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종영 인터뷰
"앨범 활동 병행하며 살 빠져. 장면 연결 튈 정도"
"이준호→임시완 대단해, 용기 얻고 있다"
"비스트 시절 '미스테리' 노래 너무 싫어,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
윤두준./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윤두준./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제게 이 작품은 쥐어 짜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역랑을 잘 아니까 너무 아쉬운 부분도 많았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모니터를 해보니 촬영 당시 스스로에 대한 압박에 쫓겨 못 돌아봤던 게 보이더라고요.“

24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하이라이트 멤버 겸 배우 윤두준이 ENA 수목드라마 '구필수는 없다'가 어떠한 의미로 남을 것 같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구필수는 없다'는 가족은 있지만 살 집은 없는 치킨 가게 사장 구필수(곽도원 분)와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할 돈은 없는 청년 사업가 정석(윤두준 분)이 티격태격 펼쳐나가는 생활 밀착형 휴먼 코믹물. 극 중 윤두준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회사 부도로 인해 졸지에 꽃길이 아닌 흙길을 걷게 된 스타트업 CEO다.

이날 윤두준은 "드라마 촬영 중간에 하이라이트 앨범 활동이 껴서 재킷 사진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하다 보니 살이 좀 빠졌다. 감독님도 모니터하면서 장면 연결이 튈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고충을 밝혔다.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tvN '식샤를 합시다 3 : 비긴즈'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윤두준. 그는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면서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에 대해 많이 잊어먹은 것 같아 걱정됐고 무서웠다. 기대감보다 두려움과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져 온 배우로서의 입지가 군백기 동안 대중에게 잊힐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을까. 윤두준은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나는 하이라이트가 나의 뿌리라고 생각하기에 배우로서 입지가 사라지면 너무 힘들 거라는 느낌까진 아니었다"며 "4년간 변한 트렌드나 장르, 높아진 시청자의 눈을 내가 충족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다. 촬영하면서도 많이 물어보고 도움받으려 하다 보니 온전히 촬영 현장을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구필수도 없다'는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휴먼 드라마 장르를 많이 못 해보기도 했고, 다양한 연령대가 나오는 작품이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윤두준은 "처음 받은 대본은 지금의 내용이 아니었다"며 구성이나 등장인물, 배역 이름까지도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정석 캐릭터 역시 처음 설정과 많이 달라졌다고.

그는 "원래 정석은 현실감 없는, 욕 빼고 다 하는 캐릭터였다. 말이 안 되는 설정도 있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휴먼 드라마다 보니 공감은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많이 완화했다"라며 "찰나의 순간순간에는 극적인 다이나믹함이 있어야 했지 않았나 싶다. 너무 무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캐릭터를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드라마니까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하고 연기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겪어보지 못한 역할이라 경험에서 찾기는 무리여서 하나하나씩 맞춰갔다. 처음에 어느 정도 캐릭터 틀을 잡아놔야 했는데 바뀐 부분이 많어서 처음 생각한 이미지랑 만들어진 정석이랑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연으로서 현장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고. 그는 "또래 친구들도 많았는데 일일이 신경 쓰지 못했다. 같이 밥이라도 먹었어야 했는데"라며 "이번 작품은 여유가 없어서 친해지지 못했다.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서 조급하고 힘들었다. 그런데도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줬다. 박원숙 선배님은 마지막 회 끝나고 카톡으로 '좋은 청년 만나서 반가웠다'고 칭찬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윤두준은 정석 캐릭터에 대해 "20대 잘나가는 스타트업 CEO다. 아버지가 부자라 회사도 아버지가 차려준거다. 돈에 대해 걱정할 것도 없던 인물"이라며 " 한순간에 뒤집히면서 오는 일종의 패닉감, 그런 것들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윤두준은 곽도원과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선배님과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 선배님은 연기할 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생각하면서 연기하더라. 단어 선택도 그렇고 엄청 치밀하다. 모든 것들을 계산하면서도 순간적인 것들에 대한 기지로 뛰어나다"며 "어미 하나도 계속해서 쌓아가다 보면 캐릭터의 성격이 된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음에도 선배님 덕분에 와닿게 느낀 것 같다. 선배님 덕분에 엄청난 공부가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동원의 연기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두준은 "몰입력이 상당하다.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고 내가 중3이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무반주로 랩을 하는데 랩도 너무 잘하더라. 속으로 내심 걱정했는데 랩도 잘해버리니까 이 친구의 재능은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오슬기(정다은 분)와 러브라인이 약했던 거에 관한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윤두준은 "사실 러브라인은 없는 설정이었다"며 "감독님과 작가님이 두 사람 모두 20대 청춘이다 보니 러브라인이 필요하다고 중간에 생각했던 것 같다. 러브라인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미묘한 감정을 맞춰갔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중간부터 갑자기 로맨스 감정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생뚱맞다고 느껴지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구필수는 없다' 윤두준 스틸컷./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후배 아이돌 출신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윤두준은 "예전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고 하면 우려의 시선이 많았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나오다 보니 온전히 캐릭터 자체로 봐주시는 것 같다"며 "응원의 마음이 크다. 하나만 하는것도 쉽지 않은데 가수와 배우 같이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그렇지만 두 개를 다 경험할 수 있는 건 축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호, 임윤아, 임시완 등 탄탄히 입지를 굳힌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해서는 "모두 친한 형, 동생들인데 배우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용기도 얻고 있다. 너무 대단하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라고 응원했다.

이번 드라마에 대한 하이라이트 멤버들 모니터링은 없었냐고 묻자 윤두준은 "서로 연기하는 걸 잘 못 본다. 너무 민망하다"며 "그래도 기광이가 본방 사수했다고 SNS로 올려주더라"고 고마워했다.

이어 "부모님이 내가 나온 드라마를 다 보는데, 내가 찍은 것 중 이번 작품이 제일 재밌다고 해서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가수 겸 배우 윤두준./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가수 겸 배우 윤두준./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
윤두준은 가장 추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前 비스트 '미스테리' 시절을 꼽았다. 그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때가 많은 것들이 바뀐 전환점이었다"며 "처음 1집 타이틀곡 '배드걸'(Bad Girl)을 냈을 때는 유명하지 않고, 팬도 많이 없어서 회사에서도 끝난 것 같다고 말하는 분위기였다. 데뷔한 지 몇 달밖에 안 됐을 때였는데도 말이다. 피해의식 같은 것도 있었다"며 "이후 후속곡 '미스테리'로 활동했는데 사실 그 노래가 너무 싫었다. 안무도 별로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객석의 함성이 커지더라. 지금 되돌아봤을 때 잊을 수 없는 순간이자 감사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바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윤두준. 그는 "캐릭터 표현하는 데 있어 나의 한계가 보이더라. 더 악 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래서 곧 개봉하는 '정직한 후보2'에서 그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악역을 연기했다. 걱정도 되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언젠가는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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