 오래 살던 집까지 빼앗긴 심우주(이성경 분)가 그녀의 아들 한동진(김영광 분)에게 복수하려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다. 안희연은 한동진과 오래 교제한 전 여자친구 강민영 역을 맡았다. 강민영은 한동진에게 다른 남자와의 결혼 청첩장을 주며 이별을 통보한다. 안희연은 "저한텐 도전 같은 캐릭터였다. 많이 겁났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했는데, 잘 마쳐서 뿌듯하다"며 캐릭터의 '미친 면모'에 끌렸다고 밝혔다.

"나쁘고 이기적이에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배려가 없었죠.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한 거죠.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미쳤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잖아요. 그게 일상이죠. 그 사람의 속내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나쁘다고 할 수 있는 민영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내가 이해하고 공감해야 시청자들도 납득하실 테니까요.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느낌의 인물. 감독님이 그런 면을 생각하며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민영 입장에서는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동진이 답답했을 것. 청첩장으로 이별 통보를 하지만 민영은 동진과 이별을 후회하며 지나간 사랑을 되찾기 위해 그의 주변을 맴돈다. 안희연은 "자신을 잡아달라, 자신에게 확신을 달라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나중에야 민영은 확신은 남이 주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며 캐릭터에 공감했다. 다소 차갑고 도도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안희연은 체중도 감량했다.

"살을 빼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집에서 뷰티기기로 얼굴 관리도 열심히 했죠. 피부에 좋다는 영양제도 먹었어요. 평소 자세나 제스쳐, 몸가짐도 단정하고 깔끔하고 얌전하게 하려고 했어요. 특히나 다이어트를 더 했던 때가, 성경 언니가 저를 업는 신이 있었을 때에요. 언니가 마른 게 딱 봐도 저를 못 업을 거 같잖아요. 거기다 극 중 술 취한 상황이라 완전히 널부러져야 했거든요. 그때 몸무게보다 지금보다 5kg 적었어요. 그 촬영 전에는 안 먹었죠."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EXID 멤버로 무대에 서다가 2019년부터 연기자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안희연.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가출 청소년, 웹드라마 '엑스엑스'에서는 업계 최고 헤드바텐더, '판타G스팟'에서는 섹스 카운슬러, '유 레이즈 미 업'에서는 비뇨기과 의사, 드라마 '하얀 까마귀'에서는 게임 BJ 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안희연은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순위를 두는 건 '내가 하고 싶은지 여부'다. 회사 분들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고 대표님도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응원해준다. 그런 기준으로 선택한 작품들이 세간에는 도전적이라고 비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는 아직 병아리죠. 모르는 게 많아요. 미지의 세계죠. 전과 달라진 점도 있고 그대로인 점도 있어요. 3년 전과 비교해보면 사람으로서는 이제야 좀 30대 같은 느낌이에요. 중요한 삶의 우선순위가 확 바뀌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게 됐고,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인정하게 됐죠. 예전엔 일이 중요했어요. 일이 나고, 내가 일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워라밸을 추구해요. 일 이외에 '나의 삶'이라는 것도 생겼어요."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배우 안희연. / 사진제공=써브라임
안희연은 10살 연상의 정신과 의사 양재웅과 열애 중이다. 자신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 된 게 남자친구의 영향이 있냐고 묻자 안희연은 "없다고 하면 서운해할 것 같다"며 웃었다.

"둘 다 그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업, 나이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가치관이 비슷하다. '쿵하면 짝' 하고 '짝하면 쿵' 하는 게 있어요. 제가 어떤 걸 마음 먹거나 선택하려고 하면 응원해주는 사람이죠."

안희연은 "결혼은 언젠가 할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남자친구 양재웅,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한 그는 "아빠가 남자친구를 한 번도 안 보여줬다고 서운해하더라. 남자친구에게 '아빠가 원하는데 한 번 볼 수 있냐' 했더니 흔쾌히 좋다더라. 맛있는 고기 먹고 하이볼 한 잔씩 하고 길 가는데 기분이 좋았다. 그 날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찍게 됐다"며 행복해했다.

17살 연습생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해온 안희연. 그는 "예전엔 앞으로가 중요한 미래지향적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계획하고 꿈꿔도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될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며 "요즘은 먼 미래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1년 넘는 계획은 크게 세우지 않게 됐다. 미래를 통제해야 겠다는 니즈가 사라졌다"며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대신 감추고 검열하던 자신에서 벗어나 이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단다. "나를 드러내면 싫어할 거라는 타인에 대한 왜곡이 있었던 거에요. 이제는 용기 내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로 했어요. 좀 더 믿고 사랑하고 교류하고 싶어서요. 제 왜곡된 시선으로 타인을 보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놀라거나 실망할 수도 있겠죠. 제가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센스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의 제 모습을 예쁘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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