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태프들이 참 많이 고생했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작품이 돼서 좋다.
Q. '천원짜리 변호사'의 연출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우리 드라마엔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데 그 각각의 장르를, 누구나 아는 패턴으로, 쉽게 만들려고 애썼다. 어떤 회차에는 휴머니즘을, 어떤 회차에는 호러, 혹은 멜로를… 그렇게 매번 드라마의 톤앤매너를 바꿨다. 그러면서도 코미디 드라마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 가장 애썼다. 그 조율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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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찍을 때 제일 애썼다. 8부는 내게 '성 안에 살던 지훈이가 주영을 만나 성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걸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중에서 제일 애썼던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지훈이 혼자 술을 마시다가, 주영과 나란히 비 맞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를 꼽겠다. 조명과 출연자들의 움직임, 살수(비 뿌리는 장치)의 느낌까지 살피며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길바닥에 두 배우를 거의 세 시간 동안 눕혀 놓았다.

배우가 감독보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 감독이 편해진다. 사소한 디렉팅이나 씬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모니터 앞에 앉아 그저 씬의 무드만 관찰하면 되고, 언제나 찍는 방식으로 찍어버리면 되니까… 그 즈음이 되면 이제 어떤 씬이 찾아와도 꽤나 재밌게 뽑히는 수준이 되는데, 우리 드라마는 그 시점이 진짜 빨리 찾아왔다. 이 드라마가 잘된 이유를 뽑으라면 나는 그 공의 모두를 배우들에게 돌리고 싶다. 대본이 상상하는 바보다, 또 감독이 연출하는 바보다 더 많은 것들을 그들이 해줬다. 감사하다.
Q.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표절 시비가 있었는데, 연출을 맡게 됐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웠다.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두 작가가 어떻게 좌절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소재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불러일으켜진 오해가 두 작가의 시작을 망가뜨려 놓았었던 걸로 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에도 이렇게 대답했다. "같은 작품이 아닌데 왜 그 작품과 다르게 만들려고 애써야 하지? 천변은 그냥 천변이라 있는 그대로 만들면 되는데." 그 후로는 세상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려 애썼을 뿐이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가졌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가 없다. 처음이었지만, 마음과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청해준 분들께 감사하다.
Q.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재미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있었다. 부족했던 점을 자평하자면.
더 많은 관계들을 풀 수 있었다. 지훈의 종착역이라든가. 민혁(최대훈 분)과 지훈의 관계라든가…. 은근슬쩍 깔아왔던 민혁과 예진(공민정 분)의 관계라든가. 혹은 마리(김지은 분)의 성장기라든가. 현무(이덕화 분)와 영준(하성광 분)의 새 출발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더 풍성하게 풀고 싶었다. 머릿속으로 담아둔 것들은 많은데, 그걸 다 풀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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